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9일 구 전 청장의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백남기씨에게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현장 지휘관의 일반적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하는 구 전 청장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상황센터 내부구조나 상황지휘센터의 기능, 무전을 통해 실시간 현장상황을 파악할 체계가 구축된 점, 상황센터 안 교통 폐쇠회로(CC)TV 영상이나 종합편성채널 보도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 지휘관이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집회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폭력시위 양상으로 흘렀던 점과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이 이뤄진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구 전 청장은 선고가 끝난 뒤 재판부의 판단이 바뀐 것을 두고 “유죄이든 무죄이든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지금 상황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