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03-16 15:22:32
확대축소
공유하기
이계영 화승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사장이 신발에서 스포츠의류로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사장은 생산 품목의 다변화와 더불어 고객사를 기존 아디다스에서 나이키 등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계영 화승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사장.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올해는 스포츠의류 OEM사업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신발 생산기업으로 현재 대부분의 매출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로부터 거두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 신발의 글로벌 9개 벤더업체 가운데 점유율 2위(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단가가 높은 ‘이지부스트’ 등 아디다스로부터 수주 물량을 꾸준히 늘리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그만큼 아디다스에 매출 의존도가 높아져 매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현재 아디다스와 전략적 관계로 진전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단일 고객사로 편중된 사업 구조에 관한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다”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사업 영역을 신발에서 모자, 의류로 넓히며 아디다스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아디다스와 규모가 비슷한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나이키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5월 나이키와 언더아머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모자 제조회사 ‘유니팍스’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나이키에서 경력을 쌓은 대런 해밀턴 부사장을 영입해 스포츠 의류부문 최고 운영책임자(COO)에 임명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나이키에서 관리와 기획·전략·개발 업무를 30년 이상 수행했으며 최근까지 6개국 55개 공장을 책임지는 총괄 책임자로 근무한 인물이다. 따라서 스포츠 의류생산을 본격화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가 나이키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나이키는 세계 1위 스포츠의류 브랜드로 2위인 아디다스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글로벌 의류업체들이 대부분 설적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나이키는 온라인 매출 확대로 2020년 6~11월 매출과 순이익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 12% 증가했다.
게다가 나이키는 최근 여성의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승엔터프라이즈와 나이키의 협력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화승그룹의 모태인 동양고무공업은 1978년 나이키와 합작사인 화승나이키를 설립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운동화를 생산하기도 했다. 나이키와 제휴는 1986년까지 약 9년 동안 지속됐다.
물량 확보를 염두에 두고 생산 시설을 늘리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이계영 사장은 올해 인도나 미얀마 가운데 한 곳에 생산기지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의류 제조사를 추가적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엔터프라이즈는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화성엔터프라이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도 추가적 공장을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지난해 조달한 자금을 통해 제품 카테고리와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 확장이 가시화된다면 중장기 성장성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스포츠 제조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 사장은 2025년 매출 3조3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발 제조자개발생산(ODM)사업에서 2조 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업에서 8천억 원, 부품소재에서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이 사장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의류사업에서도 원료 생산부터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수직계열화를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메쉬 소재를 활용한 의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누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원단사업 관련 수직계열화를 예고했다”며 “신규 매출처 확보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원부자재 역내 조달에 따른 구조적 원가 절감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