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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유창근 후임 오리무중, 산업은행은 고심에 고심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2-26 1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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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173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유창근</a> 후임 오리무중, 산업은행은 고심에 고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월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유 사장의 후임에 시선이 몰린다.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유 사장의 후임을 찾고 있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유 사장의 후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에서 해운 전문가라고 해봐야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출신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다시 현대상선 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며 강력한 쇄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도 취임하기 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받았다. 현대상선에 30년을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대상선의 각 부문에 애착이 강하고 내부 인간관계도 끈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유창근 사장의) 역할은 끝났고 새 시대에 미래지향적 (사장을) 뽑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옛 한진해운 출신이 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다.

마지막까지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석태수 전 사장은 한진그룹으로 돌아가 현재 한진칼을 이끌고 있다.

당시 석태수 사장 아래 3명의 전무가 있었는데 이들은 현대상선을 이끌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 가운데 김현석 전무는 한진그룹으로 복귀해 한국공항에서 전무로 재직하고 있고 김종현 전무는 지난해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해양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진해운 주요 경영진이 한진해운의 파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 역시 걸림돌이다.

한진해운 출신이 오면 안팎의 여론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대신 살아남았다는 시선이 따라다니는데 한진해운 출신이 사장으로 가면 한진해운의 파산을 결정한 정부의 판단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범위를 넓혀 물류회사인 판토스 출신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토스는 전세계 350여 곳에 이르는 물류거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 물류기업이다.

다만 해운업만을 놓고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판토스 출신이 현대상선을 이끌기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과거 유 사장이 오기 전에도 강력한 쇄신을 위해 외국인 CEO가 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익을 우선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 결론난 것으로 전해진다.

보수라는 현실적 문제에도 부딪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창근 사장이 받던 보수가 돈 많이 주는 대기업에서는 임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은 거의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새로운 업종에서 새로운 인물이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걸 회장이 현대상선 사장 선임을 놓고 발상의 전환을 언급한 점 역시 예상 밖의 인물이 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해운업의 특성상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뽑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은 업무 이해도는 물론 관련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부터 환경규제가 도입되는 만큼 해운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맡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2020년 3월 2M 해운동맹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가 끝나 해운동맹도 다시 가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CE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회장이 예시로 든 세계 최대의 해운사인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CEO '쇠렌 스코우' 역시 IT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1983년부터 머스크에 몸담은 전통 해운맨이다.

유 사장은 사장으로 선임될 당시 현대상선에 30년 이상 몸담은 데다 인천항만공사 사장까지 지내며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비롯해 금융권 인물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현대상선 내부의 반발도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대상선 내부에서는 유 사장이 떠나면 안 되는 시점에서 등을 떠밀려 나가게 됐다는 여론이 퍼져 있다.

이 회장은 “해운업도 과거 프레임워크에서 화물을 따내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며 “대형 화주와 시스템을 맞춰서 가고 혁신하는 단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후임 선정작업을 하고 있지만 개입을 안 하고 있어 잘 모른다”며 “합리적 절차를 따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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