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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정몽규 이부진, 시내면세점 입찰경쟁 어떻게 이겼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10 19: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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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정몽규 이부진, 시내면세점 입찰경쟁 어떻게 이겼나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합 그리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베팅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다.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군 신규 사업자로 낙점됐다.

대기업군은 2곳을 뽑는 이번 입찰에 7곳이 출사표를 던져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군 입찰전에 롯데그룹 SK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그룹 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대거 뛰어들어 자존심을 건 열전을 펼쳤다.

서울 시내면세점 승부에서 무엇이 운명을 갈라놓았을까?

◆ 입지 선정의 승부수가 성패 갈라

서울 시내면세점 승부는 면세점 입지선정에서 승부가 결정적으로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점 위치, 규모, 주변환경, 교통 및 주차여건 등이 관건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을 입지로 선정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합이 던진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을 위치로 선정한 뒤부터 줄곧 유력후보로 꼽혔다.

용산은 강북에 위치하면서도 사대문권에서 벗어나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광화문에 동화면세점이 자리하는 마당에 도심에 신규 면세점이 생길 경우 교통과 주차난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용산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다. 용산역KTX를 끼고 있어 전국단위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최근 광주까지 개통한 호남선KTX는 물론이고 기존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ITX청춘, 경의중앙선에 공항철도와 신분당선이 예정됐다.

용산의 교통망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시의 관광활성화, 신규 고용창출 효과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HDC신라면세점은 규모 면에서도 최대라는 강점을 확보했다. 정부가 이번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방문을 늘리고 면세시장의 파이도 더 키우려는 것이다.

면세점 규모가 크면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는 효과도 커진다.

또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서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넉넉한 주차 여건도 이번 심사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를 입지로 정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승리한 것도 입찰전 승부에서 입지선정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기업군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강북으로 정해질 경우 나머지 한 곳은 한강 이남으로 정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여의도와 강남을 각각 입지로 정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현대DF 가운데 한 곳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심사위원들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낙점한 것 역시 여의도라는 지역적 안배를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DF가 정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코엑스 관광특구에 있다는 점이 유리하긴 하지만 롯데면세점 강남코엑스점과 상권이 겹치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에서 63빌딩을 과감하게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베팅이 이번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들어설 여의도 63빌딩의 경우 외국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63빌딩에 1만72㎡ 규모의 면세점을 내기로 하면서 아쿠아리움, 한강전망대 등 63빌딩의 주요 관광시설과 고품격 카페·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을 합쳐 3만6472㎡ 규모의 대형 쇼핑·문화 관광공간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63빌딩 면세점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아 주차공간이 넉넉하고 도심 교통체증을 피해갈 수 있다. 또 대형버스 1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1607대 규모의 주차시설 외에 인근 한강공원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쟁은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면서 운영역량, 사회공헌, 상생의지 등 관세청 심사 평가항목에서 큰 점수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면세점 위치, 규모, 교통여건, 주변관광지와 연계성 등 입지요소가 당락을 가른 최대 승부처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정몽규 이부진, 시내면세점 입찰경쟁 어떻게 이겼나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이부진-정몽규, 김승연 리더십 빛났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은 재벌 오너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경영 리더십이 가장 빛났던 이는 단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꼽힌다.

이 사장은 9일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오너 가운데 유일하게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특허를 따면 임직원 여러분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과 달리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승리를 진두지휘할 정도로 맹활약했다.

이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과 과감하게 동맹을 맺어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정면승부를 걸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가 기존 면세사업자라는 약점을 보완하면서 입지선정이란 난제도 해결했다. 이 사장은 범삼성가문이 범현대가문과 손을 잡아 강한 승부사 면모를 보여 줬다.

HDC신라면세점은 유력후보로 꼽혔지만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벌동맹이라는 부정적 여론, 신라면세점의 독과점 논란이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사실도 부담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반삼성’ 기류도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현장경영에 힘을 쏟았다. 중국으로 날아가 메르스 사태로 줄어든 중국 관광객 유치활동에 직접 나서고 곧바로 'K-디스커버리(Discovery) 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광활성화를 추진하는 데도 적극 앞장섰다.

정몽규 회장도 수혜를 입게 됐다.

정 회장은 면세사업은 물론이고 유통업 경험이 전무했다. 정 회장은 호텔신라와 합작법인 형태이긴 하지만 유통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여기에 방문객이 저조한 용산 아이파크몰의 활성화라는 덤도 얻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시내면세점을 입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고생많았다”고 치하했다. 김 회장은 “계획한대로 잘 준비해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고 한화그룹은 전했다.

김 회장은 이번 면세점 승부에서 대반전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힌다. 한화갤러리아는 입찰초반만 해도 승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그동안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 혹은 HDC신라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양강으로 자주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뚝심으로 이런 불리함을 이겨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비스 부문도 어려운 시장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면세점 입찰참여를 결정하고 음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 강북권에 입지를 정하지 않고 여의도 63빌딩을 과감하게 선택한 것도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에 황용득 전 한화역사 대표를 앉히고 일찌감치 서울 시내면세점 도전을 준비했다. 김 회장은 김 대표이사가 신규사업 개발에 성공한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에서 백화점사업은 실상 비중이 크지 않다. 김 회장은 이번 면세점사업 진출을 계기로 유통업을 비롯한 한화그룹의 서비스사업에 관심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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