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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구조조정 솜씨, 한화케미칼에 통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4-15 12: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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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뒤 한화케미칼의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력분야인 석유·소재 외 다른 분야를 정리해 태양광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김승연 구조조정 솜씨, 한화케미칼에 통할까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특히 태양광사업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주관하는 만큼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마술사’라고 불렸던 김 회장의 솜씨가 발휘될지 주목된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우레탄 원료 제조업체인 KPX화인케미칼을 사들이기 위해 검토중이다. 한화케미칼은 "KPX화인케미칼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PX화인케미칼은 페인트·가구·신발·자동차 산업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 원료 TDI를 제조하는 업체로 한화케미칼에 염소를 공급받고 있다. 화인케미칼이 한화케미칼을 상대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15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0.5%에 이른다. 업계는 한화케미칼의 인수 검토가 수직계열화를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김 회장 출소 이후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주총에서 “대형 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PX화인케미칼 외에도 미국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함께 자회사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화 L&C 건설자재 부문을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넘기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태다. 제약 부문 자회사인 드림파마 지분 매각을 놓고도 모건스탠리와 협상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교적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행보는 한화케미칼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사업과 관련이 깊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케미칼을 정점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 사업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으로 자회사인 한화큐셀코리아가 잉곳·웨이퍼·모듈 등을 만든다. 한화큐셀은 셀을 생산하고 태양광 발전에도 관여하는 구조다. 한화그룹은 이에 따라 한화L&C의 주력 사업인 석유·소재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는 매각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태양광사업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붙이려 하고 있다.

김 실장이 몸담고 있는 한화큐셀은 이런 계열화의 시작이다. 한화그룹은 적자에 시달리던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2012년 인수하면서 기존에 있던 셀·모듈 생산시설과 영업 법인을 모두 흡수했다. 발전 사업 부문에서 큐셀이 지니고 있던 태양광 발전소 건설(EPC) 방법도 습득했다. 더불어 한화케미칼은 큐셀의 독일공장과 한화큐셀코리아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합쳐 연간 2.4GW의 셀을 생산할 여력을 갖췄다. 전 세계를 통틀어 생산량 기준 3위에 올라 있다.

  김승연 구조조정 솜씨, 한화케미칼에 통할까  
▲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김 실장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한화그룹 대표로 참석해 태양광 관련 에너지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면담한 것도 태양광사업의 확대를 위한 행보였다. 당시 김 실장은 “태양광 관련 셀·모듈 제조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소까지 운영하고 투자하면 시장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태양광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태양광사업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도 호재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최소 43GW 이상일 것으로 지난달 예측했다. 특히 일본·중국·미국 시장의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12~14GW를 설치하며 일본은 9~11GW, 미국은 4.3~5.3GW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 3개 국가의 태양광 수요는 전 세계의 60%를 넘는다. 그러면서 관련 설비의 평균 판매단가도 상승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 97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배나 증가한 수치다. 한화큐셀이 지난해 매출 1조7361억 원, 영업이익 1040억 원을 낸 덕분이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한화큐셀코리아도 지난해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30% 가량 줄이며 올해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의 앞날이 밝은것만은 아니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수요에 비해 유럽과 일본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며 “실질적 실적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화케미칼 부채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화케미칼 부채 비율은 187%(8조3503억 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16%포인트가 증가한 상태다.


한화케미칼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난 11일 한화케미칼은 신주발행을 통해 4억 달러(약 4138억 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을 발매했다. GDR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해 해외자금을 조달할 때 쓰는 주식이다. 오는 5월9일 한화케미칼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다.

한화케미칼은 GDR로 확보한 자금 중 2억2500만 달러(2337억 원)는 외화차입금 상환 등 재무개선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억7500만 달러(1818억 원)는 시설투자와 재료구매 등에 쓸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의) 부채 비율은 석유화학 기업 중에서 다소 높은 편”이라며 “올해 말까지 부채 비율을 167%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27일 한화그룹 인사를 끝낸 뒤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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