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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열풍', 카드회사의 결제시장 주도권 유지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12-06 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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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 열풍', 카드회사의 결제시장 주도권 유지될까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등은 카드사의 모바일 결제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시스>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페이’ 열풍에 전통의 카드회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카드회사들이 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카드회사들은 자체 결제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등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페이 열풍이 카드회사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카드업계가 인수합병 등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간편결제 플랫폼 구축에 안간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회사들이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모바일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경쟁력이며 그 플랫폼 안에 공유경제 사업모델이 들어가야 20~30대를 흡수할 수 있다”며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핀테크와 공유경제 생태계를 키우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카셰어링회사 ‘쏘카’와 제휴해 핀테크와 공유제 부문의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20~30대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핀테크와 공유경제 서비스를 받아들여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며 모바일 결제플랫폼 강화에 나섰다. 정 사장은 “기초여건(펀더멘탈)이 되는 기술부터 생활에 도움 되는 작은 응용까지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이름 아래 현대카드만의 속도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락앤리밋’과 ‘가상카드번호’ 등 고객의 카드 사용방식을 모바일앱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에 연구소를 열어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파트너를 찾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내년 1분기 ‘하나페이’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페이는 기존의 앱카드형 간편결제, 유심(USIM)형 카드, 고객정보를 가상 클라우드에 저장해 유심없이 결제할 수 있는 HCE 기반의 결제방식을 같은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모아놓은 결제플랫폼이다.

하나카드는 다른 카드사 고객도 하나페이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성을 강화해 최대한 많은 고객이 하나페이로 결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씨카드와 롯데카드는 최근 KT와 함께 모바일 결제기술 제휴협약을 체결했다. 경쟁 카드사들이 기술제휴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회사들이 간편결제시장에서 다른 카드회사와 제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서로의 장점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와 제휴해 플랫폼 개발과 운영에 참여하는 일도 점차 늘고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삼성페이와 제휴해 온라인 결제망을 맡고 있다. 현재 삼성카드 고객만 온라인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롯데카드 고객은 12월 중 삼성페이 온라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LG전자와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출시될 ‘LG페이’와 관련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 열풍', 카드회사의 결제시장 주도권 유지될까  
▲ 서준희 비씨카드 사장(왼쪽부터),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남규택 KT 부사장이 10월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모바일 기술제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카드사들은 왜 ‘페이’를 경계할까


국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현재 20종 이상 시장에 선을 보였다.

특히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결제의 범용성을 내세워 출시 2개월 만에 국내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코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들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그동안 ‘페이’ 열풍의 수혜주로 꼽혔다.

고객이 어떤 간편결제 서비스를 쓰든 실제 카드를 등록해야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간편결제 서비스와 제휴해 결제망을 제공하는 대신 카드의 거래수수료를 늘릴 수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금융회사들이 간편결제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를 아주 낮게 매기거나 아예 없앤 것도 카드회사에게 이익으로 작용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평균 거래 1건당 전체 금액의 0.3%의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처럼 수수료 0%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간편결제 서비스가 오프라인시장에서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대규모로 확보할 경우 카드회사도 간편결제 서비스 제휴회사에서 빠지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간편결제 서비스가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할 경우 카드회사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을 통한 카드 간편결제가 삼성페이의 등장을 계기로 플라스틱 카드의 이용비중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간편결제 서비스가 플라스틱 카드의 이용률을 점차 잠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다른 핀테크 기술이 결합될 경우 카드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그동안 ‘고객-밴사 혹은 결제중개대행사-카드사-판매자’의 결제방식에서 ‘고객-카카오뱅크-판매자’로 연결되는 ‘앱투앱’ 간편결제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이 간편결제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경우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도 비슷한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카드회사들은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 수익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회사들은 온라인에서 포털사이트 사업자들과 통신사들,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결제시장 주도권을 다퉈야 하는 처지”라며 “카드결제 수수료 수익까지 줄어들 경우 카드회사들이 결제시장에서 차지하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합병으로 ‘페이’ 위기에 대응하나

일부 전업계 카드회사들은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 대형 유통기업과 금융지주사들이 전업계 카드회사를 인수할 후보로 꼽힌다. 양쪽 모두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을 운영할 역량을 갖췄으며 각종 서비스를 연동해 시너지를 내기 쉽다는 것이다.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이 최근 매각설에 휩싸인 것도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 열풍', 카드회사의 결제시장 주도권 유지될까  
▲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이 지난 1일 하나카드 통합 1주년 기념행사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최근 카드가맹점의 거래수수료 인하를 비롯한 각종 악재와 맞닥뜨리고 있다. 여기에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시장 환경이 바뀔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카드회사의 수익도 이전보다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은 최근 ‘하나카드 통합 1주년 기념식’에서 “내년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가고 포인트 자동기부도 법제화할 것”이라며 “카드회사들도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는 내년 1월부터 최대 0.7%포인트까지 내려간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연간 6700억 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사용되지 않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드회사들이 매년 1천억 원 규모의 포인트를 기부해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카드회사가 수행했던 결제시장 기능도 카드 발급과 결제처리 등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카드회사가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범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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