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크게 흔들리는 주택공급대책을 안정화하기 위해 민간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정부가 민간공급 확대를 결정한다면 도시정비사업, 택지개발 등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형건설사의 실적과 주가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역. <연합뉴스> |
10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서 민간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의혹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간공급으로 이를 메우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은 공기업을 향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부당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기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10일 기준으로 5만7천여 명이 동의했다.
광명시흥지구 등에서는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가 10일 공공주택지구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이 나온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뤄진 것 가운데 부정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3기 신도시 등에서는 최근 땅주인들이 공기업 신뢰성 등을 문제 삼으며 토지수용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도 “주택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부동산시장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기초단계부터 삐걱거리며 주택공급대책이 규모와 속도 면에서 모두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택공급대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공급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시선도 나온다.
주택공급대책이 시장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조짐을 보인다면 2월4일 공급대책이 나온 이후 진정세를 보였던 전셋값 등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기업을 향한 불신이 커진 만큼 주택공급대책의 일정과 규모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결국에는 민간공급 확대에 의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바라봤다.
정부가 민간공급을 확대한다면 우선 2·4공급대책에서 포함되지 않았던 민간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간 재개발, 재건축사업 등 도시정비사업과 민간 택지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건설사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며 즉각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 사업들은 건설사의 자금에 여유가 있거나 기존 택지를 보유해야만 정부 기대에 맞는 속도로 추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규제완화가 이뤄지게 된다면 사업기회는 대부분 자금과 토지를 갖춘 대형건설사가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형건설사의 실적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형건설주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분양실적 확대와 주택공급대책 기대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대우건설(60%), HDC현대산업개발(32%), 현대건설(30%), GS건설(30%) 등이 모두 이 기간 주가가 30%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2·4공급대책이 공기업 주도로 이뤄져 민간공급이 확대될 부분이 없다는 내용으로 발표되자 대형건설사 주가는 2월 들어 1월보다 평균적으로 10% 이상 떨어졌다.
올해 건설사 국내 수주는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던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어 2·4공급대책 실망감이 아니라면 조정을 겪을 이유가 없다는 시선이 많다.
민간공급 확대가 이뤄진다면 최근 대형건설주가 부진한 가장 핵심적 이유가 해소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1월 건설사 국내 수주는 14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37%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