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진단키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셀트리온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 직접판매체제를 갖춘 만큼 진단키트 판매를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화학합성(케미칼)의약품에 이어 진단키트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5월 말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 회장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제품의 키트화는 전문업체와 협업을 통해 4월 말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5월 말까지 임상을 마치겠다”며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에서도 유관기관에 인증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개발하는 진단키트는 단백질인 코로나에만 존재하는 S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이어서 15~20분이면 결과검사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국내 진단키트업체의 일반적 제품은 대부분 5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단키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진단 키트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셀트리온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시장 규모는 2018년 600억5451만 달러(73조2064억 원)에서 2023년 831억7722만 달러(101조393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이미 진단키트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해 현재 세계 진단키트시장 점유율 19.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단키트사업은 아직 중소, 중견업체가 많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셀트리온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유럽과 미국에 직판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 유럽에 14개 법인을 세웠고 영업인력 300명을 확보해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를 직접판매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셀트리온과 같은 규모의 유럽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
따라서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유럽에서 허가를 받기만 하면 제품 공급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직판체계를 갖추고 에이즈 개량신약 ‘테믹시스’를 판매하고 있다.
직판체제는 판매하는 제품이 많을수록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사업이다. 현지법인과 지점, 영업인력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단키트까지 직판망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미 2017년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가면역질환 진단키트를 유럽에 출시한 경험이 있다.
서 회장은 진단키트 등 진단기기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난해 5월 서 회장은 2030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이 가운데 6조 원을 맞춤형 진료를 위한 진단기기 개발과 생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제약사 애보트는 최근 5분 만에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국내 진단키트업체도 이미 유럽과 미국에 수출을 시작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만드는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것으로 시제품이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직판체제를 통해 공급하게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