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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안티 현대차’는 현대차의 품질 자체의 문제보다 현대차가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품질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을 달리하고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도 해외 소비자를 더 중시하는 등 국내 소비자를 무시한다고 여긴다.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 안티 현대차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 역차별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현대차
현대차는 최근 공식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지적하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게시판에 ‘현대차가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4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4개의 글 모두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에 사용하는 자동차강판을 달리해 내수용이 더 약하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내수용 차량의 부식이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국가에 따라 약간의 차별을 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에 사용하는 자동차강판의 두께가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자동차 생산공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차체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살펴본다면 내수용과 수출용 자동차강판의 두께를 다르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바닥으로 추락한 현대차에 대한 신뢰
이 글들에 댓글이 100여 개 이상 달리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현대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댓글의 대부분은 “헛수고하지 말라”는 등 현대차를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다.
현대차가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세히 설명하고 그림과 동영상도 함께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대차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현대차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내수용과 수출용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자동차강판을 적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경영진이 직접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언론에도 자동차 생산공정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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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 |
◆ 현대차 정말 내수와 해외 ‘역차별’할까?
국내 소비자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현대차의 역차별 논란은 현대차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북미 등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파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무상수리 보증기간이나 가격 등에서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의 역차별 논란이 생겼다.
지금도 국내와 미국에서 현대차의 무상수리 보증기간은 큰 차이가 난다.
국내 무상수리 보증기간은 차체와 일반부품이 3년/6만km, 엔진과 변속기 계통이 5년/10만km다.
반면 미국에서 차체와 일반부품이 5년/6만 마일(9만6500km), 엔진과 변속기 계통이 10년/10만 마일(16만km)에 이른다.
가격차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무이자할부 혜택기간을 최대 72개월로 늘렸다. 각종 할인이 많은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혜택이다. 특히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 지 1년도 안 된 쏘나타를 대상으로 최대 72개월 무이자 할부판매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지난 5월에야 사상 최초로 3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 점과 대조적이다.
이밖에도 현대차가 미국과 국내에서 같은 차량을 파는데도 가격차이가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미국에서 사면 국내에서 살 때보다 1천만 원 이상 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내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운반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이 추가되는데 가격이 더 싸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차는 당시 시장환경에 따라 국가별 가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품질에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현대차는 과거 내수용과 수출용의 부식방지 처리에 차별을 뒀다. 국가별 기후와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에어백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에서도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이 다르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에어백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며 "에어백 차이는 국내와 미국의 법규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 사고 후 대응방식에서도 미국과 국내 달라
현대차가 국내와 해외에서 차량결함에 대처하는 태도에서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미국에서 안전과 관련한 차량결함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본사의 지시나 동의없이 단독으로 리콜을 결정할 수 있다. 의사결정 단계와 시간을 줄여 신속하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에서 차량결함에 대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무상수리는 항의하는 사람에게만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무상수리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기간이 지나 수리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차는 과거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된다는 그랜저의 결함에 대해 무상수리를 선택했다. 싼타페의 누수문제, YF쏘나타의 브레이크오일이 새는 문제 등도 리콜 대신 무상수리로 대응했다.
현대차는 2013년 미국에선 일찌감치 리콜 결정을 내리고도 국내에서 미국언론 보도가 나온 지 5일 뒤에야 리콜 결정을 내려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당시 순차적으로 리콜을 진행한 것이지 일부러 국내를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미국에선 리콜, 국내에선 소비자 과실'로 대응한다고 불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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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47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 역차별 해소 위한 적극적 노력 필요
현대차는 최근 역차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제 차별을 뒀던 부분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015년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그동안 수출용 차량에만 적용돼 논란이 일었던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적용했다.
미국에서 제값받기 정책을 시작하면서 가격차별 논란에서도 조금씩 벗어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역차별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워낙 강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과거 부식방지를 달리 했던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2007년부터 같은 부식방지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대차의 부식이 빠르다고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현대차가 역차별 문제를 품질문제로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어떤 말을 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역차별 인식이 워낙 강해 잘 통하지 않는다”며 “현대차가 원가상승 등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품질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느슨한 국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리콜이 신속하지 못한 이유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차이를 들고 있다.
미국은 정확한 기준을 정해놓고 이 기준을 초과하면 차량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해 주도록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법규가 미국보다 허술하다. 단순 품질불량은 리콜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많은 비용과 이미지 하락을 감수하면서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리콜을 해 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