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힘싣는 이낙연, 입법성과 만들기 간단치 않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지방정부 우수정책 및 지방의회 우수조례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권력기관 개혁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을 싣고 있다.

개혁 이미지를 높여 대통령선거주자 지지율을 반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다 민주당 내부에도 이견이 있어 법 제정까지 가는 길이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낙연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두고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절박함은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의 성격 자체가 워낙 중대한 법이고 내용 또한 관련된 분야가 많아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또 동시에 늦어져서는 안 되는 절박함도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은 원내대표는 21일 "야당에 상임위와 본회의 등 (12월) 임시회 의사일정 협의를 정중하게 제안드린다"면서 "중대재해법은 국민의힘을 포함해 여야 모두 입법을 약속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공정거래3법 처리 등을 두고 기회날 때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며 입법성과로 앞세우고 있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입법성과를 통해 대선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노동계가 강력하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표로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대통령선거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이제 100일 뒤면 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주요 여론 조사기관이 12월 중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10%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올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40%를 웃돌아 압도적 1위였다. 지난 8월에 당대표에 당선된 뒤에도 지지율 하락세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점이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 이 대표가 18%, 윤석열 검찰총장이 15%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 지사가 20%, 이 대표가 16%, 윤 총장이 13% 등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에 따라 윤 총장의 지지율이 1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까지 편차가 큰 것과 비교해 이 대표는 대체로 18% 안팎의 지지율, 이 지사와 비교해 3%포인트 안팎의 열세가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대표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기업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반발이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8개 경제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어 "중대재해법은 경영계가 생각하기에 매우 감당하기 힘든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원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나 중대재해법은 그 발생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고 있고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은 이 법 제정을 요구하며 이날까지 열이틀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에 동참 중인 고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 등 유가족도 함께 단식을 하고 있다. 

이 법과 관련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구체적 처벌의 수위 △법인 처벌의 방식 △형사책임에서 인과관계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의 인정 여부 및 정도 △산업안전 관련 공무원의 책임 범위 △법 제정 때 시행유예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들 사이에 다른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정책의총에서도 "명칭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가 있느냐"는 등의 근본적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를 의식해 이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모으는 데에는 비교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 당시 “법 하나하나에 당론을 정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가 꼭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지만 아마도 중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박주민·박범계 의원 법안과 정책의총의 지적사항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조만간 당 차원의 최종안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야당과 협의 과정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을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의) 내용 중에 과잉입법도 있고 책임이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손볼 규정이 있는 만큼 부작용은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