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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형제기업은 왜 생수에 집착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28 18: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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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씨 형제기업은 왜 생수에 집착할까  
▲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생수시장에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다수의 철옹성을 깨기 위해 롯데와 농심이 조직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삼다수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생수는 더 이상 ‘물’처럼 봐서는 안된다. 지난 1~4월 이마트의 음료매출 중 생수가 22.7%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마트 음료매출에서 생수가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경기불황으로 식음료계가 전체적으로 위축됐지만 생수시장은 예외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시장규모가 6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수시장에서 삼다수는 독보적 존재다. 제주삼다수는 1998년 출시된 이후 세 달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 뒤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생수시장 2위 롯데칠성음료의 추격도 1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광동제약에게 삼다수 유통권을 뺏긴 농심도 지난해부터 추격전에 가담했다.


그러나 아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삼다수는 여전히 굳건하다. 2012년 말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유통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급물량 부족으로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롯데는 매번 “이번에야말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큰 소리를 쳐왔다. 그러나 삼다수의 철옹성을 깨지 못했다. 롯데는 올해도 여전히 공격적 행보를 보이며 삼다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절치부심한 농심도 백산수를 출시하며 삼다수와 전면전에 들어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별 생수시장 점유율은 제주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이 함께 유통하는 삼다수가 42.4%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6%로 뒤를 따르고 있다. 2012년 출시된 농심의 백산수도 3.5%로 시장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 고객 세분화에 이어 지역까지 세분화한 롯데


롯데는 반드시 생수시장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를 내놓고 성별과 연령을 감안해 크기와 모양도 세분화했다. 여러 기업을 인수했고 김연아, 송혜교 등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쓰는 등 공격적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최근 대표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를 7년 만에 다시 단장했다. 기존의 '아이시스(블루)'와 '디엠지 청정수'를 각각 ‘평화공원 산림수’와 ‘지리산 산청수’로 바꿔 새롭게 선보였다. 삼다수처럼 지역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페트병의 디자인도 삼다수와 비슷하게 바꿨다. 롯데는 재단장 이후 “아이시스를 생수 1위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가 생수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는 2000년 대리점을 대폭 늘리며 본격적으로 생수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에도 롯데의 목표는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롯데는 앞서 1997년 이미 아이시스를 시장에 내놓았다. 든든한 유통망을 가진 롯데의 생수시장 접수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생수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롯데는 지금까지 만년 2등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료에서 점유율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에게 굴욕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2위라고 하기에 삼다수와 격차도 크다.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생수 브랜드를 다 합친 점유율은 전체의 20% 가량에 그친다. 반면 단일 브랜드 삼다수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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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의 아이시스는 송혜교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아이시스는 삼다수보다 먼저 출시됐지만 시장선점 기회를 놓쳤다. 안정적 시기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다가 실기했다.


롯데는 당시 생수시장에 무허가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데다가 시장여건도 성숙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진출했다. 그해 7월부터 시행된 납세병마개제도 등으로 무허가업체가 정리되고 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삼다수가 시장을 접수한 뒤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생수시장에서 낮은 인지도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점이 됐다. 제주도의 깨끗한 자연과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를 내세운 삼다수에 비해 특별히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롯데는 삼다수의 아성을 깨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물도 롯데칠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했다. 국가 공인기관인 경희대 환경연구소에서 52가지 수질검사를 통과한 후 이를 바탕으로 ‘깨끗함을 마시는 특권´을 표방하며 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황태자의 물’, ‘외교관의 물’이라는 매체광고를 통해 제품의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롯데는 시장세분화 전략을 펼쳤다. 해양심층수와 탄산수도 출시했고 에비앙 등 프리미엄 생수를 수입했다. 2009년 어린이를 위한 생수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철저히 삼다수를 타깃으로 한 ‘아이시스 DMZ 2km’도 선보였다. 이름만 들어도 어느 곳에서 난 물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삼다수처럼 자연생태계가 보존된 비무장지대 부근에서 취수한 물이라는 점을 강조해 청정 이미지를 알렸다.


지난해 휴대성을 강화해 기존의 500ml보다 작은 300ml 들이 생수도 내놓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당시 “물을 마시는 소비자의 취향이 점차 다양해지기 때문에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는 전략을 취했다”고 밝혔다.


2011년 기존 브랜드인 아이시스를 리뉴얼한 ‘아이시스 8.0’을 선보이고 수원지도 충북 청원으로 옮겼다. 2013년부터 생수의 지상파광고가 가능해지자 이를 십분 활용했다. 광고모델로 송혜교를 내세웠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와 충북 청원의 청정한 이미지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삼다수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삼다수는 매해 최고매출을 갱신했다. 생수시장 자체가 점점 커지면서 롯데의 매출은 늘었지만 삼다수의 점유율을 뺏어오지 못했다.


롯데는 2012년 삼다수에 맞불을 놓으며 ‘백두산 하늘샘’을 시장에 내놨다.


백두산 하늘샘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증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특히 형제관계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라면으로 갈등을 빚었던 데 이어 이번에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회장과 신춘호 회장이 백두산 물을 갖고 한판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롯데는 백두산 하늘샘 출시와 동시에 공격적 마케팅 전략도 선보였다. 건강문제를 정면으로 파고 들었다. 치매예방과 노화억제에 효과가 있는 규소와 규산 함량이 국내 다른 생수에 비해 수십 배나 많다고 적극 홍보했다. 제품 가격을 삼다수보다 비싼 800원으로 정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생수를 선호한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주요 판매대상도 백두산에 감흥을 갖고 있는 35~50세 성인으로 잡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아이시스와 백두산 하늘샘으로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외형도 점차 키워나갔다. 올해 초 '아이시스 DMZ 청정수' 브랜드를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하던 록인음료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연천군에 하루 최대 50만 병의 생수생산이 가능한 생수공장도 보유하게 됐다. 이에 앞서 2008년 제품 품질확보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산정음료와 창대통상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삼다수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롯데는 아이시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생수가 3개나 되자 오히려 영업역량이 분산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민 끝에 이달 재단장을 단행했다. 경기도 연천에서 취수한 평화공원 산림수는 경기, 서울, 충정 지역에서, 경남 산청에서 취수한 지리산 산청수는 경남, 부산, 호남, 대구 지역에서 각각 판매하기로 했다.


  신씨 형제기업은 왜 생수에 집착할까  
▲ 농심의 백산수는 유준상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 삼다수 뺏기고 절치부심하는 농심, 백두산으로 맞불 놓다


농심은 2012년 삼다수 유통권을 빼앗겼다. 1998년부터 14년 동안 키워온 삼다수를 뺏긴 농심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심리적 상실감도 컸다.


농심은 제주도개발공사의 판매위탁을 받아 삼다수를 팔아오다 공사의 제동으로 판매계약 연장이 좌절됐다. 농심은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판권유지를 위해 강력히 대응했지만 실패했다.


농심으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농심은 1998년 당시 무명이었던 제주삼다수를 탁월한 마케팅과 영업력으로 출시 첫해에 점유율 1위로 끌어올렸다. 농심은 삼다수 성공의 일등공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삼다수를 떠나보낸 농심은 바로 생수시장에 진출해 ‘백산수’를 출시했다. 백산수는 2010년 8월부터 중국에서만 판매돼 왔는데 국내에서 삼다수 유통권을 잃게 되자 바로 국내에도 출시됐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처음 백산수를 중국에서 출시할 때부터 큰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생산 생수 브랜드를 갖기 위해 2003년부터 국내외 수원지를 구석구석 물색했고, 결국 백두산 화산암반수를 선택했다.


농심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백두산 해발 670m에 위치한 이도백하진에 스위스와 프랑스산 최신설비를 갖춘 생수공장을 지었다.


삼다수가 한라산을 내세웠다면 백산수는 백두산을 내세웠다. 신춘호 회장은 백산수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국내 출시 당시 제품 디자인에만 2억 원을 들였다.


농심이 내놓은 백산수는 일단 품질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수질분석 전문가 신호상 교수는 “농심 백두산 백산수가 인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미네랄 함유량이 국내외 시판 생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고, 목넘김이 깔끔한 물”이라고 주장했다.


농심은 백산수로 5년 안에 매출 2천억 원, 생수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잡았다. 이어 “삼다수를 출시 첫해 점유율 1위로 끌어올렸던 신화를 백산수로 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다수를 다 키웠지만 고스란히 뺏긴 굴욕을 백산수로 설욕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2012년 12월 출시한 백산수는 지난해 생수 판매 순위 4위를 기록하며 생수시장에 가뿐히 안착했다. 전문가들은 백산수가 삼다수와 마찬가지로 청정이미지를 갖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농심은 백두산 백산수의 매출 견인을 위해 대형마트 시음행사, 미국 프로야구 중계 가상광고와 국내 프로야구가 열리는 잠실과 목동 구장 내 광고판을 내거는 등 전방위적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산수는 출시 초기 마케팅효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농심이 삼다수를 뺏긴 이후 내놓은 자체 생수 브랜드라는 점에서 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중시되는 생수시장의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삼다수, 아이시스에게도 밀리고 낮은 가격을 앞세운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 제품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출시 첫해인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이라며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2017년까지 연 매출 2천억 원대 브랜드로 키워 삼다수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백산수 판매량은 469만 개에서 727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량 급증해 가능성을 보여 줬다.


농심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운영중인 생수공장 근처 30만㎡ 규모 부지를 사들였다. 현재 연간 10만t 규모인 생수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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