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초선의원 비중이 높은데 그 가운데 여성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 도약을 꾀하는 여성 초선 의원 5인을 살펴본다.
■ 방송 : 이슈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류근영 기자
곽 : 안녕하십니까. 채널후 곽보현입니다.
그동안 저희가 여야의 대선주자급 인물들을 주로 다뤄봤는데요.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21대 국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초선 의원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와 21대 국회에서 떠오르는 초선 의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류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입니다.
곽 : 어떤 초선의원들을 준비했나요.
류 : 미래통합당의 윤희숙 배현진, 더불어민주당의 양향자, 고민정 의원,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 등을 준비했습니다.
곽 : 보니까 다 여성의원들이네요.
류 : 일부러 여성의원들만 고르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고르고 나서 보니 다 여성의원들이더라고요. 어느 때보다도 여성 초선 의원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곽 : 그럼 바로 윤희숙 의원부터 살펴볼까요?
◆ 윤희숙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스타덤, 경제 전문가 몸값 더 높아진다
류 : 윤희숙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가장 떠오른 초선 의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꼭 초선 의원들만이 아니라 전체 국회의원들을 다 놓고 봐도 윤 의원만큼 뜬 의원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7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5분 발언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이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여기저기 공유되고 확산되면서 윤 의원이 이름과 얼굴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게 됐죠.
곽 : 정말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이른바 ‘임대차3법’이 통과된 본회의에서 나온 연설이라 더 주목 받았던 것 같아요.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진 가운데 윤 의원이 이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에 미친 효과들도 적지 않았죠?
류 : 네. 먼저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의 한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윤 의원 연설 이후 통합당은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인 반면 민주당은 내림세를 보였거든요. 급기야 통합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을 앞선 여론조사도 나왔습니다. 이게 통합당 창당 이후이기도 하지만 그 전의 보수정당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입니다.
곽 : 물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희숙 의원의 연설이 통합당 지지율을 올린 결정적 요인이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지율 변동에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정부여당에 실망한 국민들의 지지가 일부 통합당 쪽으로 이탈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통합당 내에서는 윤희숙 효과가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 같네요.
류 : 네. 윤 의원의 연설로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여론조사 지지율도 오르자 통합당 내에서는 상당히 고무적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통합당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윤 의원 연설이 반향을 얻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이 사건 이후로 통합당 내에서 장외투쟁 얘기는 쏙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7월까지만 해도 통합당이 국회 의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느껴졌고 장외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윤 의원 발언 이후에 장외투쟁 얘기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오히려 원내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윤 의원처럼 논리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전략으로 완전히 선회했습니다.
곽 : 윤 의원이 주목을 받으면서 윤 의원을 다음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아요.
온라인상에서는 윤 의원에게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말들도 들리고요.
류 : 윤 의원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실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의원 본인 의사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준비를 갖추고 나서면 가능성 있는 서울시장 후보 중 하나다”고 말한 적이 있고요.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윤 의원은 아주 뛰어나고 눈부신 인재 중 한 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성 의원은 초선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는 선수에 관계없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받드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곽 : 그럼 정말 통합당에서 윤희숙 서울시장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 : 현재로서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윤 의원이 큰 거 한방 터뜨린 것은 맞지만 연설 한 번 잘한 효과가 계속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물론 당지도부가 공개적으로는 초선 의원도 서울시장과 같은 중책을 맡을 수 있다고 하긴 하지만 당내에 초선인 윤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서기에는 아직 약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곽 : 그래도 윤 의원이 앞으로 더 비중 있는 정치인이 될 잠재력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얼마 안되는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 문제는 점차 정치권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코로나19로 경제가 입는 타격도 클 테고 여러 가지 경제와 관련된 문제가 점차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류 : 윤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보기 드문 경제 전문가입니다. 경제학자, 경제부처 관료, 기업인, 경제단체 등의 경력을 지닌 국회의원을 다 모아도 20명 안쪽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 중 윤 의원은 정말 경제를 제대로 공부한 경제 전문가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원 출신이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곽 : 정치권 입문 전 이력을 보니 진짜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막연히 기업인이나 경제관료들이 경제를 아는 것과 경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경제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거든요.
KDI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승민, 이혜훈 전 의원과 비슷한 측면도 있네요. 유승민 이혜훈 전 의원이 다 무게감 있는 정치인인 만큼 윤 의원도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기대가 되네요.
류 : 혹시 ‘1970년대 출생의 경제를 잘 아는 사람’, 이 말 기억하시나요? 우리 방송에서도 몇 번 나왔죠.
곽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원하는 대선주자의 모습 맞죠?
류 : 네. 그렇습니다. 이 말에 근거해 저희가 김세연, 홍정욱 전 의원 같은 1970년대 출생 인물이 대선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윤희숙 의원도 1970년대 출생 경제를 잘 아는 인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출생이 딱 1970년이고요.
경제를 잘 안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고요.
곽 : 앞으로도 21대 국회에서 경제 전문가로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윤희숙 의원은 초선이지만 최근 언론에 자주 비춰지고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초선이라기 보다는 중진 같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민주당에서도 중진 같은 초선 의원이 있습니다. 바로 양향자 의원입니다.
◆ ‘중진 같은 초선’ 양향자, 민주당 경제정당 만들기 앞장선다
류 : 양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적이 있어서 정치권에서 낯설지 않은 인물입니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당 지도부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친숙한 면도 있죠.
원래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영입한 인물인데요. 20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습니다. 비록 의석을 얻지는 못했지만 2016년 8월27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올랐습니다.
양 의원은 그때에 이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최고위원에 올랐습니다.
곽 : 양 의원하면 고졸 출신에 삼성전자 상무에까지 오른 성공신화가 잘 알려져 있죠.
고졸 출신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이었을텐데요. 게다가 여성이고 육아까지 병행하면서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여당 최고위원 등을 거친 고졸 성공 스토리가 양 의원의 큰 정치적 자산인 것 같습니다.
류 : 앞서 살펴본 윤희숙 의원이 서울대를 졸업해 해외유학을 다녀온 엘리트라면 양 의원은 흙수저였다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상고를 나온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 보조 업무를 하는 평사원에서 시작해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에까지 올랐습니다.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흔치 않은 커리어인데요. 당시 보통 상고 출신 평사원이 대기업에서 하는 일이 복사, 문서 업무 보조, 정리 정돈 등등 이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임원으로서 양 의원 직함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팀 상무란 말이죠. 연구개발을 하는 곳의 임원이 된 건데요.
삼성전자 관계자 얘기를 빌리면 개발실 구성원은 대개 이공계 출신이 많은데 학사 출신이 많고 석박사도 꽤 된다고 합니다.
상고 출신 평사원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임원에까지 올랐다는 게 상당히 이례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양 의원 최종학력이 고졸은 아니고요. 이후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긴 했습니다.
어쨌든 삼성전자 다니는 사람들 말 들어보면 고졸 출신 평사원이 개발실 임원이 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합니다.
곽 : 듣고 보니 정말 입지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성공 스토리가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양 의원의 앞날을 저희가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양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총선 직후에 치러진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올랐는데요. 이 때 예상을 깨고 지금 사회부총리인 유은혜 의원을 꺾고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드디어 원내에 진출한 데다 전당대회에서 다시 최고위원에 당선됐고요.
앞으로 민주당을 경제정당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받습니다.
류 : 윤희숙 의원 얘기할 때도 앞으로 경제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잖아요.
양 의원은 경제학을 학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여당 내 경제 전문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일할 때 개발실 있었고 본인이 특허도 다수 있는 만큼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역할도 기대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입각이 거론된 적이 있었고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같은 이슈가 중요하게 떠오르는 상황에서 양 의원의 몸값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인도 경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한 뒤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양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경제 측면에서도 제대로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에 실질적으로 경제, 과학기술산업 분야에서 일을 한 사람이 없다고 하면 믿어주겠는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경제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 21대 국회 유망주 고민정, 정치에서 진짜 실력 보여줄까
곽 :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가운데 양향자 의원 말고도 왠지 중진 같은 정치인이 또 있는데요.
바로 고민정 의원입니다.
아나운서 출신이라 얼굴이 잘 알려져 있고 청와대 대변인을 맡으며 일종의 정치적 스펙도 쌓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구을에 나와서 미래통합당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인지도, 청와대 경력, 거물을 꺾고 국회의원에 오른 이력 덕분에 순식간에 차세대 여성 정치인으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류 : 정치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밤낮으로 고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내 이름과 얼굴을 어떻게 알릴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인데요.
사실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은 당선되기 전에도 그렇고 당선된 뒤에도 그렇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을 겁니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봤을 때 자기 지역 국회의원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꽤 되거든요. 더군다나 정치신인이 큰 꿈을 품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다면 자기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게 매우 중요하죠.
고민정 의원은 그럼 점에서 어떤 초선 의원보다도 유리한 면이 있는거죠.
다만 정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거든요. 이전에는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경력, 높은 인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이런 것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면 이제는 정글 같은 정치권에서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리스크도 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뉴스거리가 안 되는 일들이 고민정 의원과 관련해서는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는데요.
많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남들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곽 : 그러고 보면 주목을 많이 받다 보니 다른 사람은 그냥 넘어갈 일도 크게 보도되는 사례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에서 추진하는 강좌 ‘고민정의 고클래스’라는 게 있는데 여기에 고 의원의 남편 조기영 시인을 강사로 섭외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죠.
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분들이 있으면 남편을 강연자에서 빼겠다”고 했는데 이후 다시 “댓글 가운데 99% 정도가 남편을 강사로 계속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냥 섭외하기로 한 일이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류 : 악의적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 가운데 고 의원과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있는데요. 이 분이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거든요.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가짜뉴스들이 만들어져서 마치 고 의원이 불륜을 했다는 식으로 인터넷상으로 동영상 등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곳은 가짜뉴스는 아닌데 ‘민주당 고X정 불륜’ 이런 식으로 제목을 만들었거든요. 이렇게 쓰면 누구라도 고 의원을 떠올리겠죠.
곽 : 아마 조회 수를 높이려고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일종의 낚시성 제목을 다는 사례도 많아지는 것 같네요. 마땅히 삼가야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어쨌든 고민정 의원이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 같아요.
주목을 받는 만큼 더 도약하려면 정치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류 :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가 입법 활동인 만큼 여러 가지 법안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여성 의원답게 양성평등을 위한 법안도 냈는데요.
성폭력 처벌법에 명시된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불쾌감’으로 바꾸는 내용의 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고 의원이 법안 발의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수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행위자의 잘못된 행위를 전제하고 있는데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느껴야 하는 감정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은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향후 성차별 언어를 성평등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하겠다.“
◆ 보수의 젊은 피 배현진, 통합당 저격수 역할 맡나
곽 : 고민정 의원 얘기를 하다보니 같은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도 떠오릅니다.
류 : 저희가 총선특집을 할 때 배현진 의원을 다룬 적이 있죠.
21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배 의원이 보수의 세대교체 주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 배 의원이 총선에서 금배지를 쟁취했습니다.
배 의원은 1983년 태어나 만36세의 매우 젊은 정치인입니다. 통합당에서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 중 가장 젊습니다.
통합당에서 얼마 안 되는 서울 지역구 의원이기도 한 데다 민주당의 거물급 중진인 최재성 전 의원을 꺾어서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최 전 의원이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고 ‘문재인의 호위무사’라는 별명도 있는데요. 배 의원이 최재성 전 의원을 문재인 대통령 곁으로 돌려보낸 셈이 됐습니다. 최 전 의원은 낙선한 뒤 청와대 인사 개편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곽 : 지금 미래통합당 상황을 보면 배 의원이 다음 여성 정치인 대표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통합당에서 여성 중진 정치인들이 많이 안보이거든요. 4선 나경원 전 의원도 낙선했죠. 3선 이혜훈 의원도 낙선했죠.
20대 국회의 초재선 여성 의원들 가운데도 21대 국회에서 살아남은 분이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민주당도 여성 중진이 이번에 대거 정부에 남게 되면서 여성 중진 정치인이 옅어졌다고 하는데 통합당은 더 심한 것 같아요. 중진은커녕 재선 이상의 존재감 있는 여성 의원들이 잘 보이지 않거든요.
여성 초선 의원들이 중진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고 어떻게 보면 정치 신인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살펴봤던 윤희숙 의원도 이런 상황에서 더 빛이 난 것 같고요.
배 의원도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저희가 총선특집에서 말한 것처럼 보수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배 의원도 이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일 것 같은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류 : 배 의원은 지금 미래통합당의 대변인을 맡으며 통합당의 얼굴, 통합당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까마득한 정치 선배들과 충돌도 있었습니다.
곽 : 최근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쓴소리를 했죠?
김 전 지사가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일이 있었는데요.
경찰이 김 전 지사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자고 하니까 자기가 의원을 세 번 했다며 막 고함을 치는 동영상이 떠돌며 국민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류 : 네. 그러자 배 의원이 이를 꼬집는 말을 했습니다.
배 의원은 자기 페이스북에다가 이렇게 썼습니다.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인가. 주목받는 인물일수록 정부의 방역조치에 더욱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곽 : 극우세력들이 모였다는 광화문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비판한 거네요.
극우와 선을 그으려는 통합당의 뜻을 대변한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류 : 나중에 김문수 전 지사는 재차 반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자기 페이스북에다가 검사결과 음성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사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 적 없고 하지도 않았는데 야당 대변인이 무슨 홍두깨인가. 검사는 자발적으로 가서 받거나 또는 검사명령에 따라서 받는 것 아닌가. 경찰관들이 밤 늦게 귀가하는 저를 붙들어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자고 하면 순순히 같이 가라는 말을 배현진 대변인이 하고 있는 것인가.“
배 의원은 김 전 지사말고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과도 언쟁을 벌였습니다.
전에 통합당이 민주당의 임대차3법 강행처리를 놓고 ‘의회 독재’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김부겸 전 의원이 이를 두고 “누가 누구더러 독재라고 눈을 부라리느냐”라고 했는데요.
배 의원이 김 전 의원을 향해 “장관까지 지낸 분이 어찌 격 떨어지는 말씀을 함부로 뱉으셨을까. 본인도 21대 총선에서 지역민들게 심판받은 당사자 아닌가”라고 받아쳤습니다.
이에 김부겸 전 의원도 “섣불리 공격수, 저격수 노릇 하다 멍드는 건 자신이고 부끄러움은 지역구민 몫이 된다”고 되받아치기도 했습니다.
곽 : 지금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도 신인 시절 저격수 역할을 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당내에서 인정 받으며 쭉 성장한 사람이 꽤 있는데요.
배 의원이 아나운서 출신인 데다 대변인을 맡고 있으니 더 그런 역할을 요구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배 의원이 저격수 역할을 할지 아니면 다른 자리를 맡을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류호정, 소수정당 한계 뛰어 넘어 진보정치 가능성 보여줄까
곽 : 지금까지 거대 양당의 여성 초선 의원들을 살펴봤는데요.
소수 정당에서도 여성 초선 의원들이 상당히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거대 양당보다 소수 정당의 여성 의원 비중은 더 높은데요.
류 : 21대 국회가 들어선 뒤 가장 눈에 띄는 초선의원을 꼽는다면 앞서 봤던 윤희숙 의원과 함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국회 본회의에 ‘빨간 원피스’로 나온 일이 큰 화제가 됐죠.
곽 : 네. 류 의원이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온 것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심지어 성희롱을 하는 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과거 ‘백바지’ 차림새도 이때 다시 거론됐죠.
류 : 네. 17년 전 국회의원이었던 유시민 이시장은 정장에 넥타이 대신 하얀 면바지에 자켓을 입고 국회 선서식에 참석했다가 동료 의원들의 거센 질타와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다만 유 이사장이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욕을 먹은 반면 류 의원을 비판하는 동료 정치인들이 없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빨간 원피스 논란으로 류 의원은 더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원래도 류 의원은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1992년 출생으로 20대 국회의원입니다.
젊은 정치인이고 우리 정치의 대표 진보정당인 정의당 소속인 만큼 여성의 인권을 높이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일에도 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빨간 원피스 논란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시선도 있고요.
최근 1호 법안으로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때 국회에 노란 대자보 100장을 붙였고 직접 붙이는 장면도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곽 : 대자보를 붙이는 것은 대학생 때 종종 했는데요. 젊은 감각에서 비롯된 정치 방식인 것 같기도 하네요.
류 의원이 진보정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힘이 약한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거든요.
류 : 말씀하신대로 소수정당으로서 진보정치를 밀고 나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윤희숙 양향자 고민정 배현진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반면 류호정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입니다.
류 의원이 22대 총선에서 다시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데요. 보통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비례대표가 후보 개인의 경쟁력보다는 당의 지지율을 힘입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기회를 줬으면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게 관습처럼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 거대 양당을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 외에 지역구 의석을 얻은 사람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무소속 의원들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류 의원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 21대 국회에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정치인이 재선, 3선을 하면서 기존에 추진했던 일도 계속 밀고나가는 힘을 얻는 것이잖아요.
진보정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심상정 대표나 과거 노회찬 의원 같은 진보정치의 중진, 스타 정치인들이 계속 나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진보정당의 어려운 숙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곽 : 지금까지 채널WHO에서 21대 국회에서 기대를 받는 여성 초선 의원들 5명을 살펴봤는데요.
21대 국회의원 구성을 보면 초선 의원이 151명이나 됩니다. 50%를 넘는 비중입니다. 그런데 여성 의원은 57명으로 20%가 못 됩니다.
남성과 여성 인구 비율이 대충 50 대 50 일텐데 국회에서는 남성 대 여성이 80 대 20 수준인 셈입니다.
특별히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남성에게 더 적합한 일인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아직도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지 않나 싶은 대목입니다.
아무쪼록 여성 초선 의원들이 더 활발히 활동하고 정치적으로 성과를 내서 더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