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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HMM은 골리앗 해운동맹 2M과 싸워 이기는 다윗이 될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4-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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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을 향한 기대어린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주가에서 바로 확인된다. 

HMM 주가는 2020년 3월27일 장중 한 때 2120원까지 하락했는데 2021년 4월26일 종가 기준 3만6150 원으로 뛰었다. 1년이 조금 넘는 사이에 상전벽해 같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2조 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도 저평가다’라는 말도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반짝’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다시 ‘치킨게임’을 시작했을 때 HMM에게 승산이 있는지 의문을 보이는 시선도 있다.

HMM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 다윗 HMM은 골리앗 2M을 상대로 어떤 승산을 보는가

2M은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 해운업체인 머스크와 MSC가 함께 결성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말한다. 

2M은 해운업계에서 굉장히 악명이 높다. 2010년대 중순부터 시작된 수많은 해운업체들의 연쇄 몰락의 원인이 바로 2M이 주도했던 ‘저운임정책’이기 때문이다.

2M은 극단적으로 낮은 운임을 유지하며 그 운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해운사를 말려죽인 뒤 죽어가는 해운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덩치를 급격하게 키워왔다. HMM이 지난해 2분기까지 무려 20분기 연속적자를 낸 가장 큰 원인이자 한진해운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HMM의 약진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확보한 덕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2M이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치킨게임을 중단한 덕을 본 것이기도 하다. 

해운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될 정확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진다면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M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억지로 치킨게임을 중단한 것이지 자의로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MM은 언젠간 다시 찾아올 치킨게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HMM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00만 TEU의 선복량을 달성하고 이를 부드럽게 운용하는 것이 HMM 전략의 시작과 끝”이라며 “이를 위해서 모든 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기준 HMM의 선복량은 약 71만 TEU다. 초대형선의 인수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39만 TEU였던 것을 살피면 약 1.8배 늘어난 것이다. HMM은 2022년까지 선복량을 100만 TEU까지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운사의 흥망은 그 해운사의 규모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모가 바로 운송단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화물을 운송할 때 선복량이 작은 회사는 선복량이 큰 회사와 비교해 더 여러번 해당 노선을 왕복해야하기 때문에 수송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송원가를 줄이는 데 선복량의 총합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초대형선이다. 초대형선은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배를 여러 번 띄우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2M 주도의 치킨게임, 살인적으로 낮은 운임을 극복하기 위한 HMM의 전략은 바로 여기에 집중돼있다. 

HMM은 2020년 초부터 2만4천 TEU급 초대형선 12척을 순차적으로 동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하기 시작해 2020년 10월 12척의 투입을 완료했다. 현재는 1만6천TEU급 8척을 동아시아~미주 항로에 순차적으로 한 대씩 투입하고 있다.

2만4천 TEU급 선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배다. 현재 세계 해운업체가운데 2만4천 TEU급 선박을 보유한 회사(발주분 제외)는 HMM 뿐이다. 같은 선형인 2만3천 TEU급 선박 역시 글로벌 최상위 선사에서만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시장 조사업체 알파라이너가 매월 발간하는 알파라이너 월간보고서 3월호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세계에서 실제로 운용중인 초대형선박(1만8천 TEU ~ 2만4천 TEU)은 모두 133척인데 이 가운데 12척이 HMM 소유다. 특히 HMM은 이 12척이 모두 2만4천 TEU급, 세계 최대 선박이라는 것을 살피면 초대형선박의 운용에서는 HMM이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셈이다.

전체 운용 선박 가운데 초대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HMM이 세계 선사 가운데 가장 높다.

HMM은 오랜 시간 매우 적은 선대를 운영해왔다. 작은 배가 많았을 뿐 아니라 배의 수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2만4천TEU급 초대형선 12척, 1만6천TEU급 대형선박 8척이 추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라이너 월간보고서 3월호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HMM은 전체 선복량 가운데 40%를 1만8천 TEU 이상의 초대형선박으로 운용하고 있다. HMM 다음으로 초대형선 비율이 높은 코스코그룹의 2배가 넘는 비율이다. 

1만 TEU 이상으로 확장하면 HMM의 보유 선박 가운데 1만 TEU 이상의 대형선박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세계 선사 가운데 이 비율이 50%를 넘는 건 대만의 양밍(56%)뿐인데 이마저도 양밍은 1만8천 TEU 이상의 배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전체 선대에서 대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선대를 운용하는데 드는 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HMM의 대형선박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HMM이 초거대 글로벌 해운사들보다 여전히 덩치는 부족하지만, 훨씬 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HMM 관계자는 “MSC나 머스크가 수백만 TEU가 넘는 선대를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민망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HMM의 선대가 대형선박 위주로 구성돼있다는 것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굉장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 HMM은 동아시아~북미 노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HMM의 단일 선복량과 초대형선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해운시장은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해운시장은 단일 선사들의 경쟁보다 우리가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이라고 부르는 선사들의 협력체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해운동맹은 여러 선사들이 모여 노선과 선복을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해운사 협력체를 뜻한다.

현재 해운시장에는 3개의 얼라이언스가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1, 2위 선사인 MSC와 머스크의 동맹인 2M, 3, 4, 7위 업체인 COSCO그룹과 CMA-CGM, 에버그린의 동맹인 오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5, 6, 9위 업체인 하팍로이드, ONE, 양밍의 동맹인 디얼라이언스가 그 것이다.

HMM은 이 가운데 최약체인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했다. 2M이나 오션에서 HMM을 받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HMM이 보유한 경쟁력이 디얼라이언스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해운 삼국지 속에서 HMM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과연 HMM은 정말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운시장을 노선별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해운시장은 크게 동아시아-미국 노선, 동아시아-유럽 노선, 그리고 유럽-미국 노선 등 세 개의 메인 노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HMM이 배를 띄우고 있는 노선은 동아시아~미국 노선(이하 미국 노선)과 동아시아~유럽 노선(이하 유럽 노선)이다.

2021년 3월 기준 HMM이 가입한 디얼라이언스의 미국 노선 점유율은 27%로 오션얼라이언스에 이어 2위다. 이 노선에서는 디얼라이언스가 해 볼만한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노선은 오랫동안 HMM의 주력노선이기도 했다. HMM은 2M의 치킨게임 앞에 유럽 노선을 한동안 거의 폐쇄하다시피 해야했지만 북미 노선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점유율을 지켜왔다. 

즉 이 노선에서 HMM의 디얼라이언스 합류는 디얼라이언스에게 점유율 싸움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HMM의 가입 이후 디얼라이언스의 미국 노선 점유율은 24%에서 27%로 3%포인트 상승했다. HMM이 이 노선에 1만6천TEU급 새 선박을 투입하면서 이 노선에서 HMM의 자체 물동량 역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노선에는 다른 변수도 있다. 바로 미국 중국 무역분쟁과 코스코라는 해운사의 특수성이다.

선복량 기준 세계 3위의 해운사인 코스코는 미국 노선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코스코의 미국 노선 물동량 점유율은 16%에 이른다. 이 노선에서 오션얼라이언스의 강세는 바로 코스코의 힘에서 나오고 있다.

코스코가 이 노선에서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물동량의 점유율을 중국 선사인 코스코가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무역분쟁이 심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미국 중국 무역분쟁이 심화된다고 해서 코스코가 반드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션얼라이언스를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 있는 디얼라이언스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 노선에서는 동아시아 항구를 모항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원, 대만의 양밍, 에버그린 등 동아시아 선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세계 물동량 순위 6위인 부산항을 모항으로 삼고 있는 HMM의 합류는 디얼라이언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 해운동맹 격돌 동아시아~유럽 노선에서 빛나는 2만4천TEU급 선박 존재감

유럽 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디얼라이언스가 지금껏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 노선의 물동량은 2021년 3월 기준 오션얼라이언스가 38%, 2M이 37%, 그리고 디얼라이언스가 25%를 점유하고 있다. 

점유율에서 보이듯 디얼라이언스는 이 곳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노선의 선사별 물동량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1위와 2위가 2M의 구성원인 MSC와 머스크, 그리고 3위와 4위, 5위가 오션의 구성원인 코스코와 CMA-CGM, 에버그린이다.

이 노선에서 디얼라이언스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초대형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 노선은 세계 초대형선박의 각축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선이다. 미국 노선의 항로에 포함돼있는 파나마운하는 1만6천 TEU 이상의 배가 통행할 수 없지만 유럽 노선의 항로에 포함돼있는 수에즈운하는 2만4천 TEU급 초대형선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알파라이너 월간보고서 3월호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체 선복량의 22%, MSC는 20%, 코스코는 19%, CMA-CGM은 16%가 1만5천 TEU 이상의 선박이다. 하지만 디얼라이언스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하팍로이드 7%, ONE 8%에 불과하다. 양밍은 아예 1만5천 TEU 이상의 선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대형선박은 그 배가 투입된 노선 전체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다시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이 시작돼 수많은 초대형선을 보유하고 있는 2M과 오션얼라이언스가 유럽 노선에서 극단적으로 저운임정책을 이어간다면 초대형선박이 없는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그대로 말라죽게 된다.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최근 삼성중공업에 초대형선을 대량주문한 것 역시 이런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만4천TEU급 선박을 무려 12척을 보유한 HMM이 디얼라이언스에게 주는 이득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디얼라이언스로서는 HMM의 가입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HMM 관계자는 HMM이 디얼라이언스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세하게는 말하기 힘들지만 거기가 조건이 너무 좋았다”며 “2M과 오션에서도 모두 좋은 조건의 제안이 왔는데 디얼라이언스의 조건은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디얼라이언스에게 HMM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디얼라이언스 내부에서 HMM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HMM에게 해운동맹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HMM이 해운동맹을 구하지 못하고 2M+HMM으로 2M에 붙어있던 시절 여러 가지 설움을 겪었던 HMM으로서는 더욱 해운동맹 내부에서 영향력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 혈세로 살아난 HMM, ‘한국 해운재건의 꿈’ 이룰 수 있을까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많은 수출기반 업체들이 ‘국적 해운사’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HMM은 혈세로 살아난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듯이 코로나19로 막혀버린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HMM은 예전에 한진해운이 건재했을 당시의 선복량을 거의 회복했다. 한국 해운 ‘부활의 뱃고동’이라는 말은 너무 많은 언론사에서 사용해서 식상해질 지경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HMM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지금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해운업은 굉장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업황이 변할 수 있다. 미국 중국 무역분쟁 등 정치적 이슈도 해운업황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2M 주도의 치킨게임 역시 언제라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해양공사가 HMM에 4조1천억 원을 지원하는 동안 다른 해운사에 지원된 평균자금은 292억 원에 불과하다. 순수하게 지원액수로만 따진다면 일반 중소선사와 비교해 HMM에 무려 141배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HMM의 부활을 넘어 한국 해운업 전체를 부활시켜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HMM의 행보를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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