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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중국에서 '현대차 기적' 계속 쓸 수 있을까

백설희 기자 ssul20@businesspost.co.kr 2015-06-02 12: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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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중국에서 '현대차 기적' 계속 쓸 수 있을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우)은 지난 1월 24일 중국 왕양 부총리를 만나 한중간 자동차산업 협력과 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고속성장시대를 끝내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자동차시장의 성장률이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에게 중국은 중요성이 남다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중국에서 성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위상을 결정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중국 자동차시장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폴크스바겐과 GM 등은 저가차 개발과 가격인하 등으로 중국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중국에서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현대 속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해왔다. 현대기아차는 현지생산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략차종 개발을 확대하는 등 온힘을 쏟고 있다.

◆ 중국 자동차시장 치킨게임 들어가나

중국 자동차시장은 2009년 처음으로 미국시장을 넘어선 뒤 줄곧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자리를 지켜왔다.

중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대수만 해도 2349만 대에 이른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시장이 중국의 경기둔화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중국 승용차시장의 성장률을 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인 9.9%보다 낮고 2013년의 16%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스포츠유틸리티챠량(SUV) 만큼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UV시장은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토종 자동차회사들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내놓는 SUV의 반값에 불과한 가격으로 SUV로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1~4월까지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SUV 판매량은 96만68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03.9%나 늘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55.1%에 이른다.

폴크스바겐, GM, 현대기아차 등 중국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자동차화사들은 현지 자동차회사들에게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 역시 500만~1천만 원에 이르는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관계자들은 가격인하 없이 자동차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가격인하를 넘어 중국시장을 겨냥한 저가차량까지 출시해 점유율을 늘리려 한다.

게다가 중국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정책에 편승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같은 친환경차 모델 출시계획을 앞다퉈 밝히며 친환경차시장에서도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정몽구, 중국에서 '현대차 기적' 계속 쓸 수 있을까  
▲ 지난달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소개된 '올뉴투싼'

◆ 현대 속도라는 말을 듣는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176만6084대의 차를 팔아 폴크스바겐과 GM의 뒤를 이어 중국시장에서 3위에 올랐다. 지난 4월 GM을 제치고 판매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중국시장에서 연간 판매대수 100만 대를 넘어선 뒤부터 매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 중국시장 진출 13년 만에 누적판매 대수 1천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빠른 성장을 두고 업계에서 ‘현대 속도’ 혹은 ‘현대 기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고 자동차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현지공장 출하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각각 12.1%, 5.9% 줄었다.

폴크스바겐, 포드, GM 등 글로벌회사들이 가격을 인하하며 가격경쟁에 돌입한 데다 중국 토종 자동차화사들도 저가 SUV 중심으로 판매량 늘리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엔저 덕을 보고 있는 토요타나 혼다 등 일본회사들이 중국시장에서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것도 현대기아차에게 부담이다.

토요타의 경우 지난 5월 중국시장에서 91900대(소매판매 기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13.3% 늘었다. 1~5월까지 누적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시장은 현대기아차에게 특히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시장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이른다. 현대기아차의 한해 목표량 달성의 성패가 상당부분 중국시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SUV 혁신과 친환경차 출시로 대응

현대기아차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처럼 적극적인 가격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이자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장수요에 맞춰 출시한 소형 SUV ix25와 KX3가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현지시장 수요에 맞게 제품을 다양하게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고 아직 가격인하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섣불리 가격인하에 동참했다가 판매량 증가효과보다 수익성 악화로 잃는 것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인센티브 증가율이 5%포인트 오르면 현대차 순이익은 3.3%, 기아차 순이익은 4.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SUV 출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SUV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은 “중국 SUV시장은 베이징현대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소비자의 예상과 요구를 총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디자인을 개선하고 혁신적 자동차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중국 SUV시장은 현지 자동차회사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지난달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업체들이 어떻게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차를 출시해 이익을 내고 있는지 연구해 봐야 한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품질면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친환경차시장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선보였던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중국에서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 차량을 해외현지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국에서 전략차량으로 특화해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친환경차 시장경쟁 주도권을 잡기위해 조기투입을 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3500억 원을 들여 옌타이에 건설하고 있는 연구개발센터를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몽구, 중국에서 '현대차 기적' 계속 쓸 수 있을까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좌)이 지난달 창저우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 현지생산 늘려 가격 경쟁력 확보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생산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전략차를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연말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에 30만대 규모의 4번째 신규공장을, 충칭에 30만대 규모의 5번째 공장을 건립하기로 각 지방정부와 합의했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4, 5공장 건설도 직접 진두지휘했다.

특히 충칭은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다.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곳으로 중요성이 남다르다.

정 회장은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베이징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부 방면을 주로 공략해왔지만 이제 범위를 서부로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방한한 왕양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창저우와 충칭에 추진하고 있는 신공장들이 중국정부의 수도권 통합 발전 정책과 서부 대개발 정책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중 경제발전과 교류의 새로운 가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중국 신공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초 정몽구 회장 대신 창저우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창저우공장 설립을 계기로 중국 파트너와 함께 이룬 ‘현대 속도’와 ‘현대 기적’을 다시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18년이 되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연간생산 270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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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폴크스바겐의 장사공장 생산라인

◆ 폴크스바겐과 GM도 저가공세 나서


요헴 하이츠만 폴크스바겐 중국 회장 겸 CEO는 “지난해 중국시장은 폴크스바겐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37%를 차지했다”며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둔화에 저가차량 출시와 물량공세로 적극 대응에 나서 중국시장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시장에서 ‘저가차’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쑤웨이밍 폴크스바겐 중국 부회장은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저가차 프로젝트는 폴크스바겐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차량 연구개발은 완성된 상태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출시해야하는 가를 두고 고민중인데 3개월 뒤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2011년 중국과 브라질 등을 겨냥해 2015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6천~8천 유로(730만~974만 원)대의 저가차량을 내 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저가SUV나 저가MVP를 보강해 저가차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하이츠만 회장은 “폴크스바겐에게 저가차의 중요성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저가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둔화세가 이어지는 상황인데도 2019년까지 생산능력을 연 500만 대로 현재보다 90% 늘리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생산량을 늘려 규모면에서 경쟁기업을 압도해 중국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 2위인 GM은 최근 40여종의 차량가격을 인하하고 최대 1천만 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GM의 가격 인하폭은 최저 1만 위안(177만 원)에서 최고 5만3900위안(953만 원)에 이른다.

GM은 캐딜락 ATS 럭셔리 세단의 경우 판매가격을 6.7% 내려 41만8080위안에, 쉐보레 크루즈1.5는 판매가격을 8.3% 인하해 10만9900위안에 각각 팔고 있다. GM 관계자는 “중국시장의 사정이 예전같지 않다”며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GM은 신차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GM의 합작법인 상하이GM은 올해 첫 컴팩트 SUV 차량인 ‘바오준 560’을 공개한다. GM도 앞으로 5년 동안 18조 원을 중국시장에 투입해 생산량 확대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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