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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조종사, 목소리 높이는 이유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8-30 0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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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와 조종사 간 갈등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직장선택의 폭이 넓어진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와 조종사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기업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운항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 회사와 조종사 마찰, 연이어 불거져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가 최근 퇴사를 앞두고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한항공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철저히 조양호 회장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며 “그 밑에 임원들, 본부장과 팀장들은 회장님의 눈치만 보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조종사, 목소리 높이는 이유  
▲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
이 조종사는 “조양호 회장의 한 마디에 직원들의 월급이 오르지 않고, 안전장려금이 삭감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한항공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게시판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회사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온다.

이들은 승급문제, 비행스케줄 문제, 조종사들의 숙소나 식사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노예계약’ 논란이 소송으로 비화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던 조종사 3명이 퇴사한 뒤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모두 1억9천여만 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낸 것이다.

이들은 “대한항공이 대기업으로서 충분히 근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여력이 있는데도 교육비를 임의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토록 한 뒤 10년 동안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 내도록 하고 있다"며 "이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3명이 시작했으나 대한항공 퇴직조종사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원고가 현재 7명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도 노조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왜 갈등 확대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사와 회사의 갈등이 확대되는 것은 조종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의 폭이 넓어진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조종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저비용항공사와 외국항공사 등 이직할 곳이 많아지면서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는 10년 전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했다. 외국항공사로 이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회사에 불만이 많아도 참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항공사들은 한국의 조종사들이 영어에 능통하고 한국과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한국 조종사들을 선호한다.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조종사, 목소리 높이는 이유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특히 젊은 조종사들일수록 국내항공사보다 좋은 근무여건과 높은 연봉, 자녀의 교육 문제 등으로 중국항공사로 이직하는 일이 잦다.

대한항공에서 경력 15년 기장이 1년 동안 받는 실수령액은 1억5천만 원 안팎이다. 하지만 중국항공사들은 연봉 2억~3억 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항공사들은 또 주택문제도 해결해 주며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까지 입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항공사의 분위기가 탈권위적이고 자유롭다는 점과 한국보다 근무하기가 편하다는 점도 조종사들이 중국항공사로 이직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대형항공사보다 연봉이 낮은 국내 저비용항공사로 이직하는 조종사도 있다. 기장이 되기 위해 연봉을 낮추면서까지 회사를 옮기는 것이다.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급하기까지 국내 저비항공사는 5년, 해외 대형항공사는 약 8년, 대한항공은 14년 이상 걸린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30여 명의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났다. 사직할 의사를 밝혔거나 사직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종사는 상반기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도 높은 이직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높아지는 조종사 리스크

조종사들이 흔들린다는 사실은 항공사의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조양호 회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조종사의 글에 “회사를 떠나면서 준 진심이 느껴지는 제언 고맙다”며 “이 글뿐 아니라 소통광장을 통해 올라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들 중 합리적 제안은 회사경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 조종사, 목소리 높이는 이유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이 직접 이런 대응에 나선 것도 항공사에서 조종사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비행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정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낸 사실도 아시아나항공의 권위적이고 융통성 없는 조직문화를 보여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국내 항공사의 기업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가 안고 있는 조종사 리스크는 안전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게시판에 피로를 호소하는 조종사들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게시판에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피곤하다”며 “피곤해서 아찔한 비행을 한 경험도 여러 번”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글들이 일부 조종사들의 의견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런 불만이 계속 방치된다면 항공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조종사들이 회사의 안전문제를 지적할 경우 회사로서 가장 난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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