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하는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배달의민족을 아시아로 디자인하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경영성과를 거듭 내면서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우상으로서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3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은 뒤 우아한형제들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변화’와 ‘생존’을 강조했다.

이날도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드림’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랜디 코미사의 책 ‘승려와 수수께끼’를 인용해 “세월이 지나면서 사업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딜리버리히어로와 한 식구가 되면서 스타트업에 항상 고민거리로 따라다니는 ‘생존’을 해결했다.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아시아 각지에서 배달앱을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요기요’와 ‘배달통’으로 배달의민족과 경쟁해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과거부터 수 차례 김 대표에게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변화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딜리버리히어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한국 유니콘기업 수장들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기업을 이끌게 됐다. 

딜리버리히어로와 합작으로 세우는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사업을 담당한다.

한국과 베트남을 넘어 홍콩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파키스탄, 대만, 태국,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11개 나라에서 배달앱사업을 경영한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초기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홍보문구로 내세우며 한국인들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특성을 마케팅에 활용했는데 더이상 ‘우리 민족’에 머무르지 않게 된 셈이다.

후배 기업인들이 김 대표를 공부할 점은 사업을 넓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독창적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마련했다.

대부분 기업가들은 엑시트 수단으로 상장을 선택한다. 반면 김 대표는 경쟁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했다.

기업가치도 40억 달러(4조7500억 원 정도)나 평가받았다. 한국 인터넷기업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데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했으면 이정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김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면서도 경영권을 오히려 강화했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와 협상을 한 결과 회사는 더 큰 기회와 더 강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 김 대표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나중에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바뀌는데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경영진 가운데 개인으로는 최다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배달의민족은 앞으로 김 대표 및 우아한형제들 지분 50%,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50%로 세우는 우아DH아시아가 운영하게 되는데 김 대표는 이 법인에서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의 글로벌 자문위원회 3인회의에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배달앱업계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는 경영과 관련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