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5월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의 이념 계승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광주MBC의 5·18 40주년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2018년 3월 발의한 개헌안과 관련해 “비록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발의한 개헌안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의 이념의 계승이 담겨 있다”며 “헌법안 개헌이 좌절됐지만 앞으로 언젠가 또 개헌이 논의가 된다면 헌법 전문에서 그 취지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발의한 개헌안의 전문에는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고친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만 돼 있다. 이 개헌안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의 반대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 4·19혁명만으로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이념 계승을 담지 못해
문 대통령은 “현재 우리 헌법 전문엔 3·1운동에 의해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4·19민주운동의 이념을 계승하는 것으로만 헌법 전문에 표현돼 있다”며 “우리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가 실제로 문안화 돼 집약돼 있는 것이 우리의 헌법인데, 4·19혁명 이후 아주 장기간 군사독재가 있었기 때문에 4·19혁명만으로는 민주화운동의 이념 계승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민주화운동)이 다시 지역적으로 강력하게 표출된 시기를 순서대로 보면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이 있고 그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 6월 민주항쟁이었다”며 “그 미완된 부분이 다시 촛불혁명으로 표출되면서 오늘의 정부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은 시기상으로 아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아직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 이르다고 하더라도 5·18민주운동과 6월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될 하나의 민주 이념으로서 우리 헌법에 담아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돼야만 5·18이나 6월 항쟁의 성격을 놓고 국민들 사이에 동의가 이뤄지면서 국민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1980년 5월의 광주는 그 뒤 민주화 운동을 촉진해
문 대통령은 1980년 5월 당시 서울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신군부의 군 투입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20만 명 가까이 집결한 대학생 시위대의 해산을 결정한 ‘서울역 대회군’을 놓고 광주시민이 계엄군과 외롭게 맞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 봤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대대적 집회를 함으로써 군이 투입되는 빌미를 만들어줬는데 이들이 결정적 시기에 퇴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광주시민들이 정말 외롭게 계엄군하고 맞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고 저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바깥에 있던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을 늘 지니고 있었다”며 “그 부채의식이 그 이후 민주화운동을 더욱 더 확산시키고 촉진시키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80년 5월17일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돼 청량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자신을 조사하던 경찰관들로부터 계엄군의 발포로 많은 광주시민들이 사상을 당한 사실과 시민군들이 예비군이나 경찰 무기고를 열어 계엄군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 등을 접했다고 5·18 민주화운동 당시를 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저는 그런 얘기들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이 당연히 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석방되고 난 뒤에 보니 그런 사실들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로 폭도들의 폭동인 양 왜곡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저는 광주 바깥에서는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광주의 진실, 그런 것을 접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께 있어 광주시민과 오월 영령들은 어떤 존재였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시 광주 오월 영령들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은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그런 존재”라고 대답했다.
◆ 5·18 기념식은 대한민국 전체 행사로 높이기로 다짐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들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을 들어 “그런 식으로 5·18 기념식이 조금 폄하된다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지역의 기념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로 승화시켜 대통령으로서도 해마다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두 해의 한 번 정도씩은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도 허용해 좀 제대로 기념식을 치러야겠다는 각오를 지니고 있었다”며 "“그런 제 각오와 약속을 실천할 수 있게 돼 아주 뿌듯하게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선결과제에 관해 “결국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위한 출발은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라며 “그 진실의 토대 위에서만 화해가 있고 통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서도 진실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포 명령자, 발포에 대한 법적 최종 책임, 집단 학살 피해자들 수색, 헬기 사격 경위, 5·18 이후 대대적으로 이뤄진 진실 은폐와 왜곡 공작의 실상 규명 등을 거론하며 “아직도 5·18과 관련해선 밝혀야 될 진실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규명의 목적은 책임자를 가려내서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며 “마침 12일부터 5·18진상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활동이 시작됐으니 이번에야말로 아직 남은 진실들이 전부 다 밝혀지는 데 기대를 걸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 5·18 민주화운동의 폄훼와 왜곡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과 폄훼 주장이 제기되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여러 가지 폄훼에 대해서까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내는 것도 그런 폄훼나 왜곡을 더 이상 없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추가적 진실규명이 없이 지금까지 밝혀진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광주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결정적 상징으로서 존중받기에 충분하다”며 “법적으로 다 정리된 사안을 지금까지도 왜곡하고 폄훼하는 발언들이 있고, 일부 정치권에서조차 그런 주장들을 받아들여서 확대 재생산시켜지는 일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각나는 인물을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는 5·18 하면 노 전 대통령, 그 당시의 노무현 변호사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며 부산에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함께 했던 노 전 대통령을 들었다.
그는 “노무현 변호사는 광주항쟁의 주역은 아니지만 그러나 광주를 확장한 그런 분으로서 기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