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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다이아몬드룸에서 열린 '청년실업 및 중소기업 구인난 해결을 위한 SK고용 디딤돌 MOU협약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과 위상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공식적 최고의사결정기구인데 최 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경영을 이끌어왔다.
최 회장은 17일 출소 이후 첫 확대경영회의를 주재하며 경영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회의에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산하 위원회 위원장들이 자리했다.
최 회장은 “어려운 기간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노력한 데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2년 7개월이 넘는 동안 경영공백을 메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치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14일 0시 의정부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김창근 의장 등 수펙스추구협의회 경영진들을 만났다. 김 의장은 다음날에도 모임을 소집해 최 회장에게 개략적 그룹 현황을 보고하고 경제활성화 방안 등을 설명했다.
최 회장이 출소와 동시에 경영일선에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김 의장도 더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2기째 맡고 있다. 김 의장은 최 회장이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사실상 SK그룹 최고 권력자로 무난하게 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총수 공백이 2년째에 접어들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위상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12일 ‘SK행복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 역량, 리더십을 지닌 계열사 CEO들이 수펙스 6개 위원회에서 일상적 그룹 일을 논의하는 것은 일견 잘 해나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외부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현재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업의 본질을 바꾸고 사업 게임의 룰을 바꾸는 일은 온전히 오너의 몫”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펙스’(SUPEX)는 ‘Super’와 ‘Excellent'의 합성어에서 온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002년 처음 도입됐으며 전략, 글로벌성장, 커뮤니케이션, 윤리경영, 인재육성, 동반성장 등 6개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위상이 막강해진 것은 최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며 경영일선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주사 SK가 담당하던 구조조정 업무까지 맡는 등 총수 부재 상황에서 역할이 커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도체제라는 점에서 재계에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총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지난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 운영비가 15% 가량 삭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컨트롤타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운영비는 SK, SK텔레콤,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 5개 계열사가 분담해 왔는데 지난해 초 467억 원에서 올해 약 398억 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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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 각자 대표이사 사장. |
김 의장 외에 조대식 SK 사장, 박정호 SKC&C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유정준 SKE&S 사장 등 이른바 50대 CEO 실세 4인방도 주목받고 있다. 장동현 사장을 빼면 이들 가운데 3인은 최 회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들이다.
조대식 사장과 박정호 사장은 최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SK와 SKC&C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회사의 통합으로 SK그룹은 ‘옥상옥’으로 불리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최 회장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조대식 사장과 박정호 사장은 1일 합병이 완료된 뒤 통합 지주회사 SK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은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으며 그룹의 최고 실세로 통한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원싱턴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1989년 선경에 입사해 SK텔레콤 해외사업팀, 사업개발실장, 사업개발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의 공판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은 물론이고 SK텔레콤(한국이동통신), SK하이닉스(하이닉스반도체) 등 인수합병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최 회장이 경영복귀 일성에서 반도체 중심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만큼 박 사장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정준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사장)도 최 회장의 핵심참모로 꼽힌다. 그는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을 당시 SK의 최고재무책임자로 있었다. 유 사장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는 데 공을 세우며 최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수평적 집단의사결정 구조다. 최 회장이 복귀하면서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총수 중심의 수직적 의사결정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그룹이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 교체 등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던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최 회장의 핵심 측근인사들이 비교적 50대의 젊은 층이 많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최 회장이 대규모 투자와 사업재편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만큼 필요에 따라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