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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동빈 회장 법률대리인 김앤장 이혜광 변호사(왼쪽)와 신동주 전 부회장 법률대리인 양헌 김수창 변호사가 각각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가운데 누가 먼저 웃을까?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의 서막이 올랐다.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손실 규모와 책임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28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3건의 소송 가운데 가장 먼저 재판이 열린 것이다. 애초 이번 가처분 신청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으로 제기됐으나 재판부는 이를 분리해 심리하기로 했다.
롯데쇼핑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현재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있다는 점을 들어 상법상 소송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이날 법정에 참석하지 않은 채 양측 법률 대리인들이 나서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변호는 법무법인 양헌이, 신동빈 회장 측은 김앤장이 맡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변호인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로 대주주로서 권리를 내세웠다.
김수창 변호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3.46%를 보유한 대주주”라며 “롯데쇼핑 중국사업의 정확한 손실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감독하고 시정할 목적으로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이 2011년 753억 원에서 지난해 5549억 원으로 손실이 불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주요 종속회사만 분석한 누적 손실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며 “공개되지 않은 회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는 이에 앞서 에비타(EBITDA,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손실액은 1600억 원 정도일 뿐이라고 중국사업 1조 원대 손실 주장을 일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이 거액의 해외투자를 진행하면서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도 이를 감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롯데쇼핑이 무모하게 밑 빠진 독에 투자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은 롯데쇼핑을 감독해서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재검토하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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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법정 공방이 시작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신동빈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개인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이혜광 변호사는 “상법에서는 부당한 목적의 경우 가처분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 회계장부를 열람해 증거를 확보하고 형사소송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개인적 목적 달성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성과를 깎아내리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신동빈 회장 측은 또 롯데쇼핑 중국사업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중국진출을 결정한 것이며 그에 대한 상세한 보고도 이뤄져왔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측은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손실도 유통 대기업의 해외사업 진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 뿐 경영진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측 법률대리인을 통한 법정 공방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재판부는 2차 심문기일을 5주 뒤인 12월2일 오후 4시로 정했다.
가처분 신청은 길게는 1~2년이 소요되는 본안 소송 전에 시급한 효력을 얻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가처분 신청은 11월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법률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나머지 2건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나아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롯데쇼핑 내부 회계자료를 샅샅이 파헤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나아가 경영상의 약점이 드러날 경우 형사소송을 제기해 책임 추궁에 나설 수도 있다. 또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삼아 이를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 준비 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격은 다소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신동빈 회장은 28일 낮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동빈 회장은 23일 출국해 한일 재계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귀국길 공항에서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를 만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