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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지하철, 커지는 싱크홀 공포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4-16 20: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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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지하철, 커지는 싱크홀 공포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석촌지하차도 초대형 싱크홀 현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신촌, 노원구 중계동, 코엑스사거리, 삼성중앙역, 장한평역 등에서 다섯 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3328건이다. 서울시는 노후 하수관 손상이 싱크홀 발생원인의 81.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지하 하수관 총 1만 여km 중 약 30%인 3천km가량이 매설된 지 50년이 지난 것으로 손상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후 하수관과 관계없이 지반침하가 일어나기도 한다. 7일 장한평역 인근에서 함몰된 인도 주변에 매설 하수관로의 누수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하철과 지반침하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하철 터널공사 등 대규모 토목공사가 지하수를 유출시켜 지반이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터널 공사 등으로 지하수가 유출되면 수위가 낮아져 주변이 침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도 “고층빌딩과 지하철 등 지하공간을 무분별하게 개발해 지하수의 수위가 하락했다”며 “이 때문에 하수도관을 잡아줄 힘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한 하수도관이 손상을 입는 원인이 지하수위 하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년 동안 지하철 주변 지하수위는 평균 1.7m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최근 일본 동공탐사업체 지오서치와 함께 조사해 발견한 동공 25곳 가운데 23곳이 지하철 노선 근처였다. 둘 사이 상관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반시민들이 가늠할 수 없는 하수도 시설에 비해 늘상 사용하는 지하철이 공포의 대상이 되기 쉽다. 빽빽한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자연스레 싱크홀을 연상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지하철 운행구간 길이는 총 332km로 이 가운데 300km 이상이 지하구간이다. 서울 지하철의 지하구간 길이는 도쿄 지하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면적은 도쿄가 더 넓다. 밀집도를 따져보면 같은 넓이의 땅에 두 배 이상의 지하철이 지하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싱크홀 논란에 불을 붙인 석촌지하차도 지반침하는 그 원인이 삼성물산의 지하철9호선 터널공사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일로 지하철이 싱크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시민들의 마음에 크게 자리 잡았다.

  늘어나는 지하철, 커지는 싱크홀 공포  
▲ 3월29일 삼성동 봉은사사거리에서 발생한 싱크홀 <뉴시스>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9호선 삼성중앙역 인근 여섯 개의 싱크홀도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 됐다. 서울시는 지하철 공사 때 하수관 접합부를 부실하게 시공해 누수가 발생하고 주변토사가 유실됐다고 싱크홀 발생 이유를 설명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의 지하철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

서울시는 새롭게 추진하는 경전철 가운데 신림선과 김포선 등 일부 노선을 지하구간으로 건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시미관훼손, 소음, 분진 등의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지상운행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새롭게 건설하는 경전철뿐 아니라 기존 지하철도 지하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2호선 지상구간 총 18.9km에 대해 지하화 사업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2호선 지상구간이 차량 운행을 방해하고 지역을 단절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2호선 지상구간은 한양대~잠실(8.02km), 신답~성수(3.57km), 신림~신도림(4.82km), 영등포구청~합정(2.5km) 네 곳이다.

하지만 기존 지하철 지하화사업은 수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재원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싱크홀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지하화는 신규건설보다 더 많은 돈이 소요된다”며 “최근 문제가 되는 싱크홀과도 관련이 있어 지역주민의 불안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반침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처별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지하 빈공간을 탐지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을 갖춘 지반탐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반탐사반은 전국 지자체에서 의뢰받은 117개 취약지역 조사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또 2017년까지 상하수도·전기·가스 등 지하시설물과 지반정보를 담은 3D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러 부처에서 따로 관리중인 지하시설물 정보를 종합하고 ‘지하공간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하철 등 굴착공사장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철저히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또 환경부는 올해 90개 지자체의 하수관 1만2천km에 대해 노후화 손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싱크홀 방지를 위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발주한다. 서울시는 8월까지 최신 GPR장비를 도입하고 지반조사에 민간업체까지 참여시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다.

서울시는 앞으로 4년 동안 50년 이상된 노후 하수관 30%를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 예산만으로 매년 23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사업비를 충당한다면 연간 1천억 원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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