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품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도 만날까?
정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품질경영의 한 축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 정 회장이 현대차 노조 지도부를 만난다면 품질문제는 물론 노사관계 개선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반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23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정 회장 취임 뒤 품질문제와 4차산업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정 회장과 생산업무를 총괄하는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3자 회동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22일 현대차 노조가 발행하는 지부신문을 통해 “3자 회동 제안은 노조의 미래 비전을 그룹 오너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4차산업시대 정 회장이 꿈꾸는 친환경 모빌리티기업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취임 뒤 세타2엔진과 관련한 조 단위의 대규모 품질비용을 인식하고 조직재편으로 회사의 품질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기로 하는 등 현대차의 품질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취임사에서도 ‘고객’과 ‘품질’을 제1과제로 내세웠다.
현대차가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설계 등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직접 차량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2년 연속 파업없이 추석 전에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부장 역시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무엇보다 품질문제를 강조해왔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대규모 품질비용을 낳은 경영진을 문책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상황이지만 회사 발전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3자 회동을 바라는 기류는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 입장에서도 자동차엔진 등 품질문제로 한 분기에 조 단위 손실로 노동자와 주주에게 피해 준 경영진의 문책이 필요하다는 현대차 노조의 주장에 마냥 귀를 닫는 일은 명분이 약할 수 있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지부는
정의선 회장 취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젊은 경영인답게 진취적 사고로 새롭게 거듭나는 현대차그룹을 만들기 바란다”며 만남에 기대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 취임 뒤 현대차의 조직재편과 함께 기존 임원진에 대한 인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에따라 정 회장이 인사의 방향을 잡은 뒤 품질문제 개선과 협력을 위해 이 지부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이 이 지부장을 만난다면 내연기관차시대의 낡은 노사관계를 미래를 향한 협력관계로 바꾼다는 의미도 지닐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시대가 오면 자동차 부품감소와 생산 자동화 강화 등으로 현장 노동자가 현재 인력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차시대에는 인력운용 계획 등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산업구조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사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
현대차 노조도 시대 변화에 따라 방향 전환이 요구받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차 노조는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에는 사측과 강하게 대립하면서 강성 노조로 평가됐는데 이런 흐름을 고집하는 것은 미래차시대에 득될 것이 없다.
물론 정 회장과 이 지부장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뒤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는 쪽으로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현대차에는 노사관계를 오랜 기간 이끈 윤여철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이 상근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만남을 위해서는 정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성명서와 노조신문 등을 통해 지속해서 3자 회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 측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