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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판결 연기로 LG화학과 합의 적극 나설까

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 2020-10-27 17: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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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다투는 배터리 소송과 관련한 최종 판결의 지연으로 LG화학과 합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까?

미국당국이 판결을 연기한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거론되나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판결 지연으로 소송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카드였던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권 발동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연된 기간에 LG화학과 합의를 위해 더욱 적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판결 연기로 LG화학과 합의 적극 나설까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2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다투고 있는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 관한 최종 판결을 12월10일로 다시 연기했다. 

배터리업계는 이를 두고 국제무역위가 2월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예비결정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최종 판결을 미룬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국제무역위는 최종결정을 2차례나 미루면서 그 기간도 처음에는 21일, 이번에는 45일을 연기하는 등 지연기간이 더 길어졌다. 

국제무역위가 다루고 있는 영업비밀 소송의 주요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 등을 통해 LG화학의 배터리 영업비밀 기술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무역위는 앞서 2월 LG화학이 주장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인정해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국제무역위가 재판 쟁점을 두고 고심하는 이유를 2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제무역위가 영업비밀 탈취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론을 냈지만 미국 안의 여러 정치적 이슈로 공식 판결화하는 것을 고심한다는 것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제무역위는 최종판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일자리 이슈 등을 포함한 미국 산업에 줄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에서 패소 판정을 받게 되면 배터리셀과 모듈 등에 관한 수입금지조치를 피할 수 없어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일부 미국 완성차기업들과 조지아 주정부 등이 SK이노베이션을 지지하고 있어 국제무역위 고민이 커졌다는 것이다.

포드나 폴크스바겐 등 미국 완성차기업들은 SK이노베이션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어 국제무역위에 의견서를 내는 등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지아 주정부도 SK이노베이션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3억 달러(3500억 원) 규모에 해당하는 혜택을 준 만큼 SK이노베이션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놨다.

두 번째 이유는 국제무역위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은 인정했지만 영업비밀 탈취라고 아직 확인한 것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고심한다는 것이다.

2월 국제무역위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재판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본 것은 아니다.

조기패소 결정으로 달라지는 것은 최종 판결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의 최후 변론절차가 생략되는 것뿐이다. 만일 국제무역위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면 판결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이유로 국제무역위의 최종 판결이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처럼 판결이 유리하게 변경될 여지도 있었지만 만약 최종 판결이 일정대로 나왔다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지아주 일자리 창출 등을 들어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판결이 11월3일 치러질 미국 대선 뒤로 늦춰지면서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불확실한 재판 승소 가능성에 기대하는 것보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더욱 적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판결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다”면서도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도록 두 회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하겠다”면서도 “경쟁사(SK이노베이션)가 진정성을 지니고 소송문제의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9월 이후 합의금액을 좁혀가면서 물밑에서 합의를 계속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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