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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이부진과 이서현의 미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4-06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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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체제, 이부진과 이서현의 미래  
▲ 이부진(왼쪽) 사장과 이서현 사장

이재용 시대를 열기 위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한 뒤 이틀 지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 것은 삼성그룹이 이미 청사진을 짜놓고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를 최정점에 두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부문을,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건설과 화학부문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부분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전자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건설과 화학부문에 대한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높인 것이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은 앞으로 이런 방향을 강화하는 쪽으로 계열사끼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교환하는 것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큰 방향을 잡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남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것이다. 더 좁히면 이재용 체제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먼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어떤 영역이나 계열사를 맡을 것인가 하는 것이 첫 번째 의문이다.

또 그렇게 영역이나 계열사를 맡을 경우 형제경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계열사를 분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 두 번째 의문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이 회장에게 삼성그룹을 넘겨주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게 일부 계열사를 맡겨 나중에 삼성그룹에서 분리하도록 했다.

◆ 건설과 화학 이부진 승계 시나리오의 희박한 근거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건설과 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를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이런 방향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이런 예측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부진 사장과 관련된 경영권 승계다. 이 사장이 건설과 화학을 맡게 된다는 것은 사실상 삼성그룹을 크게 분리해 상속한다는 의미다.

이부진 사장이 건설과 화학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재임하며 삼성에버래드에서 건설부문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는 삼성물산의 고문을 맡고 있다. 세 번째는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근거를 추적해 보면 이부진 사장이 삼성그룹의 건설과 화학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 근거가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은 다양하다. 놀이공원도 운영하고 학교건물과 주차빌딩 같은 건물을 짓는다. 경인 아라뱃길 같은 곳에서 조경사업도 한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플랜트사업도 하고, 골프장도 5개나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부가 에버랜드로 넘어와 패션사업도 벌인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에서 호텔신라사업과 연계된 건설부문을 담당한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사업의 연장선에서 레저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또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을 리뉴얼 할 때도 적극 참여했다. 이부진 사장의 건설과 관련된 부분은 정확히 말하면 레저 관련 건설이다.

또 이부진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이 되면서 삼성물산 고문도 함께 맡았다. 삼성물산의 사업은 상사와 건설로 양분돼 있다. 매출액이 거의 50대 50 수준이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의 고문을 맡을 때 삼성그룹은 브리핑을 통해 "호텔신라 면세점사업과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에서 이부진 사장의 역할은 건설이 아니라 상사 쪽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을 단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라는 점도 지분을 보유한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애초 삼성석유화학은 제일모직과 외국회사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그러다 2007년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철수하며 지분 33.1%를 이부진 사장이 450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인수를 거부한 삼성석유화학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아 이부진 상무 단독으로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부진 사장은 그뒤 삼성석유화학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체제, 이부진과 이서현의 미래  
▲ 이부진(왼쪽) 사장과 이서현 사장

게다가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통합 삼성종합화학에서 이부진 사장의 지분은 4.9%로 축소된다. 이 사장은 개인으로 최대주주지만 법인까지 포함하면 삼성물산(36.99%),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등에 밀려 6번째 순위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부진 사장이 삼성그룹의 건설과 화학 부문을 승계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를 살펴 보면  신빙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재용 시대 이부진은 승계 범위는?

이재용 체제에서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맡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13년 넘게 호텔신라에서 일해왔고 몇 년째 CEO를 맡고 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삼성의 3세 가운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을 책임지는 것도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삼성에버랜드 레저사업도 이부진 사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에버랜드는 신안그룹을 제치고 현재 가장 많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말에도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물산과 함께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인수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레저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은 호텔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경영권을 상속받을 경우 삼성그룹의 레저사업도 함께 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물론 이부진 사장이 건설과 화학부문을 승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건설과 화학 부문을 지배하는 기업이 됐다. 따라서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되면 건설과 화학부문을 쉽게 승계받을 수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현재 삼성SDI(7.18%)이고 2대주주는 삼성생명보험(4.65%)이다. 따라서 삼성SDI의 지분 7.18% 가운데 5%만 이부진 사장이 인수해도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우호적 주주가 된다면 이 정도 지분으로도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동원해야 할 자금은 5천억~6천억 원 규모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삼성에버랜드(8.37%), 삼성SDS(3.9%), 삼성석유화학(33.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명확히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장외주가 등을 고려하면 4천억~5천억 원 수준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기에 충분한 재원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건설은 인프라사업으로 이부진 사장에게 삼성물산을 넘겨줄 경우 인프라사업을 분리하는 것이고 삼성그룹을 사실상 쪼개는 것인데 그런 선택을 이건희 회장이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 이서현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확보하려면

이서현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패션사업에 특화돼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서현 사장은 파슨스디자인대학교를 졸업하고 12년 동안 제일모직에서 일했다. 패션사업은 이서현 사장만의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지난해 에버랜드에 양도됐다. 지난달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해 제일모직이라는 회사는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에버랜드 패션사업부에서 계속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사실상 이서현 사장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재계의 관심은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도 물려받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제일기획의 1대주주는 현재 삼성물산(12.64%)이다.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 경영권을 상속받으려면 삼성물산으로부터 이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 이재용 시대, 형제경영인가 아니면 이부진 신라 이서현 제일인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은 모두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5.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체제, 이부진과 이서현의 미래  
▲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2년 1월 2일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마친 후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과 손을 잡고 있다.<뉴시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최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아들 딸에게 나눠 갖도록 한 것은 어찌 보면 이재용 시대를 맞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형제경영을 통해 삼성그룹을 경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두 딸의 지분을 합쳐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항할 수 없도록 지분구조를 3대1대1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이런 뜻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형제경영은 말 그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형제경영의 전통을 갖고 있는 두산도 형제의 난을 겪었고 금호그룹의 경우 박삼구 박찬구 형제가 마치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도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그룹을 넘겨주면서 이건희 회장의 형제들에게 딴 살림을 차려줬다. 장손에게 삼성그룹 모태기업의 하나인 제일제당을, 차남에게 제일합섬을, 장녀에게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막내딸에게 신세계를 떼 줬다. 모두 그룹의 핵심기업들은 아니다.

이재용 체제에 형제경영이 아니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에게 기업을 떼 준다고 가정하면 결국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이다. 삼성에버랜드가 레저사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결국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커져야 보유지분의 가치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물려받기 위해서도 재원이 있어야 한다. 호텔신라는 현재 국민연금이 9.79%로 최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이 7.3%, 삼성전자가 5.1%, 삼성증권이 3.1% 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레저사업까지 승계받으려면 이부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과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서현 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에버랜드의 패션 부분을 떼 내 ‘제일모직’을 부활하고 제일기획의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매집하려면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기반으로 호텔과 레저사업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사업과 미디어사업을 삼성그룹에서 떼 내 독립을 한다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신라’라는 브랜드를, 이서현 사장은 ‘제일’이라는 브랜드를 각각 물려받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모두 포기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나 제일기획의 지분을 확보하고 삼성에버랜드의 레저 부문과 패션 부분을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단독으로 전자와 건설 및 화학, 그리고 금융 부문을 모두 승계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현재처럼 사이좋게 보유하면서 삼성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역할을 나눠 형제경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건희 회장의 형제들이 그랬듯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계열사 일부를 가지고 독립할 것인가. 이 결정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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