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면세점사업을 놓고 기로에 서있다.

국내 면세점사업이 롯데‧신라‧신세계 등의 3강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점사업 규모를 키워 4강체제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정 회장 앞에 놓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면세점 4강체제' 재편의 기회 앞에 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3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3강으로 꼽히는 롯데, 신라, 신세계 3대 면세업체들이 11월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신청에 모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신규특허를 확보하기에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강북으로 면세점사업의 발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관세청은 11월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3곳과 인천 1곳, 광주 1곳, 충청도 1곳 등 모두 6곳의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신청을 받는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현재 동대문에 있는 두산의 면세점 입지를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등 강북으로 시내면세점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강북면세점 입지로 여의도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면세점 매장을 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동대문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대형 보따리상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물품을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명동과 얼마나 가까운 지가 면세점사업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어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이런 점을 반영했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발주자로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면세시장 판세를 흔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11월1일 문을 연 뒤로 월평균 매출이 11.1%씩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올해 상반기 시내면세점 기준으로 3.2%에 그친다.

박은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8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서울 강남에서 2곳의 면세점 매장을 새로 열었지만 면세산업 경쟁 구도에서 사실상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 확보에 그치지 않고 12월 입찰공고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까지 사업권을 확보해 규모를 급격히 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세계가 면세점 3강체제에 안착한 전례도 있다. 

신세계가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체제였던 국내 면세시장에서 3강체제로 판을 새로 짤 수 있었던 주요 요소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빠른 안착과 공항면세점 입점이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2월 중에 2020년 8월 계약이 끝나는 사업권 5곳을 매물로 내놓는데 여기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확보한다면 서울시내면세점과 함께 현대백화점면세점 규모를 급격히 키울 수 있게 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의 이익 창출능력도 안정적이다.

송민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더욱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순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아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사업운영을 위해 8월 유상증자로 2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는데 백화점사업에서 안정적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지원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신규특허권 입찰을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이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