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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 디자인 책임진 이상엽과 카림 하비브, 사전계약 돌풍 공신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1-03-25 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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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부터 신차 출시 전 진행하는 국내 사전계약에서 연달아 크게 흥행하고 있다.

사전계약 돌풍 뒤에는 디자인 자신감을 바탕에 둔 마케팅전략이 숨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상엽 현대디자인 담당 전무와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 담당 전무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기아 디자인 책임진 이상엽과 카림 하비브, 사전계약 돌풍 공신
▲ 이상엽 현대디자인담당 전무(왼쪽)와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담당 전무.

25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신형 쏘렌토와 아반떼, 카니발, 투싼에 이어 올해 본격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5와 K8까지 최근 선보인 신차들은 지속해서 국내 사전계약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쏘렌토는 지난해 2월 사전계약 하루 만에 1만8941대의 주문이 몰리며 2019년 11월 그랜저가 세운 국내 완성차시장 사전계약 첫 날 최다 기록(1만7294대)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하지만 그해 7월 카니발(2만3006대)이 쏘렌토 기록을 곧바로 깼고 카니발 역시 올해 2월 아이오닉5(2만3760대)에 1위를 내줬다.

2019년 11월 그랜저가 새 기록을 쓸 때까지 3년이 걸렸는데 최근 1년 사이 기록이 3번이나 바뀌었다.

국내 사전계약 첫날 최다 기록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아반떼와 투싼, K8 역시 사전계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반떼는 지난해 3월 1만58대, 투싼은 지난해 9월 1만842대로 현대차에서 그랜저에 이어 사전계약 첫날 1만 대 주문을 넘긴 2번째와 3번째 모델이 됐다.

최근 사전계약을 진행한 K8은 첫날 1만8015대의 주문이 몰리며 기존 K5의 기록을 깨고 기아 세단 가운데 사전계약 흥행 1위 모델에 올랐다.

차급과 가격, 출시시기 등이 달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팰리세이드는 2018년 말 사전계약 첫날 주문이 3468대에 그쳤고 K5는 2019년 말 사전계약 1만 대를 넘기는 데 4일이 걸렸다.

팰리세이드는 차량 출고까지 1년을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K5는 지난해 쏘나타를 잡으며 국내 중형세단 1등에 올랐지만 사전계약에서 요즘 같은 흥행은 하지 못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부터 사전계약 첫날 1만 대 이상의 주문이 몰리는 일이 흔한 일처럼 돼 버렸는데 여기에는 신차 기대감을 키우는 마케팅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생산물량을 예측하고 판매지역 등에 따라 미리 차량을 배분해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생산과 판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전계약 흥행이 실제 판매 확대로 이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사전계약을 주요 마케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전계약 전까지 티저, 외관, 실내 이미지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마케팅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디자인만으로 신차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인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신차 디자인에 강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디자인은 애초부터 주행성능, 안전성 등과 함께 차량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으로 꼽혔는데 자동차와 첨단기술의 융합이 빨라지면서 앞선 기술을 담아내는 디자인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오닉5만 보더라도 실내디자인의 장점으로 거실 같은 안락함을 내세우는데 1열 릴렉션 컴포트 기능, 앞뒤로 움직이는 센터콘솔(운전석 옆 수납공간 자리)인 유니버셜 아일랜드 기능 등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전용 플랫폼 E-GMP가 없다면 구현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평가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이상엽 전무와 카림 하비브 전무가 차량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이 전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 등을 거친 스타 디자이너로 벤틀리 외장 및 선행디자인총괄로 일하다 2016년 5월 현대차에 영입됐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범블비’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 스포츠카 ‘카마로’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하비브 전무는 닛산의 고급브랜드 인피니티 수석디자인총괄로 일하다 2019년 9월 기아로 영입됐다. 독일의 BMW, 벤츠 등을 거쳤는데 BMW의 대표 모델인 3시리즈, 7시리즈, 8시리즈 등의 디자인 개발을 주도하면서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는 영입 당시 현대차와 기아 디자인을 총괄하던 벤틀리 출신의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 손을 맞췄는데 지난해 5월 동커볼케 부사장이 떠난 뒤 홀로서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 모두 개별 차량의 디자인만큼이나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을 중시하는데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는 각각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감성을 더한 스포티함)’와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전무는 2018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개념을 직접 발표하며 현대차 디자인 철학으로 새로 세웠고 하비브 전무는 최근 EV6을 통해 앞으로 전기차에 활용할 디자인 철학으로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공개했다.
 
현대차 기아 디자인 책임진 이상엽과 카림 하비브, 사전계약 돌풍 공신
▲ 기아 'EV6'.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의 역량은 실제 보수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는 전무급인데도 지난해 각 회사의 사장급보다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 전무는 지난해 상여 5억9800만 원을 포함해 현대차에서 보수 12억6800만 원을 받았다. 총수일가를 제외하고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윤여철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비브 전무는 지난해 상여 4억9400만 원을 포함해 기아에서 보수 13억8500만 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퇴직한 박한우 전 사장에 이어 기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스타리아와 제네시스 전기차, 기아는 EV6와 스포티지 완전변경모델 등을 출시한다. 이들 역시 사전계약부터 흥행한다면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의 그룹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시대에는 그동안 관성처럼 여겨지던 내연기관차의 틀을 깨는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된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디자인의 초석을 다지는 이 전무와 하비브 전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전무는 올해 초 프랑스 국제자동차페스티벌(FAI)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에 선정되며 “다양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디자인으로 현대차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의무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비브 전무는 최근 EV6의 디자인을 공개하며 “기아의 목표는 독창적이고 창의적 즐거움을 디자인하고 기아 브랜드를 통해 고객이 이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며 “기아 제품을 통해 고객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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