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에 몰려 있던 동국제강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검찰이 청구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수익성 악화와 자금난 등 그룹의 경영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현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동국제강 수뇌부는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전까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해외에서 중간재를 구매하면서 대금을 실제가격보다 부풀리거나 불법 무자료 거래를 통해 회삿돈 200억여 원을 빼돌리고 이 가운데 일부를 도박에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2013년 하반기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판돈 800만 달러 상당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장 회장은 판돈 가운데 절반 가량을 빼돌린 회삿돈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을 상대로 개인비리 혐의뿐 아니라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기존에 제기된 의혹들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장 회장이 사법처리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채청구할 수도 있고, 검찰이 불구속기소해 재판결과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올 경우 동국제강은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장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물론이고 동국제강이 10년 넘게 추진해 온 숙원사업인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사업마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재무구조가 악화하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1월 재무 안정성 보강을 위해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동국제강에 흡수합병했다.
동국제강은 또 지난주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4200억 원이다. 동국제강은 매각대금을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500억 원 수준이며 부채비율은 207%에 이른다. 동국제강은 매각대금을 회사채 상환 등에 사용해 부채비율을 199%까지 낮추려고 한다.
동국제강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신용평가는 지난주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낮췄다. 자체 수익능력 대비 재무부담이 큰 데다 저수익성이 고착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경영공백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브라질 제철소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건설공정의 80%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밝혔지만 장 회장에 대한 수사로 자금조달이 미뤄지면서 제철소 건설이 난항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총 사업비 가운데 30억 달러 가량을 국내외은행에서 장기차입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달 초로 예정된 차입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계약이 무산된 것은 아니며 제철소 건설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