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이 1년이 돼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제 경영권을 승계할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려면 삼성전자의 실적회복과 상속, 지배구조 개편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 이건희 공백 1년, 이재용 경영 승계 공식화 요구 나와
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1년여가 지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공식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현재까지 입원중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현재의 비정상적 경영체제를 마감하고 공식 경영권 승계절차를 통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에서 이 부회장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 회장을 맡아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개편하며 몸집 줄이기를 시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꾸준히 기업간거래(B2B)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 왔다.
또 복잡하게 얽혀있던 순환출자 구조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하는 과정도 마무리했다.
◆ 이재용 경영승계 공식화 위해 삼성전자 실적 회복해야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려면 삼성전자 실적을 회복시켜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순이익의 69%를 차지한 주력 계열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600억 원대로 급감하며 리더십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조98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이 계속 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으려면 올해 2분기에 최소 7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8조 원대, 2분기 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부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6 효과가 본격화해 주력인 스마트폰사업에서 확실한 실적 개선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8조1천억 원에 이른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갤럭시S6 초기 판매효과로 7조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보아오포럼 참석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도 마무리 지어야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상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이 이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만 5조~6조 원을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상속자금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줄였다. 이 부회장은 대주주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오는 14일부터 삼성SDS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당장 활용하기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설이 나오면서 삼성SDS의 주식가치는 4일 종가 기준으로 25만1천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삼성SDS 주가는 상장 후 42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월 불법이익환수법을 대표발의한 것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처분하다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은 승계구도 구축에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와 제일모직을 합병해 삼성 지주사를 만드는 안을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7~8% 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4%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 지주사전환을 염두에 둔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에 제한을 받지만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할 때 투자회사에 자사주를 몰아주면 의결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지분의 1.12%를 추가로 매입하는 작업을 끝내면 자사주를 12.21% 보유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에 서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