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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옥중경영,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빨라지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21 17: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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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옥중경영,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빨라지나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옥중경영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그만큼 SK그룹에 대한 위기감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C&C와 SK의 합병을 전적으로 결정해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데 이어 SK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에게 SKC&C와 SK의 합병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최 회장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옥중경영에 나서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골몰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 회장은 단안을 내렸다. SK그룹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SK그룹의 현상황을 그만큼 위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옥중경영을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을 미뤄 SK그룹이 위기에 빠지는 것보다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SK그룹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SK그룹에 대한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힘있게 사업구구조 개편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고심 끝에 합병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수순은 SK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다. 최 회장은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까?

◆ ‘통신-에너지-반도체’ 삼각체제 사업재편 유력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21일 SK그룹이 계열사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일제히 내놓았다.

SKC&C와 SK가 합병하면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던 핵심계열사들의 법적 지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사업재편에 나설 경우 통신과 IT부문 계열사부터 손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선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맡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합쳐진 뒤 다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IPTV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SK텔레콤과 합병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이미 지난 3월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계열사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SK텔레콤은 현재 SK하이닉스의 지분 20.1%와 SK플래닛 지분 100%, SK텔링크의 지분 83.5%, SK브로드밴드 지분 50.56%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앞으로 SK텔레콤이 분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SK텔레콤에서 투자회사 기능을 분리해 IT사업의 콘트롤타워를 맡기는 시나리오다.

  최태원 옥중경영,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빨라지나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하이닉스의 향배도 주목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아래에서 벗어나 합병법인이자 지주사인 SK 아래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눈 뒤 사업회사는 기존 SK텔레콤 업무를 맡고 분할한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뒤 합병법인 SK와 합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합병법인 SK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게 돼 명실상부하게 지주회사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합병법인 SK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부터 배당수익을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연결기준 기업가치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을 개선하려면 지주사 합병법인→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도 높다”며 “SK텔레콤이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지주사 합병법인과 투자부문이 다시 합병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봤다.

SK그룹의 또 다른 사업축인 에너지분야 계열사들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경우 상장 가능성이 높아 재편대상 1순위로 꼽힌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 최태원의 위기감, SK그룹 주력 계열사의 부진


최 회장은 재벌총수로서 최장기 수감기록을 세우고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계열사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경영체제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의 경영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최 회장이 비록 옥중에 있지만 그룹 총수로서 위기의식도 클 수밖에 없다.

SK그룹 내에서 실적을 내는 계열사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7조1260억 원, 영업이익 5조109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1%, 영업이익은 51% 늘어나 사상 최대의 연간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30%를 기록해 전년 대비 6%포인트나 늘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이런 봄날을 얼마나 이어갈지 불투명하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향후 위협적 존재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사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예전과 같은 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싹트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현재 잘 나가는 것은 최태원 회장이 수조 원의 투자를 결정해 그 과실을 따먹는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지금도 투자하고 있지만 조 단위의 투자에 대해서 주저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SK하이닉스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정유업황이 회복된다고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급격한 실적반등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SK텔레콤도 실적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8251억 원으로 전년과 대비해 9.2% 줄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 하향세는 갈수록 뚜렷하다.

SK텔레콤이 내고 있는 실적도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연결돼 반영되면서 착시효과가 상당하다.

◆ 사업구조 개편속도의 변수, 원샷법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사업재편지원 특별법 초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하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이른바 ‘원샷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할 때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인수합병 때 주식매수청구권 완화 ▲소규모 합병요건 완화 ▲지주회사 행위요건 완화(증손회사 지분보유율 완화, 지주회사 공동출자) ▲지주회사 강제전환기한 연장 등이다.

SKC&C의 경우 SK증권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현행법에서 2+2년의 유예기간이 모두 7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소규모 합병의 기준도 신주발행 기준이 기존 10%에서 20%로 완화한다.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지분 보유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SK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경우 하반기 법안시행도 고려해 속도와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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