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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감독 김태형 이종운 리더십, 두산과 롯데 어떻게 구했나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5-09-04 16: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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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감독 김태형 이종운 리더십, 두산과 롯데 어떻게 구했나  
▲ 왼쪽부터 이종운 롯데자이언츠 감독, 김태형 두산베어스 감독.

올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두 초보감독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김태형 두산베어스 감독과 이종운 롯데자이언츠 감독이다.

두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를 추스려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는데 초보감독답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 김태형, 잠자는 곰을 깨워낸 ‘불곰 리더십’

김태형 감독이 두산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팀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상태였다.

두산베어스는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 했다. 전임 송일수 감독 체제에서 그동안 팀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던 끈끈한 조직력과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프로야구 강팀인 두산베어스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초보감독답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두산베어스의 색깔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부임 뒤 두산베어스 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허슬 플레이’를 선수단에 강조하며 예전처럼 끈끈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 팀으로 변화시켰다.

허슬(hustle)은 아웃될 가능성이 높아도 1루까지 최대한 전력질주하고 기회가 오면 한 베이스 더 진루하는 적극성을 뜻하는 단어다.

김 감독의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지난 7월24일 NC다이노스와 시합이었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서 평범한 내야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하지 않고 1루로 걷다시피 한 김재호 선수를 불러 덕아웃에서 강하게 질책했다. 이 모습은 케이블TV로 생중계 됐다.

그 뒤 김재호 선수는 포수 낫아웃 상황이 와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카리스마를 앞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큰 형'처럼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취임 뒤 가장 먼저 닫혀있던 감독실 문부터 열었다. 전임 감독이 재일교포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단과 의사소통 문제를 겪었다는 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초보감독 김태형 이종운 리더십, 두산과 롯데 어떻게 구했나  
▲ 김태형 두산베어스 감독(오른쪽)이 지난 6월14일 프로야구 통산 2천 안타를 달성한 홍성흔 선수와 포옹하며 축하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선수들의 경기 외적 애환도 진지하게 들었다. ‘나는 성적에 조급한 초보감독이 아니라 리더가 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은 것이다.

대표적 예가 두산 투수 노경은 선수와 일화다.

노경은 선수는 올해 부쩍 성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노경은 선수에게 믿음을 주며 1군에서 던질 수 있게 했다. 노 선수의 부진이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건강악화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홍성흔 선수를 1군 선수단 엔트리에서 제외할 때도 ‘홍성흔은 가을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단의 리더’라며 홍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그 결과 두산은 올 시즌 3위를 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투수인 유희관 선수는 다승왕을 노리고 있고 타격감을 회복한 김현수 선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됐다.

◆ 이종운, '끌어안기 리더십’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불거진 CCTV 사태로 구단의 사장과 단장, 운영부장, 코치 등이 줄줄이 사퇴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CCTV사태를 거치며 선수들 사이에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구도’ 부산의 야구팬들은 롯데자이언츠 구단과 선수들의 행태를 보며 차라리 팀을 해체하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이종운 감독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나는 구단 측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CCTV사태의 중심에 섰던 고참급 선수들에게 트레이드나 봄 전지훈련 미참가 등 보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롯데자이언츠는 구단에 반기를 든 최동원 선수나 박정태 선수 등을 단칼에 내치기로 악명이 자자했는데 이번에 신임 감독이 직접 나서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코치진에게 “언제나 선수 편에 서주길 바란다”며 “코치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믿고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보감독 김태형 이종운 리더십, 두산과 롯데 어떻게 구했나  
▲ 이종운 롯데자이언츠 감독(왼쪽)이 지난 4월30일 넥센히어로즈 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심수창 선수를 축하해 주고 있다.
감독이 선수들 편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주겠다고 나서자 선수들도 신이 났다. 롯데자이언츠는 언제 갈등을 겪었냐는 듯 이 감독의 선임 뒤부터 팀 분위기가 빠르게 수습되기 시작했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기 위한 이 감독의 노력은 계속됐다. 이 감독의 이런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예가 지난 4월 한화이글스와 펼쳐졌던 ‘빈볼시비’ 사건이다.

이 감독은 상대팀 감독이 ‘야신’으로 불리며 선수보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공이) 황재균 선수의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며 “다음에 또 이러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화이글스 구단에 경고했다.

이 일은 일파만파 커져 시즌초반 프로야구의 큰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김성근 감독에게) 결례인 것은 맞다”며 야구 대선배인 김 감독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 이종운은 앞으로도 이런 일을 겪으면 또 같은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성적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야구계 전문가들은 이 감독의 투수운용이 마치 고교야구에서나 볼 법하다며 비판했다. 올 시즌 롯데자이언츠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감독을 비판만 할 수 없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롯데자이언츠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 할 정도로 팀 전력이 강하지 않은 데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좌완투수인 장원준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초보감독인 그가 선수단을 뭉치게 하기 위해 내세운 선수 끌어안기 리더십이 재조명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 시즌 롯데자이언츠의 주장을 맡은 최준석 선수는 이 감독이 부임한 뒤 “그 어느 때보다 훈련이 신나고 덕아웃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의 주전포수인 강민호 선수는 “감독님은 질 땐 지더라도 한 점 내고 지자며 분위기를 직접 끌어 올리시는 분”이라고 이 감독을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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