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선임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올해 초 사외이사의 자격요건과 임기제한을 강화한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회사들이 3월 주주총회부터 한바탕 선임 대란을 치른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것이다.
 
커리어케어 헤드헌팅 임원 좌담회, 기업 사외이사로 누가 추천되나

▲ 이영미 커리어케어 부사장(왼쪽)과 윤문재 커리어케어 부사장. <커리어케어>


사외이사 제도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경영진의 독단경영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로 90년대 도입되었으나 그동안 실질적 목소리를 낸 사외이사들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소수주주권, 윤리경영, 경제민주화 등이 새로운 사회·경제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대외적 여론 환기 기능과 내부적 유용성에 주목해 이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90년대 생 젊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카카오 사례에서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음을 엿볼 수 있다. 

선임 과정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에 서치펌을 이용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최근 사외이사 관련 서비스 의뢰를 많이 받고 있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두 본부장을 만나 사외이사 선임 현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영미 부사장(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 윤문재 부사장(미래사업본부 본부장), 윤승연 전무(인사이트사업본부 본부장), 송현순 전무(헬스케어본부 본부장)가 참석했다.

- 연말이 다가오는데 기업들의 사외이사 추천 의뢰가 늘고 있나?

윤문재 부사장: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기업 임원진과 임원후보의 평가 및 추천 의뢰와 더불어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 적정성 검증 문의가 많다. 임원 평가를 하다보면 이사회 평가도 맞물릴 수밖에 없는데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기관으로 헤드헌팅회사에 평가와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윤승연 전무: 대기업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업데이트해 달라고 요청한다. 교체 이슈가 없더라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므로 최근 상황이 반영된 후보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사외이사 선임의 의무가 없는 중견기업도 자산 총액이 늘어나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사외이사 선임에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하고 있다.

- 최근 사외이사 선임 관련하여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지?

이영미 부사장: 사외이사도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진과 임원진 채용 트렌드를 따라간다. 먼저 세대교체인데 경영진이 젊어지고 조직운영도 소위 말하는 요즘 세대에 맞게 변하고 있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임원들도 젊어지고 있다. 카카오 박새롬 사외이사의 사례가 결코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송현순 전무: 여성 후보자를 찾는 문의도 많다. 자산총액 2조 원 초과 상장기업 이사회에는 여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때문에 후보군에서부터 여성 후보자를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여성 임원이 의무가 아닌 기업도 소비재 분야에서는 여성 임원을 선호한다. 60세 이하와 여성 선호, 이 두 가지가 대표적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의뢰가 있다면?

윤 전무: 모 기업에서 글로벌분야 사외이사 후보로 해외사업 확장을 위해 특정 지역의 대사나 영사 출신 임원을 찾은 경우가 있었다. 특정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사업을 한층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대외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떤 금융그룹에서는 HR출신 임원을 찾기도 했다. 정부에서 인력시장과 채용, 근로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부사장: 인문학 출신, 소위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 분야의 인사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도 종종 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 가치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논의하면서 기업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서 결격사유 외에 보는 항목은?

윤 전무: 사외이사 후보는 살펴보는 항목이 많다. 우선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 또 독립성과 공정성, 편향성, 윤리 책임성, 직무 전념성과 성실성도 점검한다. 결격사유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기본이고 사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나 경쟁사 재직자는 대체로 배제된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간혹 경쟁사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했거나 특정 활동을 한 이력이 있으면 독립성과 공정성 이슈에 걸리게 된다.

송현순 전무: 정치색이 없는 것도 중요하다. 유력 대선 주자의 정치적 멘토였거나 여전히 가까운 위치에 있는 실세로 분류되면 선임되기 어렵다. 특히 공기업일수록 정치적 편향성을 많이 보는데 구설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과거의 발언이나 논문, 기부내역까지도 모두 확인해서 평가서를 작성한다. 기업에서 실무진 출신을 선호하지만 교수가 대체로 선임되는 이유가 사실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고 정치적으로도 무색무취한 점 때문이다.

- 그런 항목들을 모두 충족하는 후보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윤 부사장: 공무원 시험처럼 모든 항목에서 기본 이상은 돼야 하고 사회적 이슈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더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달라진다. 사업의 확장이 필요할 때에는 경쟁사 헤드라도 전문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 후보자를 모셔가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곳에서는 사회의 인식과 여러 가치를 담기 위해 다양성이 강조되는 후보자를 선임하기도 한다.

윤 전무: 전문성과 다양성은 특히 상충하기 쉬운 요소다. 전문성이 강조돼 이사회의 구성이 모두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다양성을 위해 전문성을 포기하는 것도 위험하다. 특히 금융회사는 금융관련 지식이 없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인사가 선임되면 회의에서 논의되는 사안에 이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양성이 한 흐름이기는 하나 전문성의 중요성을 넘을 만큼 영향력이 큰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커리어케어 헤드헌팅 임원 좌담회, 기업 사외이사로 누가 추천되나

▲ 윤승연 커리어케어 전무이사(왼쪽)과 송현순 커리어케어 전무이사. <커리어케어>

- 사외이사 후보 검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부사장: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커리어케어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수행하는 평판조회를 통해 가장 깊이 있고 풍부한 평가가 가능하다. 실질적 전문성과 이전 경력의 평판,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평가하고 실효성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전문 서치펌만이 가진 노하우다.

- 일반 평판조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송 전무: 방식에 있어 큰 차이는 없고 항목에서 일반 임원 평판조회에 들어가는 리더십 항목이 빠지고 대신 조율이나 조정 능력을 본다. 이사회의 일원으로 전체 상황을 균형있게 바라보고 의견을 조율하고 조화롭게 융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독불장군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

이 부사장: 사외이사의 경력이 있을 때는 이전에 선임했던 기업 담당자의 피드백이나 함께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한 추천인의 의견을 참조한다. 사외이사의 특징 중 하나는 처음 선임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경력직 사외이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사회 구성과 참석에 노하우가 있는 경험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전 사외이사 경험에 관한 평판은 꼭 확인해야 한다. 

- 후보자 추천 외에 사외이사 관련 서비스가 있나?

윤 전무: 현직 사외이사 평가와 검증 서비스도 한다. 재직 사외이사의 평가는 1년 동안 활동을 평가해서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해당 기업의 사무국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기관에 평가를 맡기려는 수요가 있다.

- 커리어케어에서 시작한 사외이사 등록 서비스의 반응은 어떤가?

윤 부사장: 퇴임 임원과 관련해 기업의 문의가 있었고 협의를 거쳐 현재 커리어케어 서비스에 이력을 등록하고 대기 중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임원들도 관심을 가지고 많이들 등록하고 있다. 전문 경력직 전문 채용포털인 '비즈니스피플'에도 사외이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등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송 전무: 기업에서 후보 추천 의뢰를 할 때 반응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특정 전문성을 가진 후보를 의뢰하거나 필요한 후보자 수가 많을 때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눈치가 있었는데 서비스 런칭 이후에는 믿고 맡기는 분위기다.

- 향후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제도가 어떻게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보나?

윤 부사장: 사회적으로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의 이슈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사외이사 선임을 외부기관을 통하도록 권유되고 있지만 점차 선임뿐만 아니라 평가와 검증 등 이사회에 관한 전 과정이 점차 제도로 확정되고 강제화할 것이다. 객관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관련 컨설팅 수요도 넓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커리어케어와 같은 전문 컨설팅 기관들의 관련 서비스도 더욱 세분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이 부사장: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고 다양한 가치를 담으려는 추세는 전문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아무리 인재는 쏟아져 나와도 기업에 가장 적합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찾으려는 수요는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헤드헌팅회사와 컨설팅회사 등에서 폭넓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전문인력이 더 양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