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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발' 지각변동, 증권사 CEO 긴장 속 대책 고심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1-08 12: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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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 CEO들이 긴장감을 가득 안고 새해를 맞았다. ‘박현주 발’ 증권업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KDB대우증권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미래에셋증권과 합병을 끝낸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기자본 7조8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등 자산관리(WM)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대우증권은 투자금융(IB)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대형 증권사의 CEO들은 올해 자산관리와 투자금융의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해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맞설 발판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중소형 증권사 CEO들은 전문 분야에서 특화하는 전략으로 활로를 찾는다.

◆ ‘미래에셋대우증권’ 등장에 초긴장

증권사 전문경영인들은 신년사에서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합병에 대한 경계를 숨기지 않았다.

  '박현주 발' 지각변동, 증권사 CEO 긴장 속 대책 고심  
▲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합병에 따라 외형 1위라는 시장 지위를 활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염려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현대증권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2배 이상 큰 초대형 금융투자회사의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대표되는 대형 증권사 사이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증권사인데 기업신용공여와 헤지펀드 전담중개업 등 대형 투자금융사업의 자격을 받는다.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전문경영인들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을 앞두고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자기자본 7조 원대의 초대형 증권사 등장을 앞두고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각종 규제도 강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산업 내부에서 올해는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계기로 각 증권사들이 생존과 성장전략의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 김원규 유상호, 투자금융 역량 강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NH투자증권의 탁월한 투자금융 경쟁력과 높은 자기자본 규모를 활용해 기업 신용공여를 확대하고 자본시장에서 위험인수자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출범 이전에 투자금융 부문에서 NH투자증권이 차지한 우위를 최대한 지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4조6천억 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활용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 투자금융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투자금융 부문에서 1천억 원 이상의 영업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은 올해 들어 한 인터뷰에서 “NH투자증권은 투자금융 부문에서 하지 못할 일이 없다”며 “올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으로 투자금융 부문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에 있던 프라이빗에쿼티(PE)본부를 흡수해 투자금융사업부 아래에 뒀다. 프라이빗에쿼티본부는 앞으로 NH투자증권의 사모펀드 운용을 전담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4월경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다. 첫번째 헤지펀드는 약 3천억 원 규모로 설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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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신년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시장을 공격적으로 선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무한 경쟁이 예상하는 투자금융 분야를 대폭 보강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투자금융 부문의 강자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조 원 이상의 채권발행을 대표주관했으며 기업공개 부문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금융그룹을 신설해 투자금융 업무역량을 강화했다. 투자금융그룹은 기존에 4개 본부에서 주관하던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퇴직연금 등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투자금융 업무를 총괄한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을 인수합병하면 6조 원대의 자기자본을 확보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의 뒤를 쫓게 된다.

◆ 윤용암, 자산관리 사업 확대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전략의 방향은 명확하다”며 “자산관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차별화된 국내 압도적 1위 증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산관리 사업을 더욱 강화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출범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고객 예탁자산과 고액자산가 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에 강한 점과 차별된다.

삼성증권은 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175조 원의 고객 자산을 맡아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1억 원 이상을 맡긴 고액자산가 고객 수도 지난해 9만 명을 돌파했다.

  '박현주 발' 지각변동, 증권사 CEO 긴장 속 대책 고심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윤 사장은 올해 삼성증권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일반 고객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살려 관리를 강화한다.

윤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증권 조직개편에서 자산관리본부 아래 있던 스마트사업부와 SNI사업부를 CEO 직속 부서로 재편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스마트사업부는 삼성증권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전담한다. SNI사업부는 3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맡긴 고객을 관리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에 맞춰 자산을 관리하는 영업채널 도입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개편했다”며 “고객별로 세분화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산관리 사업을 지원할 인프라를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형 증권사의 활로 찾기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들의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에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5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현재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B투자증권, 신영증권, 대신증권 등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장과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 업무를 전담한다. 자기자본 2조 원 미만의 증권사만 선정되며 금융당국의 정책적 우대를 받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과 전면적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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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IBK투자증권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서 정책금융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의헌 KTB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에 맞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관련된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의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1조 원대의 증권사들이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합병해 몸집을 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골든브릿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으로 업계 발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동시에 추가적인 합종연횡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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