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각자대표이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와 분쟁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신 회장과 어피티니 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은 최종변론을 앞두고 격화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데 교보생명 경영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설계사에게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고 새 대표를 선임해 3인체제를 구축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10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 측은 15일부터 19일까지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문회에 참여한다.
이번 청문회는 2020년 10월에 이은 두 번째 청문회로 풋옵션 분쟁과 관련한 신 회장 측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양측의 최종 변론을 위한 자리다.
단심제인 국재중재 최종결론은 3분기 안으로 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상업회의소 최종변론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20년 4월 풋옵션 가격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이 가격을 부정하게 책정했다고 고발했으며 2021년 1월 검찰은 이들과 재무적투자자 2명을 기소했다.
이후 2월 교보생명은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를 제재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재무적투자자 측은 2019년부터 신 회장의 배당금과 자택, 급여, 주식 등을 가압류했으며 지난주에는 실물주식을 가압류한다며 신 회장의 집과 교보생명 본사를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이 올해 지급할 배당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도 재무적투자자와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최근 배당을 대폭 축소해 보통주 1주당 현금 1천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주당 현금 1500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하면 약 33% 줄어든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배당을 줄인 것은 4년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업황 악화에도 지속해서 배당성향을 늘려왔는데 분쟁 막바지에 이르러 양측의 관계가 설득과 기다림의 단계를 넘어서면서 배당을 대폭 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일시적 비용을 대거 반영하며 2020년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3828억6500만 원을 내 전년보다 29.9% 급감했다.
교보생명 측은 "주주간 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설계사 이탈 방지를 위한 특별지원 등 일시적 비용이 증가했으며 신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액보증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한 결과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중재결과는 올해 안으로 결판날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어 향후 교보생명그룹 전체 지배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신 회장(33.78%)과 특별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률은 36.91%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을 통해 14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교보생명 이외에 신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없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을 포함한 주주 사이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은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 원, 모두 1조2054억 원에 사들이면서 3년 안으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담았다.
그러나 기업공개가 어려워지면서 신 회장은 기한인 2015년 9월을 넘겨서도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에 재무적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2조122억 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풋옵션 행사가격을 놓고 3년에 결친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의 갈등이 시작됐다.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매입한 가격인 24만5천 원을 주장했지만 재무적투자자들은 40만9912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올해를 교보생명의 디지털시대 성공기반 구축의 해로 정하고 '양손잡이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손잡이경영이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사업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신 회장은 5일 편정범 부사장을 최고경영자을 후보로 추천하며
윤열현 대표, 편 대표와 3인 대표체제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 업무분장은 결정되기 않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신 회장 본인은 디지털 전환사업 등 굵직한 미래전략 수립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