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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경영권 상속 자금확보 나서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4-08 21: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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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경영권 상속 자금확보 나서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체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이노션 지분을 매각해 4천억 원을 확보한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등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다른 지분을 매각하는 등 현대차그룹 경영권 상속을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대이노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정성이 고문이 현대이노션의 단독 대주주가 되는 등 정 회장 세 딸들에 대한 승계구도도 가시화되고 있다.

◆ 현대이노션 매각해 4천억 확보한 정의선

정 부회장이 현대이노션 보유 지분 40%를 MSPE와 SCPE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약 4천억 원에 매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8일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들이 밝혔다. MSPE와 SCPE는 외국계 사모투자 전문회사다. MSPE와 SCPE는 정 부회장으로부터 현대이노션 지분을 30%와 10%씩 각각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정 부회장이 이번에 현대이노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두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첫 번째는 정 부회장이 4천억 원을 확보한 것이 현대차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의 출발이라는 점이다.

이번 거래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MSPE 등이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의선 부회장은 이 지분을 팔아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곧 이번 거래가 정 부회장의 상속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 경영권 상속 자금확보 나서  
▲ 정성이 현대이노션 고문
두 번째는 정 부회장이 현대이노션 지분을 정리함에 따라 정 회장의 첫 딸인 정성이 고문이 현대이노션을 사실상 상속하게 됐다는 점이다. 정 고문은 광고회사인 현대이노션이 설립될 때부터 고문으로 일하면서 현대이노션을 실질적으로 경영해 왔다.

이번에 정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정 고문은 현대이노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그동안 정 고문과 정 부회장은 각각 이노션 지분 40%씩을 보유하는 공동 최대주주였다.

정 고문의 지분을 제외한 60%의 지분 중 MSPE가 30%를, SCPE가 10%를, 스틱인베스트먼트PEF가 10%를, 정몽구재단이 나머지 10%를 나눠 보유하게 된다. 향후 이노션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MSPE와 SCPE 그리고 스틱인베스트먼트PEF는 보유 지분을 소액주주들에게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 고문이 현대이노션 경영권을 상속받는 셈이다.

◆ 정몽구 아들 딸의 승계 구도 정리됐나

이는 정 회장이 정 부회장과 세 딸의 상속구도를 정리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만큼 앞으로 정 부회장으로 상속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은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함께 현대커머셜 지분을 각각 33.33%, 16.67%씩 모두 5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다른 금융 계열사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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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정태영 사장에게 금융 분야를 넘길 것인지를 놓고 상당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영업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에 반드시 속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강하다.

따라서 정 부회장 승계와 함께 정태영 사장에게 현대라이프를 넘겨줘 독립시키고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에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태영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현대증권을 품을 경우 모든 금융을 맡겨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증권을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과 통합해 운영하는 한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라이프 등 금융 부문을 계속 진두지휘하고 싶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부문 정리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다른 두 딸들에 비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정 전무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두 딸들도 이곳의 지분을 각각 6.67%씩 소유하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정윤이 전무에게 승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 전무의 남편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율은 0.12%에 불과하다. 다만 신 사장 일가가 8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 업체 삼우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상속을 위한 계열 분리 포석일 수 있다.

◆ 현대차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다음 수순

정 부회장이 현대이노션 지분 매각으로 4천억 원이라는 큰 돈을 확보했지만 이 돈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에 동원될 자금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여러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4조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물론 4조 원은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는 현대이노션을 포함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 등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지분을 매각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보유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동원해야 할 자금은 약 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지분의 가치가 모두 6조원 수준인데 이를 모두 물려받으려면 증여상속세 등으로 50% 이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핵심 계열사를 완벽히 장악하는 방향으로 정 부회장이 승계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 6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앞으로 승계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돼 현대엔지니어링의 보유 지분을 파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고 지난 1일 통합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지분 25.0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합병으로 통합법인의 지분 11.72%를 보유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정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지분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합병가액 기준으로 359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정 부회장이 2004년 현대엠코 지분을 사는데 들어간 금액인 375억 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렇게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이 정 부회장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정 부회장은 통합법인이 상장되면 지분을 팔아 경영권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

  정의선, 현대차 경영권 상속 자금확보 나서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신차발표회에서 내빈들을 영접하고 있다.

통합 현대엔지니어링을 최대주주인 현대건설과 합병한 뒤 우회상장하는 방법을 통해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통합법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또 현대건설과 합병을 할 경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정 부회장의 지분율이 더 떨어지고 추가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추가 합병보다는 합병법인의 기업공개가 현실적 대안”이라며 “오너 일가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상장으로 얻을 수 있는 지분가치는 5665억 원 정도이고 현대건설과 추가로 합병하면 지분가치는 5701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병비용과 합병의도와 관련된 잡음을 감안하면 현대건설과 추가 합병은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부회장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파는 것이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가 아닌 계열사의 지분을 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이번에 매각하는 현대이노션을 포함해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스코, 현대오토에버, 서림개발 등 8곳이다.

이 중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상장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 원 가량이다.

이 지분만 매각해도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주요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때 발생하는 세금을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글로비스의 2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으로 11.51%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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