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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한진그룹의 양 날개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순항을 이끌어 왔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저유가라는 호재를 만나 흑자를 내며 순항했다.
그러나 메르스와 그리스 위기라는 돌발악재가 터지면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흑자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순항에 힘입어 대규모 항공기 도입 등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돌발악재로 실적이 악화할 수 있어 한진그룹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메르스 진정돼도 대한항공 회복 쉽지 않아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메르스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대한항공은 당분간 메르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스 사태로 떨어진 항공수요가 더디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최대 성수기인 3분기가 시작되면서 항공업계 안팎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3950억 원 가운데 2406억 원이 3분기에 나왔다.
국내 관광객이 외국으로 나가는 수요는 점차 회복해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단기간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이 불안감을 떨쳐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도 최근 “메르스 사태는 사스 때보다 타격이 크고 세월호 때보다도 여파가 심각하다”며 “메르스가 사라지더라도 관광업계는 타격이 여전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수요는 3~4개월 동안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과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대한항공의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1.1%, 8% 감소했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중국노선과 일본노선을 감축하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성수기를 대비한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7월 항공권 예약율도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6월은 본격적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만큼 항공수요 부진이 대한항공에 치명상은 아니지만 7~8월 여름장사에 영향을 주면 한해 농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50억 원에서 9069억 원으로 10% 가량 낮췄다.
HMC투자증권도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11.1%, 40.6%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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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15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열린 창립 38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해운업계, 반짝호황에 그치나
한진해운의 실적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컨테이너운임이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를 두고 ‘반짝 흑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체 유럽시장 물동량에서 그리스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로 유럽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물동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컨테이너 운임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한진해운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한진해운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가량이다.
유럽의 대형 해운사들이 초대형 선박의 공급을 대거 늘리면서 운임이 크게 떨어졌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에 컨테이너 선박이 과잉공급되어 당분간 운임이 상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는 추세다. 해운업계의 연료비 기준이 되는 380CST지수는 지난 1분기 평균 350달러에서 2분기 370∼380달러로 소폭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양호 회장은 불확실성이 높고 운임이 낮은 유럽노선을 줄이는 대신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미주노선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의 유럽노선 비중은 올해 1분기 28.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6%보다 2.1%포인트 감소했다.
그나마 한진해운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오른 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비수익노선 철수, 저효율선박 매각 등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한진해운의 흑자를 이끌어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체질개선을 이뤄낸 점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지만 당분간 운임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운임문제만 해결되면 한진해운의 이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무구조 다시 악화할 가능성
한진그룹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다시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해운과 항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만큼 그룹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항공회사와 해운회사는 값비싼 항공기와 배를 빌리거나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개선과 유상증자, 에쓰오일 지분매각 등으로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966%에서 지난 1분기 말 756%로 210%포인트나 낮아졌다. 대한항공의 순차입금도 2014년 말 이후 3개월 만에 1조 원 이상 줄었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도 실적개선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2014년 말 995%에서 1분기 말 918%로 소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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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왼쪽부터) 한진칼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6월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어쇼 행사장에서 에어버스사와 A321NEO 차세대 항공기 50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조 회장이 최근 사상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에어버스와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약 13조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다.
대한항공은 2013년 53대의 항공기를 2018년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들여오는 항공기는 모두 153대로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149대보다 많다.
대한항공은 미국수출입은행과 유럽중앙은행에서 장기간 저리로 빌린 자금과 노후 항공기 매각대금으로 항공기 구입대금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볼 수 있듯 항공업이 외부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는 점에서 차입금을 늘리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대한항공이 메르스라는 돌발악재를 만나 올해 예상보다 저조한 경영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대한항공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게 한다.
한진해운의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진해운에 6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신용을 제공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레저와 관광사업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진그룹의 재무안정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모두 재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에 본연의 수익창출력에 기반한 차입금 순상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그룹이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을 통해 호텔과 레저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 회사에 대한 대한항공의 재무적 지원이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