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과 야권 양쪽으로부터 계속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매력 뭐길래, 대선 길에 가치 치솟아 여야 손짓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청년층과 접촉면을 넓히는 한편 강연 등의 기회를 통해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쾌한반란은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자’는 비전을 설정해 사회적기업, 청년 프로젝트, 농축산업 혁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유쾌한반란은 도전(Challenge), 기회(Chance), 변화(Challege)의 영어 앞 글자 ‘차(Cha)’를 딴 ‘차차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김 전 부총리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록 작은 규모지만 차차차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시도를 많이 하면 좋겠다”며 “우리 교육·사회시스템 안에서 하기 힘든 일을 한다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부터 유쾌한반란의 ‘영리해’(젊다는 의미의 Young과 ‘이해’를 합친 말)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층의 경험을 듣고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청년층과 접촉면을 넓혀 왔다.

‘청년 멘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은 김 전 부총리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상당히 값진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4·7재보궐선거에서 청년 표심의 이반은 여권 참패와 야권 승리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 만큼 청년 민심의 향배가 앞으로 정국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2012년 대통령선거 정국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청년 멘토로 명성을 얻은 뒤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김 전 부총리는 21일 서울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도산 리더십 포럼에서 “정치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모든 이슈가 정치화하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정치는 줄이고 권력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진보는 진보의 금기를 깨야하고 보수는 보수의 금기를 깨야한다”는 말도 했다.

비록 김 전 부총리가 정계진출를 두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근 행보를 봤을 때 그가 대선 전에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란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그동안 여야 모두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아 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했는데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권 중심으로 그가 대선에 도전할 것이란 시선도 나왔다.

앞서 재보선 때 민주당 서울시장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김 전 부총리에게 서울시장후보를 제안한 적도 있다. 야권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구체화하기 전 김 전 부총리가 후보로 거명됐다.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정치권에서는 그의 외연 확장력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등 청와대 경제라인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소신을 보였다. 이에 보수진영에서도 김 전 부총리의 소신을 높이 사고 있다.

‘흙수저 성공 스토리’는 기성 엘리트 중심 사회에 반감이 심한 청년층이나 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김 전 부총리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된 뒤 상업고등학교와 야간대학을 나왔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관료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경제 관료로 일하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중용될 정도로 경제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게다가 역대 선거에서 당락을 가른 ‘부동표지역’인 충청출신 인물이라 대선에서 그 가치가 한결 더 빛날 수 있다.

여야가 대선구도에서 '플랜B'가 마땅찮다는 현실도 김 전 부총리의 가치가 부각되는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독주체제는 경선 흥행을 가로막고 무엇보다 선두주자가 낙마하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다.

여권으로서는 재보선에서 중도층의 이탈이 확인된 만큼 중도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김 전 부총리 같은 인물이 절실하다.

야권은 윤석열 전 총장의 아버지가 충청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충청 대망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확실한 충청출신 인물이라 여권의 충청 표심 지키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야권에서도 김 전 부총리 영입은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경제 능력이나 국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 꼽히는 만큼 김 전 부총리는 이를 보완해 줄 협력자 혹은 선의의 경쟁자로 적임자이다.

현재로서는 김 전 부총리가 실제로 정치에 나설지, 정치에 나선다면 어느 진영에 터를 잡을지를 놓고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기반이 없는 관료출신인 탓에 행동이 조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여야 모두 그를 영입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 김 전 부총리의 제3지대 규합 가능성을 두고 “그런 말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