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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가 카드업계에서 다른 길을 가는 이유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6-04 16: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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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가 카드업계에서 다른 길을 가는 이유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경쟁 카드회사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현대카드는 모바일 전용카드 등 최근 카드회사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서비스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다. 대신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카드가 성장정체를 겪으면서 이런 전략에 의문도 제기된다.

◆ 현대카드 “혼자서 남들의 반대로 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모바일 전용카드를 당분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모바일 전용카드는 플라스틱 실물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발급부터 사용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카드다. 현재 3개 카드회사가 관련 상품을 출시했으며 다른 회사들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현대카드는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실물없는 모바일카드 아이디어가 지난 2월에 나왔고 다른 회사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현대카드는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모바일 전용카드의 용도가 아직 다양하지 않으며 실제 수요보다 시류에 따라 만들어진 면이 있다고 본다. 그는 모바일 전용카드의 기능도 현대카드가 현재 제공하는 모바일서비스에서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 부회장은 “혼자서 남들의 반대로 갈 때는 항상 불안감과 스릴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카드업계에 불었던 ‘빅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빅데이터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모으고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고 빠르게 생성되는 데이터다. 카드회사들의 고객 거래정보가 대표적 예다.

정 부회장은 “요즘 너나 나나 유행처럼 빅데이터를 말하지만 먼저 어느 분야에 빅데이터의 역할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세밀한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분야나 세밀한 공급을 할 수 없는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쓰는 일은 잡념을 추가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겨울 다른 카드회사들이 최소 8개 이상의 스키장과 제휴해 할인혜택을 제공할 때도 동참하지 않았다. 당시 현대카드는 스키장 대신 외식과 쇼핑 쪽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공연과 예술 등 문화마케팅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현대카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대표 문화마케팅 ‘슈퍼콘서트’를 통해 세계적 가수들의 내한을 잇달아 이끌어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지난달 슈퍼콘서트를 통해 한국에서 공연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과 여행에 이어 음악을 주제로 한 3번째 도서관을 지난달 열었다.

◆ 정태영 방식 경영의 효과는

업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이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오너 일가 경영인’이기 때문에 현대카드가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위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위상이 더욱 탄탄해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경영을 맡아 경영실적을 빠르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했던 2004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6%였다. 그런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구매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13.3%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최근 들어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622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의 825억 원보다 약 25% 줄었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KB국민카드로부터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내세우는 문화 마케팅에 집중하는 전략이 이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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