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연임에 힘입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사이에서 추진하던 해외사업 협력에 다시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이 김 회장과 친분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협업방안을 논의했던 만큼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라 공동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조용병은 김정태 연임이 반갑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해외협력 다시 탄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신한금융의 강점으로 꼽히는 해외사업이 올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완화로 글로벌 이익이 다시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2020년 기준 3419억 원으로 2019년보다 14% 감소했는데 올해부터 반등해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하는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신한금융이 지난해 5월 하나금융과 맺은 해외사업 포괄적 협력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시장에서 재도약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태 회장이 최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에 추천돼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을 앞둔 만큼 신한금융과 맺었던 글로벌 협력관계도 계속 유지하려고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김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며 친한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쌓았던 만큼 금융권에서 전례가 없던 경쟁 금융지주사들 사이 해외사업 협력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이나 프로젝트 참여 등을 두고 경쟁하는 대신 공동투자나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힘을 합치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인수합병과 투자 등을 위한 현장실사가 어려워지고 단기간에 인수합병 매물을 찾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던 만큼 실제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이 3월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면 협업의 동력은 자연히 더 약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고 코로나19 사태도 빠르게 완화되며 상황이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결국 올해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해외 금융회사를 공동으로 인수해 합작법인으로 운영하거나 대형 금융주선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김 회장의 연임 임기가 1년으로 정해져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글로벌 협업방안은 꾸준히 검토 중”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두 회사 자본력과 노하우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계열사를 통해 아프리카 수출입은행 및 영국 폐기물업체 신디케이션론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두 금융그룹은 모두 국내시장에서 저금리 등 영향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시장에서 더 공격적 전략을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조 회장과 김 회장이 각각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 성장전략을 공유하고 더 활발한 협업방안을 찾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올해 신한금융 글로벌 투자금융(GIB)사업을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며 해외에서 금융주선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와 같은 계열사를 통해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투자금융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사업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공유해 신한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오랜 기간의 현지영업 경험 등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제 막 동남아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단계인 만큼 신한금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금융회사의 협력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다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사이 글로벌 협력은 당초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협업 논의에서 시작된 만큼 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점차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하나금융 인사에서 하나은행장 교체가 결정된 만큼 두 금융그룹 사이 협력관계는 조 회장과 김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두 금융그룹 실무진이 참여해 글로벌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협업체를 통해 꾸준히 해외에서 공동으로 진행할 만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조 회장과 김 회장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 금융주선 등 ESG경영 관련된 분야에서 협업에 특히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