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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 씻어내고 신뢰 회복할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01-27 14: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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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 씻어내고 신뢰 회복할까
▲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사장.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진 지 햇수로 7년째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낙동강 하류가 오염되는 주된 원인으로 영풍 석포제련소를 줄곧 지목해왔다. 환경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까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존폐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몰려 있다.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 사장은 올해 말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정을 개선해 낙동강 오염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 그가 지역 사회를 넘어 환경시민단체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걸어야 할 '1년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 이강인 “영풍의 환경 혁신을 눈으로 확인하자” 

27일 영풍에 따르면 영풍은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물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재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무방류설비를 석포제련소에 올해 말까지 도입하기 위해 관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영풍이 지난해 5월 무방류공정 설치를 위해 예산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무방류설비 도입 뿐만이 아니다. 

영품은 150억 원을 투자해 석포제련소 공장부지의 시설 바닥 전체를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낙동강변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지하수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2·3단계의 차단막과 차수벽을 설치하는 공사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300억 원이 투입된다.

이강인 사장이 석포제련소 인근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그동안 환경시민단체 등에게 지적받았던 공장 인근 환경오염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영풍은 최근 석포제련소와 관련해 낸 입장자료에서 “2021년부터 석포제련소에서 단 한 방울의 폐수도 배출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낙동강 상류의 수질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 때까지 1년 동안 인내심을 지니고 석포제련소의 환경 개선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사장 역시 석포제련소의 환경개선 문제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영풍 시무식에서 “석포제련소가 2019년 ‘낙동강 안심 물환경’ 정착을 위해 시작한 무방류 설비공사는 환경 개선에 정점을 찍는 금자탑이 될 것”이라며 “무방류 혁신투자와 주민 상생을 통해 환경 혁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영풍, 수년째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에 곤혹

영풍이 석포제련소 인근의 환경을 오염시킨 주범으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시점은 2014년부터다.

이상식 전 경상북도 봉화군 의원은 당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의 나무들이 고사하고 수질이 중금속으로 오염된 주요 원인으로 영풍을 꼽았다. 석포제련소의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수증기 등)와 오폐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풍석포제련소반대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석포제련소 인근의 환경을 조사하고 이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 시작하면서 환경오염 논란은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국정감사에까지 관련 문제가 등장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 논란은 전국 단위의 환경 이슈로 떠올랐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석포제련소 일대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며 영풍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16년을 빼놓고 최근까지 해마다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단골손님이었다.

이강인 사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직접 참석해 여러 문제를 해명해야 했다.

정부도 영풍의 석포제련소 관리 실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낙동강 상류(영풍 석포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의 활동현황을 공개하며 석포제련소 2공장 내부 지하수 수실을 분석한 결과 아연과 카드뮴 농도가 공업용수 기준의 6~110배까지 크게 나타났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수소이온농도도 산성으로 확인됐다.

또 영풍제련소가 사업장의 오염물질을 하천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설치한 차수벽 검증공의 평균 투수계수가 시공목표값보다 80배 크기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수계수는 유체가 다공성 매질을 통과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영풍제련소 아래에 위치한 낙동강 하류가 오염되고 영풍제련소 인근의 어류들도 침출수 탓에 카드뮴과 아연 등에 중독되고 있다고 봤다.
이강인,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 씻어내고 신뢰 회복할까
▲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만의 문제 아닐 수 있어”

영풍은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관리에 그동안 소홀한 점이 있었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영풍은 최근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오염 논란이 모두 영풍만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낙동강 상류의 오염원인이 석포제련소만의 문제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영풍만을 지목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조사한 낙동강 상류에는 모두 99개의 광산(현재 운영 중 7곳, 휴·폐광산 92곳)이 존재한다. 다른 금속 가공기업들의 공장까지 합하면 낙동강 상류 오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 수백 곳에 이른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안동댐 상류 낙동강의 오염 기원은 광물 찌꺼기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이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오염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그 사례로 지목했던 낙동강 상류 백로·왜가리 집단폐사의 원인이 석포제련소 탓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과 공주대학교 등이 2019년 12월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백로와 왜가리가 집단 폐사한 주된 이유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번식기에 활동영역의 축소에 따른 생태적 폐사로 나타났다.

연구 대학들은 “백로와 왜가리가 번식하는 부지 내의 고사한 수목이 많아지면서 종간 번식둥지 경쟁에 따라 집단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개체별 외형과 병리검사(부검) 결과 (환경시민단체들과 언론 주장처럼) 질병과 중독에 따른 폐사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문제로 기업활동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비철업종 회사로 ‘통합환경관리법’에 따라 2021년 말까지 환경평가를 거쳐 재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론에 따라 ‘재인가 불허’라는 결정이 나온다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 이강인, 석포제련소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영풍은 국정감사에서 처음 문제가 제기된 뒤 환경개선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그동안 지적받았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영풍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2015년 이후 자율적으로 ‘제련소 환경개선을 위한 5천억 원 투자계획’을 수립한 뒤 해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지도 아래 진행경과를 수시·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기존 계획을 수정·보완해 4300억 원 규모의 환경개선 투자계획을 확정해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 경상북도 등에 보고했다.

영풍은 무방류시설 도입뿐 아니라 공장 내외부 토양에 대한 정화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예산 630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강인 사장이 신년사에서 ‘신뢰’와 ‘자긍심’, ‘상생’ 등을 들며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고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우리의 결심과 행동으로 지역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모두 이런 환경 개선활동의 일부로 보여진다.

영풍이 석포제련소 환경 개선활동을 통해 인근 환경오염의 책임을 해소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동국대학교가 2017년 4월 제련소가 위치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제련소 인근 주민들의 체내 중금속 농도는 우리나라 국민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석포제련소 근무와 주변지역 거주 여부 등이 체내 중금속 농도와 상관성을 보였다”며 “지역의 환경오염과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금속의 인체노출 수준을 저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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