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4-01 1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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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배터리 10년 수입금지 결정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를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 예비판정을 받으며 영업비밀 침해 판결에 따른 수입금지 거부권 행사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기차시장 육성에서 나선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김준 대표이사 총괄사장뿐 아니라 김종훈 이사회 회장까지 나서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가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는 일만은 피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져 수입금지를 당한 처지에서 특허침해 소송까지 패소한다면 자칫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었다. 다만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이겨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인 10일까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거부권 설득 활동을 벌일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다음주 중으로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거부권을 얻지 못한다면 11일부터 10년 동안 미국에 전기차배터리 소재, 부품 수입금지 조치가 시작된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침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인지를 밝히기 위해 델라웨어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다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기간에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수입금지 결정은 유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가 내린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관한 최종판결을 놓고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국제무역위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민사소송인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다툴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바이든 거부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SK이노베이션은 김종훈 이사회 의장까지 직접 미국행에 오르며 막판 거부권 가능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종훈 의장은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이끈 주역이다. 미국 통상 부처와 정치권에 인맥이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2017년 김 의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때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제휴·협력 등 해외 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통상 전문가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김종훈 사외이사의 능력과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일자리문제를 약한 고리로 미국사업 철회 가능성이라는 초강수까지 거론하면서 미국 정치권 설득작업을 진행한 뒤 28일 귀국했다.
특히 미국이 안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의 문제점을 짚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전략을 쓴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의장은 미국 무역 전문매체인 인사이드US트레이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수입금지로 미국사업을 펼칠 수 없다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안정화될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한 셈이다.
이런 김 의장의 미국 행보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김 의장의 영향력을 의식하며 내부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 총괄사장도 3월26일 주주총회까지 불참하며 미국 출장 길에 올라 미국 정치권과 관가에서 막판 거부권 행사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일 동안 공급망 조사를 지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핵심품목의 미국 내 자체생산을 강조했다.
배터리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면 사실상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을 인수할 주체가 LG에너지솔루션밖에 없다는 시선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망을 특정 회사에만 의존하는 것에 큰 정책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3월31일 일자리·인프라법안 ‘미국 일자리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법안에는 모두 2조2500억 달러(2548조5700억 원가량) 규모의 부양정책이 담겼는데 전기차분야에만 1740억 달러(197조202억 원가량)가 지원된다.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현재 중국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바꾸고자 전기차 공급망 독립 지원안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거부권 시한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려 본 뒤 후속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