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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한전의 운명, 삼성동 한전부지에서 갈렸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22 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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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와 한전의 운명, 삼성동 한전부지에서 갈렸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왼쪽)과 조환인 한국전력공사 사장.

코스피 시가총액 3위와 4위가 자리바꿈을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올들어 SK하이닉스에 이어 한전에도 밀리며 시가총액 2위에서 4위까지 떨어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삼성동 한전부지를 사고 판 관계라는 점에서 이번 시가총액 자리바꿈은 흥미롭다.

삼성동 한전부지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덕분에 한전은 부채를 크게 감축하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배임논란까지 일어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동 한전부지 거래 이후 두 회사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땅 판 한전 오르막, 땅 산 현대차 내리막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 주가는 전일 대비 4.76% 오른 4만6200원을 기록했다. 한전 시가총액은 29조6587억 원으로 29조764억 원에 그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3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도 13만2천 원으로 1.54% 소폭 올랐지만 한전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커서 시가총액 3위를 허용하고 말았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17일 종가 기준으로 48조 원이었다. 한전은 28조 원으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무려 20조 원이었다. 시가총액 순위도 현대차가 2위, 한전은 5위였다.

하지만 9월18일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에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자로 낙찰되면서 두 회사의 운명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현대차 주가는 내리막을 탔고 한전은 부채를 크게 감축하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 적정가는 4조~5조 원으로 평가됐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라는 재계 라이벌이 맞붙으면서 예상 낙찰액이 6조 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10조 원 이상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한전부지 인수에 무리한 돈을 쏟아 부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차가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래가치를 내다 본 적극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정몽구 회장은 “정부에 내는 것이니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하지만 6조 원이나 되는 돈을 부동산에 묻어버리는 데 대한 비난을 막지 못했다. 정 회장은 배임혐의로 주주에게 피소당하기까지 했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인수를 계기로 현대차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투자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현대차 주식을 던졌다.

현대차 주가는 인수 발표 당일 21만8천 원에서 19만8천 원으로 9.17% 하락했고 한 달 만에 16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는 이후 20만 원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유동성 장세 속에서 18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번 달 들어 실적부진 우려로 또 다시 급락했다.

반면 한전은 돈벼락을 맞아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해 연간 4천억~5천억 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2조7천억 원의 부채감축 목표를 세웠는데 5조1천억 원의 부채를 감축해 목표를 크게 넘어섰다. 이 가운데 부지 매각대금의 10%인 1조 원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한전부지 매각대금은 올해 완납 예정이다. 한전은 더 많은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2017년까지 14조7천억 원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는데 조기 목표달성이 예상된다.

한전은 당초 자산매각만으로 5조3천억 원의 부채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부지매각 한 건으로 두 배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차와 한전의 운명, 삼성동 한전부지에서 갈렸다  
▲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부지에 지으려는 신사옥 조감도

◆ 실적 전망도 한전 “맑음”, 현대차 “흐림”

물론 삼성동 한전부지 매매만으로 두 회사 주가가 오르내린 것은 아니다.

한전은 경영쇄신 노력으로 앞으로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반면, 현대차는 자동차 판매 저조와 글로벌 통화 전쟁 등 안팎의 악재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한전의 경우 부채비율 축소와 함께 강력한 경영쇄신이 이뤄졌다.

덕분에 지난해 공공기관경영평가에서 C등급에 그쳤던 한전은 올해 B등급 평가를 받았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장급 이상 직원들이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 6700억 원의 비용을 줄이는 등 온갖 노력을 한 덕분에 순이익 1조 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해외에서 3조9천억 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매출을 달성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전은 지난해 78억5천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수주, 나이지리아 엑빈 등 아프리카 발전사업 첫 진출 등의 성과를 올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 출신인 조환익 사장은 전력사업을 수출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2020년까지 한전 해외사업 비중을 1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전은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전은 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 성장동력을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나 KT 등과 양해협력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반면 현대차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회사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는 엔화와 유로화 약세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지난해 6월20일 엔화환율은 100엔당 1001.57원이었지만 22일 현재 895.56원으로 1년 만에 10% 이상 하락했다. 유로화 역시 같은 기간 1 유로당 1390.06원에서 1252.32원으로 10% 가까이 떨어졌다.

원화 대비 엔화와 유로화 환율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현대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주요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중국에서 판매량은 12.1%나 줄었다.

환율 악재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대차는 수출지역 통화인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8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9.0%에서 7.6%로 1.4%p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판매량도 8.2% 줄었다. 사상 첫 36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판매량 감소를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위기가 단순히 환율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 없이는 기업가치 평가가 매력적일 수 없다”며 “구조적으로 경쟁력 훼손 우려가 커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현대차가 임금상승과 생산성 하락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는 반면 경쟁사들은 몇 년 동안의 구조조정을 마치고 주요 시장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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