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통·식품그룹들이 3월 주주총회에서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식품그룹이 올해 주총 소집을 결의하면서 새롭게 선임되는 사외이사의 면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3월 기업 동향과 전망-유통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먼저 유통대기업 중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외이사들이 눈에 띈다. 

3월23일 주총을 여는 신세계는 강경원 전 감사원 감사국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고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 원정희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별도법인인 광주신세계는 한동연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신규선임하고 위길환 광주시의회 사무처장을 재선임한다. 

이마트는 3월24일 주총에서 서진욱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이밖에 호텔신라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했고, 현대리바트가 윤승현 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 관재인과 김형중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농심은 3월25일 주총에서 새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을 관료와 법관출신으로 채운다. 변동걸 전 서울지방법원장을 비롯해 여인홍 전 농림축산부 차관, 김지연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사 등이 사외이사후보에 올라있다. 

3월18일 주총을 개최하는 오리온은 김홍일 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샘표는 식약처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김진만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으며, 현대그린푸드는 유원곤 전 서울지방식약청장을 새로 사외이사에 선임한다. 

이들 사외이사후보는 모두 주총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바라본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아직 주총 공고를 내지 않았다. 

◆ 롯데

롯데그룹 유통BU(Business Unit)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롯데 부회장이 유통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통 롯데맨’인 강 부회장은 2012~2018년 롭스 대표로 역임하며 매장을 단기간에 100개 가량 늘리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재신임받았는데 롯데의 야심작으로 꼽힌 롯데온 살리기에 들어갔다.

강 부회장은 당분간 외형 확장 대신 구조조정과 인재 영입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상무)과 임현동 상품부문장(상무급)을 롯데온으로 영입했다.

또 새로 출범한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를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에게 맡겼다. 롯데온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하고 빅데이터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롯데슈퍼 99곳, 롭스 29곳, 롯데마트 12곳, 롯데백화점 1곳을 폐점시켰다. 

또한 롯데마트는 2월24일 정직원 4300여 명 가운데 동일 직급마다 1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푸드, 롯데아사히주류, 롯데GRS, 롯데하이마트 등도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신세계

이마트가 제주소주 사업을 정리한다. 적자 규모가 커져 인수한지 5년 만에 사업의 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마트 자회사인 제주소주는 3월3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사업 철수 이유와 향후 처리 절차 등에 대해 밝혔다.

제주소주 공장은 이미 생산을 중단했고 제주소주 직원들은 이마트나 와인수입업체 신세계앨앤비(L&B) 등 계열사로 재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소주 법인은 유지한다. 신세계는 일단 사업만 접고 제주소주 법인이 소유한 부지와 시설 등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2016년 190억 원을 들여 향토소주 제조사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다음해 출시한 '푸른밤' 소주는 한때 '정용진 소주'로 불리며 주목 받았으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 원에서 2019년 141억 원까지 불어났고 한때 매각설이 돌기도 했으나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사업은 접지만 신세계는 주류 전문 계열사 신세계L&B를 중심으로 맥주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지난달 '렛츠 프레쉬 투데이'(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맥주 상표권을 출원 신청했다. 국내 특허청 심사 기간이 6~10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안에 제품이 출시될 수 있다.

◆ CJ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사내이사 3명 중 2명의 임기가 3월에 만료된다.

손경식 회장과 김홍기 대표는 무난하게 이사직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제기된 이재현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올해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J의 사내이사는 손경식 회장과 김홍기 대표,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3명이다. 손 회장은 1994년부터 CJ 이사를 맡으며 총수 일가를 대표해왔다. 

김홍기 대표는 2005~2014년 이재현 회장의 비서팀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현재는 그룹 비전 실현을 위해 인재확보와 미래 먹거리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최은석 대표는 지난해 인사에서 CJ제일제당으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2023년 3월까지인 그의 사내이사 자리는 다른 인물로 채워지게 됐다. 

CJ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손경식 회장과 김홍기 대표의 이사 연임 및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미등기임원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4~2016년 그룹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난 바 있다.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초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인수한 복지몰 1위기업 이지웰의 경영진과 사외이사를 교체하고 있다. 

이지웰은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김영수 사외이사를 대신해 황인태 회계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황 사외이사 후보는 삼일회계법인 등을 거쳐 현재 도영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지웰 경영진을 그룹 인물들로 채우고 있는데 앞서 이지웰은 1월2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에 장영순 현대드림투어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최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의 박홍진 대표이사와 계열사인 현대IT&E의 김성일 대표이사도 함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사외이사도 1명 교체했다. 김형우 사외이사를 대신해 최영삼 법무법인 에이스파트너스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새로 뽑았다. 최 사외이사는 국가정보원 지부장 출신이다.

현재 이지웰 이사진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