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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신화를 썼던 SK컴즈는 왜 초라해졌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10 23: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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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신화를 썼던 SK컴즈는 왜 초라해졌나  
▲ 이한상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규모 사업조정을 단행해 적자규모를 줄였지만 10분기 연속 적자행진 탈출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을 연이어 성공시켰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정신’은 키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11일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5억71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컴즈의 손실규모는 직전분기 대비 68.5% 줄었고 지난해 1분기보다 46.4% 감소했다. SK컴즈는 2011년 4분기 40억82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년이 넘도록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력감축 등 사업조정이 이뤄지면서 영업비용을 크게 줄였지만 순손실 규모가 워낙 커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SK컴즈의 올해 1분기 순손실 규모는 74억300만 원이다. 직전 분기보다 71.6%나 적자폭을 줄였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


매출은 238억1300만 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보다 13.1%, 지난해 1분기보다 28.0% 줄어든 액수다.


김문수 SK컴즈 기획조정실장은 “사업조정 이후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비용구조 효율화 등 수익성을 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의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카메라 사진 애플리케이션인 싸이메라가 해외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화’ 쓰다가 ‘나락’으로 추락


SK컴즈는 2003년 인수한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통해 한 때 ‘대박신화’를 썼다. ‘미니홈피’를 앞세웠던 싸이월드는 2007년 회원 수 2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민 SNS’로 불렸다.


당시 미니홈피가 없으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싸이월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사이버화폐인 ‘도토리’는 싸이월드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2000년대 중반 하루 매출 3억 원, 연 매출 1천억 원을 SK컴즈에 가져다 줬다.


SK컴즈의 실시간 PC메신저인 네이트온도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자랑했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네이트온은 출시 2년 만인 2005년 전통의 강자였던 MSN 메신저를 눌렀다. 네이트온은 지난해 말까지 PC메신저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에 힘입어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의 점유율은 한 때 두 자리 수를 넘기도 했다. 특히 2009년 선보인 ‘시멘틱 검색’이 인기를 끌며 2010년 7월 한 때 검색 점유율 12%를 기록했다. 시멘틱 검색은 검색어가 포함된 문장 및 단락의 의미를 분석해 다양한 주제별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SK컴즈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싸이월드의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덩달아 SK컴즈의 실적도 나빠졌다. 싸이월드 가입자는 현재 거의 3천만 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휴면회원이다. 최근 한 달 평균 이용자 수가 2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네이트온도 좋은 시절이 끝났다. 네이트온은 지난 1월 PC메신저 후발주자인 카카오톡 PC버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카카오톡 PC버전의 1월 이용자 수는 412만 명을 돌파해 405만 명을 기록한 네이트온을 앞질렀다. 카카오톡 PC버전과 네이트온의 격차는 최근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회사 닐슨코리아클릭은 지난 3월 카카오톡 PC버전의 이용자 수가 663만 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네이트온 이용자 수는 578만 명이었다.


네이트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네이트는 1%대에 불과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줌닷컴에 국내 포털 3위 자리마저 내줬다.


SK컴즈는 지난해 12월 생존을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컴즈는 750여 명이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임원급인 부문별 최고책임자 직급도 모두 없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사무실 절반까지 비웠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싸이월드는 분사해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2011년 해외진출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선보였던 ‘글로벌 싸이월드’ 시험 서비스도 지난 2월 종료했다. 싸이월드는 지난달 8일 SK컴즈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종업원지주회사로 출발했다. 새롭게 출발한 싸이월드의 수장은 김동운 전 SK컴즈 전략본부장이 맡았다.


SK컴즈는 네이트에 승부를 걸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올인해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적과의 동침’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컴즈는 지난 1월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포털 업계 2위인 다음과 검색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네이트 검색 이용자들은 다음 검색 결과와 동일한 결과를 제공받게 됐다.


  IT신화를 썼던 SK컴즈는 왜 초라해졌나  
▲ 싸이월드는 지난 4월 8일 SK컴즈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종업원지주회사로 출발했다.

◆ 모험 거부하다 위기 자초


SK컴즈는 네이버나 다음과 달리 SK그룹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다. 때문에 투자와 사업 확장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그런데도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SK컴즈가 좀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SK컴즈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해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룹 계열사라는 장점이 오히려 벤처기업으로서 SK컴즈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벤처정신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PC중심 시장에 최적화된 SNS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SNS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외국 SNS는 발 빠르게 대처해 성공적으로 모바일 환경에 적응했지만 싸이월드는 그러지 못했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는 “대기업에서 시장변화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게 어려웠다”며 “부서별로 맡은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의 몰락은 폐쇄형 SNS시장에서 개방형 SNS시장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크다. 싸이월드는 아는 사람끼리만 내용을 공유하는 폐쇄형 SNS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싸이월드의 ‘일촌’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SNS 유행이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개방형으로 바뀜에 따라 싸이월드는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됐다.


네이트온 역시 모바일 플랫폼에 뒤늦게 뛰어들어 이미 카카오톡과 라인 등이 장악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쉽게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네이트온의 경우 모기업인 SK텔레콤의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자메시지 서비스 매출감소를 우려하는 SK텔레콤 때문에 그 시너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네이트도 SK그룹의 눈치를 보다 사업확장에 소극적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음악과 웹툰, 앱스토어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다. 반면 SK컴즈는 확실하게 이익을 가져다 줄 사업 인수에만 몰두했다.


SK컴즈가 그동안 인수했던 서비스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 당시 이미 잘 나가고 있던 것들이다. 2002년 인수했던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코리아와 2003년 사들인 싸이월드 모두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사업이었다. SK컴즈가 2005년 e러닝 사업에 뛰어들며 인수한 교육 기업 이투스도 이미 인기 브랜드였고 2006년 인수한 이글루스도 전문 블로그 사이트로서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스스로 신사업을 발굴하지 않고 인수에만 전념하다보니 기존에 인수한 사업이 부진해지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위기에 이르게 됐다. SK컴즈가 인수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싸이월드처럼 다른 곳으로 팔리거나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이다.


SK컴즈는 2009년 이투스 지분 전량을 청솔학원에 팔아넘겼다. 이글루스는 인수한지 6년 만인 2012년 창업자들에게 되팔았고 현재 줌인터넷이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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