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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는 왜 우리은행을 탐낼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5-20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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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는 왜 우리은행을 탐낼까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4년 2월1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생명보험사 20개의 재무설계사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꿈이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를 통해 이 꿈을 이루려 한다.

신 회장은 올해 벽두부터 우리은행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유일한 사람이다.

신 회장이 우리은행을 향한 열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1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물러나야 했다.

신 회장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최초로 ‘어슈어뱅크’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이루는 것이다. 어슈어뱅크는 은행 자회사를 둔 보험회사를 뜻한다.

문제는 돈이다. 신 회장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아직 구체적 생각은 없지만 (매각일정이 나오면) 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교보생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1조3천억 원대로 본다. 이 돈으로 우리은행 경영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는 지분 30%를 사기 힘들다. 정부가 ‘오너가 소유한 은행’을 탐탁지 않게 보는 점도 걸림돌이다.

◆ 신창재는 왜 은행을 탐내나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가장 안정적인 기업이다. 생명보험 업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약 79조 원의 총자산을 쌓아올렸다. 보험시장이 불황에 빠진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5814억 원을 거두며 ‘수익구조가 탄탄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속을 좀더 들여다 보면 교보생명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보험시장의 성장세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비율이 높아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눈길이 멈춘 곳이 우리은행이다.

신 회장은 예전부터 외부세력이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내부 관계자들은 아직 교보생명이 비상장기업으로 남아있는 것은 불필요한 경영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타이거홀딩스와 코세어코리아인베스터즈 등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을 합치면 모두 48.1%에 이른다. 신 회장이 친인척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우호적 주주를 끌어 모으면 간신히 5대5를 유지한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교보생명 지분을 팔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비중이 커져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시장의 불황으로 교보생명의 수익이 줄어든다면 외국계 투자자가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커진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934억 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6037억 원에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보험산업에만 집중하면 계속 수익을 거둔다는 보장이 없다.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에 진출한 자회사들도 아직은 교보생명을 지원할 만한 여력이 없다.

이런 신 회장에게 우리은행 인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이 교보생명 밑으로 들어온다면 교보생명은 보험을 벗어나 단기금융인 은행을 손에 넣는다. 1994년 설립된 교보증권까지 합치면 보험, 은행, 증권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금융기업이 된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사들일 경우 신 회장이 얻을 이익은 대단하다. 교보생명과 교보증권에 우리은행을 합치면 자산이 318조 원에 이른다. 금융지주업계의 ‘빅4’로 불리는 신한금융, KB국민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중 1위인 신한금융의 총자산 317조 원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금융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인수는 은행 부문 진출뿐 아니라 교보생명의 보험영업에도 도움이 된다. 설계사 위주의 영업채널에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것)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영업 노하우에 우리은행 전국 지점망을 더해 영업에 나설 경우 보험업계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우리은행 매각 패키지에 속한 우리카드 덕분에 신용카드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덤으로 얻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보생명은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총 자산 중 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4%가 된다. 은행이 아닌 부문 26%도 보험, 증권, 카드 등 여러 분야에 고루 분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그룹 중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신한금융(은행 69%, 비은행 31%)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패키지 인수에 성공하면 은행업과 카드업 등으로 사업영역이 다각화된다”며 “은행부터 자산운용까지 각 사업 분야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재는 왜 우리은행을 탐낼까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08년 8월5일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20년 전부터 이어진 ‘교보은행’의 꿈


신 회장의 은행에 대한 열망은 오래전부터 품어온 것이다. 그는 지난 9일 기자들 앞에서 “교보은행 계획은 약 20년 전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은행인수에 도전했던 역사는 깊다. 1995년 교보생명은 장기신용은행이 지닌 하나은행 주식 7.05%를 292억 원에 인수했다. 원래 보유하던 하나은행 지분 0.95%를 합쳐 교보생명은 지분 8%로 하나은행 대주주가 됐다. 당시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교보생명이 은행, 보험, 증권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의 길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교보생명이 하나은행의 경영권을 확립한 것은 아니었다. 장기신용은행과 공동 대주주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교보생명이 흔들리면서 하나은행 지분을 정리해야 했다. 당시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이었던 신 회장에게도 뼈아픈 선택이었다.

신 회장은 2011년 KB금융지주 신주와 자신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을 맞교환하는 ‘주식 스와프’로 은행 진입을 시도했다. 교보생명이 KB금융 안에 들어가는 대신 신 회장이 종합금융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기회였다. KB금융도 보험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때라 두 기업의 거래는 순풍을 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난색을 보이면서 신 회장의 시도는 좌절됐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같은 사람이 금융지주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9월 기준으로 주식 스와프가 이뤄질 경우 신 회장은 KB금융 지분 11.1%를 얻어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에게 반대로 경영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한 KB금융지주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의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비슷한 조건을 제안했던 신한금융지주와 거래도 무산됐다.


신 회장은 1년 후 다시 은행 진출을 추진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곳이 12년째 주인을 못 찾고 있던 우리금융이었다. 당시 교보생명은 사모펀드 IMM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할 뜻을 비쳤다.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에 투자설명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해 7월 예비입찰 마감 이틀 전 KB금융이 불참의사를 밝히자 신 회장도 인수를 포기했다. 정치권의 거센 민영화 반대와 유효경쟁 실패로 생길 매각불발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신창재는 왜 우리은행을 탐낼까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앞에서 열린 횡보 염상섭의 상(像) 제막식에 참여해 내빈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신창재 3조 마련의 방안 있나


신 회장은 다시 우리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잠재적 경쟁자들이 눈치만 보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이야말로 신 회장은 숙원을 이룰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돈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교보생명 혼자 결코 마련할 수 없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의 현금 동원능력을 1조3천억 원대로 본다. 보험업법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는 법적으로 규정된 일반계정 자산의 3%까지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일반계정 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특별계정 자산과 미상각신계약비 등 일부 항목을 뺀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조2922억 원의 일반계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인 1조8688억 원에서 자회사 채권과 주식 등을 빼면 실질적으로 교보생명이 현재 우리은행 인수에 쓸 수 있는 돈으로 약 1조3천억 원대가 나온다.

우리은행 전체 인수 금액은 5조~6조 원 대로 추정된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닌 우리금융지주 지분 57% 중 지배권 확립에 필요한 30%만 가져와도 최소 3조 원이 든다. 결국 교보생명은 동원 가능한 돈을 모두 쏟아도 바깥에서 약 1조7천억 원을 들여와야 한다.


교보생명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8일 교보생명은 신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조만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저금리가 길게 이어지면서 채권 수익성이 떨어진 반면 2000년대 초 대량 판매했던 높은 이율의 고정금리 상품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교보생명이 무리하게 우리은행을 인수하려다 오히려 기반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우리은행 민영화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교보생명의 자금동원 능력이 충분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 자금조달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인수 참여를 선언하면서 JP모건과 맥쿼리그룹 등의 도움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는 우리은행 지배권 확립에 필요한 지분 30%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구체적 매각방침을 내놓는 대로 글로벌 투자은행 8곳과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 회장이 이런 과정에서 교보생명을 분할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교보생명을 사업과 지주 부문으로 나눠 지주회사 체제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 아래 교보생명과 우리은행이 들어가게 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간단한 시나리오는 교보생명을 물적분할해 신설 지주회사가 교보생명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라며 “이 경우 기본 교보생명 주주들의 지분율이 지주회사에 그대로 옮겨지므로 동의를 구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적으로 이곳에 교보생명의 현금 자산을 옮긴 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외국계 투자자가 지주회사의 주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JP모건이 직접 지주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은 신설 지주회사의 새 주주로 들어오는 구조를 통해 돈을 투자할 것으로 추측한다”며 “이렇게 되면 신 회장 등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주회사 설립과 컨소시엄을 통해 신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경우 의도했던 것과 달리 경영권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점친다.

◆ 은행 오너 거부감 넘을 수 있나

금융당국이 ‘주인’이 있는 은행이 생기는 것을 마뜩잖게 보는 점도 신 회장에게는 장애물이다. 현재 기업은 금산분리 법률에 따라 은행 경영권을 보유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신 회장이 개인 대주주인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정부가 ‘오너’가 있는 은행을 인정하는 셈이 돼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도 자체 연구보고서에서 “특정 대주주에게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민영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신 회장은 일단 한발 빼는 모습도 보인다. 그는 지난달 ‘횡보 염상섭의 상’ 이전 제막식이 끝난 뒤 “우리은행 가격이 비싸면 안 산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저축은행을 살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다.

이런 발언이 실제로 뒤로 물러서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은행의 주인찾기가 난항인 상황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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