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21년 3월에 3번째 임기를 마친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지만 다음 회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 등 승계구도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김정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고두형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인물중심 기업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이번에는 세 번째 임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정태 회장이 3번의 임기를 거치는 동안 하나금융그룹은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일 기반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외환은행 통합, 비은행부문 강화, 해외사업 확대 등 김정태 회장의 노력이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만 보험부문 강화 등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도 남아있습니다.
김정태 회장의 거취를 두고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두형 기자(이하 고):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입니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거취 두고 설왕설래
곽: 김정태 회장의 세 번째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태 회장이 물러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김정태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까요?
고: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거취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김정태 회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 후계구도의 불확실성, 코로나19 등 비상상황 등을 고려해 김정태 회장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1년 더 회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곽: ‘어쩔 수 없다’는게 무슨 말인가요?
이미 9년 가까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쉼없이 달려왔는데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라는 무게를 더 안아야 한다는 건가요?
고: 김정태 회장이 9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후임에게 회장을 물려주는 것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회장 승계구도를 놓고 보면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하나금융지주 안팎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은 채용비리 재판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지 않기 위해 김정태 회장이 1년 만이라도 더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곽: 김정태 회장이 물러나고 함영주 부회장이 회장을 이어받았을 때 재판 결과에 따라 회장 공백이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김정태 회장이 1952년에 태어났으니 나이 제한 규정이 문제 되지 않나요?
하나금융그룹도 다른 금융그룹처럼 대표이사 나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김정태 회장의 이번 임기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도 나왔구요.
고: 2021년 3월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김정태 회장은 만 69세입니다.
하나금융그룹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살펴보면 제10조 8항에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곽: 하나금융그룹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려하면 김정태 회장이 1년 더 회장을 맡을 수 있는 근거는 있는 셈이군요.
그런데 금융지주 내부규범에 이른바 ‘70세 퇴진룰’이 만들어진 이유는 뭔가요?
고: 하나금융지주는 2011년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나이 제한 규정을 넣었습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번 연임하는 등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 문제가 이슈되던 시기였습니다. 금융지주들은 연임 횟수를 제한하기보다 나이 제한을 통해 장기집권을 막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곽: 그렇군요. 나이 제한이 법에 명시된 것도 아니고 내부규범에 규정된 것이니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 등을 통해 변경할 여지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김정태 회장이 1년 더 회장을 맡게 되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이번에 재연임에 성공해서 금융지주회장의 연임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김정태 회장은 이미 3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고 재연임할 때 상당히 시끌시끌했는데요.
고: 그렇습니다. 김정태 회장은 두 번째 연임을 하기 위한 회장 선임절차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금융혁신과 금융적폐 청산을 강도높게 주문했고 2017년 말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금융지주사의 승계구조가 기존 회장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이를 손볼 것을 요구했습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유력하다가 여겨지는 금융지주사 회장후보를 인사조치해 대안을 세울 수 없게 만들고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라고도 꼬집기도 했고요.
또한 2018년 1월14일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종합검사가 마무리된 뒤에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할 것을 직접적으로 권고했으나 하나금융지주는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했고 김정태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곽: 거기다 주주총회 의결절차를 남겨둔 상태에서 김정태 회장과 날을 세웠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사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만약 김정태 회장이 이번에 한 번 더 연임하려는 분위기를 보인다면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 네, 그렇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금감원 등과 소송도 벌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연기되긴 했지만 종합검사도 앞두고 있구요.
곽: 이런 후폭풍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만약 김정태 회장이 임기를 1년 더 이어간다면 그만큼 하나금융지주의 후계구도가 불안하다는 반증일 수 있겠네요.
고: 하나금융지주가 출범한지 15년 정도 된 점을 고려하면 아직 지주회사체계가 굳건하게 자리잡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강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곽: 하나금융지주 내부에서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김정태 회장에게 임기를 좀 더 이어가 달라는 요청을 할 수도 있겠군요.
김정태 회장이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빠진 점도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요?
고: 네 그렇습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되 대표이사 회장은 연임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위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연임하면서 회추위 구성원도 지난해와 같습니다. 김정태 회장이 연임할 의사가 확실하게 없다면 위원회에 참여할 수도 있었으나 김정태 회장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성장 위해 쉼 없이 달려
곽: 김정태 회장이 3번의 임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1년이나마 회장을 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김정태 회장이 이뤄낸 것이 많았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지주를 총자산 421조 원, 순이익 2조4천억 원을 거두는 회사로 키웠습니다. 임기 첫 해였던 2012년 말 기준 총자산 284조 원, 순이익 1조7천억 원과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일들을 생각해 볼 때 김정태 회장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아닐까요?
고: 네 그렇습니다. 하나금융지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빠르게 마무리한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맡은 뒤 특유의 돌파력과 설득을 통해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이뤄냈습니다. 2017년까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김 회장이 불굴의 의지로 이를 2년가량 앞당겼습니다.
곽: 당시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가 매우 거셌는데 김 회장의 ‘뚝심경영’이 그때 당시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그렇다면 통합 이후 하나은행은 어느 정도 성장했나요?
고: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통합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16년 순이익 1조3천억 원을 거뒀습니다. 이는 2015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요.
시너지효과가 커지면서 2017년부터 순이익 2조 원 이상을 거두고 있고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 1조62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KB국민은행이 1조2573억 원, 신한은행이 1조1407억 원인 것을 비교하면 급성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른 것도 외환은행과 조기통합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곽: 네. 그리고 김정태 회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에서도 성과를 보여주지 않았나요?
특히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를 키우는데 공을 들였던 걸로 아는데요.
고: 맞습니다. 하나금융투자를 자기자본 4조 원대 초대형 증권사로 키워낸 점도 성과입니다.
김정태 회장이 첫 임기를 시작했던 2012년 3월 기준 하나금융투자(당시 하나대투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6천억 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2018년 1조2천억 원, 2020년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자기자본 4조 원을 갖춘 증권사로 발돋움했습니다.
곽: 김정태 회장이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쳐 증권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죠.
은행의 순이자마진 감소, 투자금융 확대 등으로 금융지주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투자의 성장이 앞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에 큰 보탬이 되겠군요.
고: 그렇습니다. 김정태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계열사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 상반기 하나금융투자 등 비은행부문에서 순이익 4079억 원을 내며 전체 순이익(1조3446억 원) 가운데 30.3%를 차지했습니다.
곽: 김정태 회장이 8년 반 동안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었으니 성과도 많을 수밖에 없군요.
그럼 아쉬운 점은 없을까요?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비교해 하나금융지주가 부족한 면도 있을 텐데요.
고: 보험계열사의 더딘 성장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하나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233억 원 거뒀습니다.
신한생명(916억 원)과 오렌지라이프(1375억 원), KB손해보험(1438억 원)과 KB생명(118억 원)의 순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하나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순이익 경쟁을 벌이려면 보험계열사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곽: 올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지 않았나요?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고: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올해 6월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켰지만 실적에 보탬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곽: 그래서 생명보험사 매각설 나올 때마다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이름 오르내리는 거군요.
라이나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던데 김정태 회장이 임기 마지막까지 눈여겨볼 만 하겠군요.
고: 하나생명은 2020년 6월 말 기준 총자산 4조8천억 원으로 생명보험사 24곳 가운데 20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만 약 1조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을 두고 인수합병을 위해 자본확충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보아 김정태 회장이 임기 내에 괜찮은 생명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념 인수합병에 나설 매우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곽: 하나금융지주는 역사상 김정태 회장을 빼곤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3번의 임기 동안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을 이끌었고 디지털 전환,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기반도 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에서 회장의 오랜 임기를 놓고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말 이번을 마지막으로 물러날지 아니면 다시 연임에 나설지 김정태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저희가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하나금융지주 후계구도에 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려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