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새 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상장폐지 위험에 몰린 바이오기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현행 규정보다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해 당분간 회계기준 강화에 따른 기업과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바이오기업 상장폐지 부담 덜기 위한 대안 마련 서둘러

▲ 최종구 금융위원장.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가운데 코스닥 상장회사인 케어젠과 라이트론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거절’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케어젠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매출채권 등 일부 분문에서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은 것은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의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통보 받은 날부터 7영업일(3월27일까지)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가운데 매출 1천억 원이 넘은 기업 8곳도 모두 2018년 결산 결과 영업이익이 잠정실적을 발표했을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새 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 적용으로 바이오기업 특성상 발생하는 연구개발비가 '무형자산'에서 '비용'으로 변경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새 외부감사법은 부실감사가 드러나면 외부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회계법인이 더욱 보수적으로 외부감사를 진행함으로써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동안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기보다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자산과 순이익을 과도하게 계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들은 부실감사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를 면밀하게 살피고 많은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함에 따라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새 외부감사법 도입으로 많은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하자 금융위원회는 기업과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의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는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새로운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외부감사가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 활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기업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해 감독지침이나 법령 해석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업들이 외부감사 결과 비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다음해 감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에도 연구개발비 30억 원 이상, 시가총액 1천억 원 이상 등 요건을 갖춘 바이오기업에게 장기 영업손실에 따른 관리종목지정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특례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새 외부감사법 도입과 금융위의 지도방침에 따라 회계처리 과정의 혼란으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더라도 바로 상장폐지 대상에 오르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모든 기업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 여부 등 세부 조건을 만들고 이를 충족하는 기업들에 한해 상장폐지 유예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3월 중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