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봤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락한 0.4%포인트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한국의 수출 감소 등 무역경로를 통한 하락효과가 0.2%포인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된 데 따른 영향이 0.2%포인트로 추정됐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그 나라들의 분쟁에서 우리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며 “국제통화기금(IMF)도 두 국가를 빼고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에 볼 때는 미중 무역분쟁이 이렇게까지 좋지 않은 쪽으로 진행될 줄 몰랐다”며 “조기에 타결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나빠진 점을 올해 투자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하며 “올해 성장률 둔화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요인이 악화된 탓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성장률은 다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부분적 합의를 하면서 최악은 면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고 내년 중반 반도체 경기도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 경제 성장세는 올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물가와 경기만 보면 진짜 금리를 낮출 상황이 됐다”면서도 “금리는 지금도 낮은데 제로(0) 금리까지 가기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여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막상 리세션(침체)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중앙은행이 정책수단을 들고 있어야 한다”며 “추가 완화는 상황을 지켜보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0% 안팎의 물가상승률이 한두 달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게 중앙은행만이 아니라 세계적 골칫거리가 됐다”며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