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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스크린 싹쓸이, 이대로 괜찮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5-01 23: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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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2' 스크린 싹쓸이, 이대로 괜찮나  
▲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 이미지

요즘 영화 한 편 보는 데 드는 돈은 1만 원 안팎이다. 1만 원짜리 한 장의 가치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영화 같은 문화상품의 경우 더욱 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문화 소비는 일반 소비재를 구매하는 것과 다르다. 즐거움이나 만족감, 감동 등 주관적 정서를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누구는 완전히 영화에 빠져 웃고 울었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구는 그저 잠이나 자다 나왔을 수도 있다.

보는 이의 상황이나 기대치, 선호도나 수준에 따라 1만 원은 아주 큰 돈일 수도 혹은 딱 시중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가치판단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 9일째인 1일 누적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500만 명이 각자 1만 원씩을 내고 이 영화를 봤다고 단순계산하면 500억 원이 되는 셈이다. 관객 1명이 내는 1만 원 짜리 한 장의 가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뀐다.

어벤져스2가 개봉 이후 지금까지 올린 누적 매출액은 428억 원이다. 3D와 아이맥스관 관람객이 많아 영화표 한장 값도 1만 원보다 더 비싸다.

어벤져스2는 역대 외화 가운데 최단기간 5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진짜 놀라운 사실은 역대 최대 예매율 96.9%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라면 일찌감치 대박 흥행이 예고됐듯이 1천만 관객 동원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화 최고 신기록인 ‘아바타’를 뛰어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2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흥행 신기록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어벤져스2의 광풍은 여러 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어벤져스2가 국내 개봉되기도 전부터 화제를 낳았던 데는 영화장면의 일부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담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물론이고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 아래 촬영이 진행됐다. 마포대교와 강남역 일대는 촬영 당시 아예 시민통행을 금지시켰다.

서울과 한국어 간판이 영화에 나오기만 하면 세계인이 대한민국과 서울을 주목할 것이고 덕분에 관광객도 급증할 것이란 기대 또한 가득했다. 관광공사는 어벤져스2 효과로 관광수입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란 다소 근거없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스 웨던 감독은 홍콩이나 도쿄 등 아시아의 도시들을 마다하고 서울에서 영화를 촬영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최첨단 기술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최적의 촬영지다. 멋진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웨던 감독의 말대로 마포대교와 세빛섬, 강남역 일대가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본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체 왜 서울이 배경이 돼야 하는지 개연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벤져스2' 스크린 싹쓸이, 이대로 괜찮나  
▲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국내 관객의 눈에 단번에 서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들이 과연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웨던 감독이 서울을 촬영지로 선정하고 수현이라는 한국배우를 출연시킨 것은 실상 코리아 마케팅의 하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시도가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시장과 관객을 그만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거대 할리우드 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런 우려는 스크린 독과점으로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벤져스2의 스크린 수는 4월 말 기준으로 1500개가 넘는다. 웬만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어벤져스2를 제외한 다른 영화는 기껏해야 한두 개 상영관에 그친다.

한국영화 기대작들은 아예 어벤져스2와 경쟁을 일찌감치 피했다. 거대 공룡의 출현에 알아서 설설 긴 것이다. 그나마 '차이나타운'과 '위험한 상견례2'가 개봉해 선전하고 있으나 어벤져스2의 관객 쓸어담기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영화관만의 잘못은 아니다. 예매율이 100%에 가까운 경이적 기록을 세우고 있는 상황인 만큼 무조건 비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모든 영화관객이 떼 지어 나와 악당을 쳐부수는 히어로 무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유통은 좀 다를 필요가 있다. 다수의 관객이 원한다는 이유로 한 영화로 극장을 도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영화산업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은 관객에 대해 극장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채널이 너무도 많은데 골라볼 자유가 없다면 관객들은 굳이 영화관을 찾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던 린다 옵스트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문화기술(CT)포럼 2015’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유독 흥행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관객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똑똑하면 제작자들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옵스트의 말은 그 반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근 국내에서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9금 외화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킹스맨’도 속편제작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킹스맨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는 속편을 한국에서 촬영하거나 아예 한국배우를 출연시키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킹스맨은 흥행수익으로 4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 가운데 2억7500만 달러가 외국에서 나왔다. 한국관객이 낸 1만 원 영화표가 수익에 일조한 것은 물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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