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의원은 인지도가 높고 정치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도 화려한 경력에 지역구 관리를 성실히 해와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 서울 강남을 후보인 미래통합당 소속 박진 전 의원(왼쪽),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2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총선 강남을에서 통합당이 박 전 의원을 강남을에 공천한 데는 정치경력과 인지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력 등이 강남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의원은 2002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통합당 전신 한나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오른 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경력의 정치인이다.
10여 년의 의정활동 기간에 당 대변인과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던 덕분에 정치적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인지도가 높다.
박 전 의원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또 외무고시에 합격했고 하버드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보좌역을 맡으며 정계에 진출했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치인인 셈이다.
강남 유권자들은 이전 선거에서 고학력에 화려한 경력을 지닌 후보를 선호했는데 박 전 의원도 후보 매력도가 높다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강남을 지역과 연고가 많지 않은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박 전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종로 지역구에서만 3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박 전 의원의 공천을 놓고 지역적 특징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강남을에는 통합당의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대표가 통합당 후보로 결정됐는데 통합당 지도부가 이를 번복하며 박 전 의원이 대신 후보에 올랐다.
박 전 의원의 공천에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황 대표는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박 전 의원을 올릴 것을 요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역구 관리를 성실히 해왔다는 점이 박 전 의원과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보수 우세지역인 강남을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당시 당내 거물 정치인 정동영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경선에서 밀려 본선 출마가 좌절됐다.
당시 당에서 서울 송파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고 제안했지만 강남을 주민들과 신의를 지킨다며 고사했다. 강남을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은 39.26%를 득표하는 데 그치며 59.47%를 얻은 새누리당의 김종훈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졌다.
이후 전 의원은 4년 동안 지역 활동을 하며 표밭을 다져 2016년 20대 총선 때 강남을에 다시 도전했고 51.46% 표를 얻어 44.41% 확보에 그친 김종훈 의원을 비교적 큰 득표율 차이로 꺾었다.
민주당계 정당이 보수 우세지역인 강남을에서 의석을 얻은 것은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20대 총선에서 전 의원의 당선은 가장 큰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보수성향이 우세한 강남을에서 의석을 얻은 데는 전 의원의 변호사와 치과의사 경력뿐 아니라 지역구 관리능력도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시선이 많다.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는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강남구청장과 강남구의회 의장을 차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도 전 의원은 해바라기 모양의 브로치를 옷에 즐겨 달고 다니며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도 해바라기를 놓고 있다. 전 의원 측은 해바라기가 ‘강남 주민 바라기’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강남을은 보수 안마당으로 여겨지는 지역구이기 때문에 통합당은 이곳의 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통합당과 민주당 모두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오는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전 의원은 박진 전 의원의 통합당 공천이 확정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의원의 공천을 축하드리며 멋진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며 “강남을은 통합당에서 탈환해야 하는 1순위 지역인 만큼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