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결함을 계속 은폐하면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결함 이슈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8월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두 차례나 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엔진오일 결함을 짚고 자동차 안전문제에 대처하는 현대차와 국토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더 뉴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매달 1만 대 이상 팔리며 국내 월별 자동차 판매순위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국감 등을 통해 현대차의 세타2엔진 결함 문제를 제기해 평생 보증 약속을 이끌어 낸 경험이 있다.
더 뉴 그랜저의 결함은 무엇인지, 자동차 결함 문제에 대처하는 현대차와 국토부의 개선점은 무엇인지 박 의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결함은 무엇인가.
“더 뉴 그랜저에서 엔진오일이 감소하는 결함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있었던 현대차의 세타2엔진 결함과 매우 동일한 현상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엔진오일이 새서 엔진룸으로 들어가면 화재가 발생하고 냉각수 쪽으로 흘러 들어가면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시동이 꺼지면 자동차 특성상 브레이크, 핸들조작이 안 된다. 상상해보면 알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나는 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끔찍한 일이다.
엔진오일 감소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해 온 세타2엔진의 고질적 증상이다.
지금도 의원실 메일과 전화로 더 뉴 그랜저와 관련해 하루에 10~20여 건에 달하는 구체적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아주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진오일 감소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잘 모르고 그냥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 현대차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현대차의 대처는 더 기가 막히다.
엔진오일 감소 증상으로 현대차 공식차량 장비 서비스센터인 ‘블루핸즈’를 찾으면 오일 주입구를 봉인하고 일정 거리를 더 타본 뒤 확인하자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소비자를 시험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올 정도로 안이한 대처다.
현대차가 결함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점 역시 과거 세타2엔진 결함 문제와 아주 유사하다.
세타2엔진이나 싼타페 고압펌프 등 현대차의 결함 은폐 축소의 문제를 제기하고 리콜 결정이나 무한보증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선제적으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토부는 2016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부가 위험을 늑장대응하며 방치하고 있는 점 역시 과거 세타2엔진 문제 때랑 똑같다.”
- 국토부는 더 뉴 그랜저 결함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24일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엔진오일 감소 결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더 뉴 그랜저의 엔진오일 감소 증상은 5월부터 문제가 제기됐는데 국토부는 7월30일에서야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국토부는 더 뉴 그랜저 결함 문제를 놓고 철저한 관리감독은커녕 관련 사안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국토부는 현재 결함 여부를 판단해 9월 중 리콜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두려움을 안고 차를 타야 하는 소비자를 향한 보호조치는 전혀 없다.
일각에서 국토부가 현대차의 출장소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가 현대차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현대차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토부가 왜 자동차 결함에 안이하게 대처한다고 보나.
“국토부는 자동차 안전 관련해 구조적 문제를 여럿 지니고 있다.
우선 자기인증제도가 문제다.
자기인증제도는 자동차 제작사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증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자동차 결함과 관련한 관리감독은 최종적으로 제작사가 아닌 국토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토부가 제작사에게 안전 문제 책임을 떠넘기면 문제 척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도 문제점이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서비스센터인 블루핸즈의 지정공업사 대표가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있었던 현대차 대상 중재위원회에서는 해당 위원이 중재위원장까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안전하자심의원회 위원을 임명하는데 이 가운데는 자동차 관련 사업자 임원직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현대차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처럼 구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고 국민들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금 국토부에 있다. 자동차 결함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의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
- 앞으로 더 뉴 그랜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현대차가 결함을 해결하기는커녕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계속 은폐하는 데만 급급한다면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더욱 공론화하려고 한다.
자동차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개정돼야 할 법률이 있다면 법안 발의도 적극 추진하겠다.
2016년 일어난 부산 싼타페 사건(운전자를 제외한 동승자 3명이 모두 숨지면서 급발진 논란이 벌어진 사건) 피해자이자 운전자가 운전자 과실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가 막혀서 20대 국회 때 처음 자동차 결함 이슈에 관심을 지니게 됐다.
이후 국회에서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 자동차 교환·환불·리콜 제도개선 공청회, 국정감사, 대정부 질의 등을 통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현대차 세타2엔진 강제 리콜, 현대차의 세타2엔진 평생 보증 약속 등을 이끌어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이익만을 쫓는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무능과 방조 때문에 일어났다.
현대차 결함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금도 현대차 결함과 관련해 많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21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몸담았던 진보성향의 정치인으로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 지역구를 지키며 재선에 성공했다.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분야에서 진보적 법안을 다수 발의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 재벌 저격수로 불린다. 21대 국회에서는 예상결산특별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