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일반치료제와 백신 대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혈장 치료제가 부각되고 있다.
GC녹십자를 비롯해 일본 다케다, 스페인 그리폴스 등 국내외 유수의 혈액제제회사들은 이미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3월31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완치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혈장 치료제, 기존 허가된 의약품에서 새로운 약효를 찾는 약물 재창출, 신약 개발, 치료항체 개발 등 네 가지로 나뉜다”며 “현재 코로나19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중증 환자 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장 치료제는 특정 질환에 걸린 뒤 회복한 사람의 혈장 속에 항체가 형성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완치자의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수혈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혈장 치료제를 환자에 투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분비가 감소하고 회복이 빨라졌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코로나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실시해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고 조만간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5년 메르스가 발명했을 때도 3명의 중증 환자에게 혈장 치료제가 투여된 적이 있다.
GC녹십자는 국내 혈장 치료제분야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제약회사다.
GC녹십자가 이미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B형간염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는 혈장 치료제다. GC녹십자가 개발에 착수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와는 코로나19에 특화된 항체가 들어있는지 여부만 다르다.
따라서 GC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기존 생산라인에서 비슷한 공정 과정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 치료제는 이미 상용화한 제품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 신약 후보물질보다 작용 기전을 파악하기 쉽고 생산방법도 빠르게 확립할 수 있다”며 “후보물질 발굴 과정과 안전성시험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일반 치료제와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혈장 치료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혈장치료제는 완치자가 혈장을 기증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처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번 혈장 치료를 하려면 완치자의 혈액 6∼7L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시급한 환자를 위주로 혈장 치료제를 처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허은철 사장은 “치료제가 가장 시급한 중증환자와 일선 의료진과 같은 고위험군 예방(수동면역을 통한)을 위해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혈장 치료의 효과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혈장 치료와 다른 치료제의 치료 결과와 효능을 비교한 실험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1일 YTN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다른 질병에서도 이런 수동 면역이라는 것, 즉 항체를 투여하는 방법은 쓰고 있지만 상당히 제한적 효과를 얻고 있다”며 “혈장 치료제는 기대는 되지만 아직까지 이것이 완전히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 관계자도 “일각에서 혈장 치료제의 효과를 의심하는 시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임상 과정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